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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아이들
한평생 불의에 맞서 싸운 지학순 주교 이야기
정의야, 강물처럼 흘러라
강이경 글, 이경국 그림
쪽 수: 152쪽 / 판형: 140*210mm / 바코드: 9788985512862
출간일: 2018년 3월 30일 / 값: 12,000원
분야: 초등 3-6학년 국내창작동화 / 한국인물 / 문화예술인물
대상 독자: 초등 3학년 이상
주제어: 정의, 평화, 지학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민주화운동, 협동조합, 탄광촌, 노동인권
줄거리 요약
교회와 세상을 이어 주는 정의로운 빛으로 남은 지학순 주교의 일생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최초의 인물 이야기다. 지학순 주교는 ‘빛과 소금이 되라’는 성경 말씀에 따라, 불의와 불평등, 부조리로 얼룩진 세상에 빛이 되어 맞섰다. 특히, 가난하고 차별 받는 이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동지들과 지혜를 모아 개인과 지역 사회가 함께 변화·자립·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자 힘썼다.
이 책은 교회와 사제, 신앙인이 사회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범적인 행동 양식을 보여 준다.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한 지학순 주교의 삶은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바른 가치관을 선물할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강한 이들에게는 용맹한 사자가 되어 맞서고
약한 이들에게는 눈물 많은 아버지가 되어 준,
정의로운 사제 지학순 이야기
이 책은 8.15 광복과 6.25전쟁, 5.18 민주화운동 등 굴곡 많은 세월 속에서 오직 ‘정의로운 삶’에 충실한 사제이자 사회운동가로 살다 간 지학순 주교의 일생을 그린다. 지학순 주교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유신정권 때 했던 ‘양심선언’과 김수환 추기경, 김지하 시인과의 인연 혹은 어린 버스 안내양의 삥땅 행위를 죄가 아니라고 말했던 일화 정도가 기사로 전해질 뿐이다. 그러나 지학순 주교가 남긴 발자취는 그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 우리의 삶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자 굴에 갇혔으나 무사히 살아난 예언자 다니엘처럼, 지학순 다니엘 주교는 일을 추진할 때 그 누구보다 용맹하고 강직한 리더였다. 하지만 탄광촌 광부들의 비참한 삶과 어린 노동자들의 인권이 짓밟히는 현실을 마주할 때는, 눈물로 아파했던 여린 마음의 인간이기도 하다. 늦은 나이에 신부가 되었으나 가장 먼저 주교의 자리에 오르고서도 스스럼없이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던 지학순 주교의 모습은 예수님과 꼭 닮았다.
지학순 주교는 신앙을 전하기 위해 무조건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서 강론하지 않고, 삶의 문제에 깊숙이 들어가 행동하면서 말씀을 증거하는 사제였다. 즉, 교회가 세상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맞서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다. 신부, 수녀, 신자들에게 지학순 주교가 했던 말은 크고 깊은 울림을 전한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천주교가 할 일이고,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길입니다. 사람 위에 사람 없는 세상,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 이것이 하느님이 바라는 세상이요,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일입니다.”
“내가 여기 더 오래 있게 기도해 주세요. 내가 오래 갇혀 있을수록 세상이 좋아질 겁니다.”
박정희 유신정권 때, 지학순 주교는 시인 김지하를 숨겨 주고 자금을 대 주었다는 이유로 공산주의자로 몰려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갔다. 서슬 퍼런 그곳에서 심문을 당한 후, 그는 ‘양심선언’을 발표하면서 유신헌법이 국민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기극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결국 지학순 주교는 징역 15년형에 처해져 형무소에 갇힌다. 건강이 좋지 않은 그를 염려하는 친구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신자들에게 지학순 주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여기 더 오래 있게 기도해 주세요. 내가 오래 갇혀 있을수록 세상이 좋아질 겁니다. 믿음이 깊은 신자들과 국민들이 정권에 맞서 싸울 테고, 자꾸 그러다 보면 아무리 강한 놈들이라고 해도 힘이 빠질 겁니다.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못 할 겁니다.”
그러자 정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국 천여 명의 신자들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결성. 가두시위에 나서 그의 석방과 부패 정권 타도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시국 미사가 이어지던 중, 김수환 추기경은 박정희를 직접 찾아가 항의했고, 결국 지학순 주교는 226일 만에 풀려났다. 이는 암흑의 시대, 국민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종교인들이 앞장서 민주화의 촛불을 밝힌 거국적인 최초의 저항 운동으로 기록되었다.
정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지학순 주교의 삶과 정신을 읽는 일은, 어린이들이 용기와 양심의 가치를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내 걱정은 마. 난 우리 신자들이나 좀 잘 먹고 잘살았으면 좋겠어.”
지학순 주교는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을 찾아다닐 때는 열과 성을 다하는 반면,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옷이나 양말은 물론이고 속옷까지 기워 입는다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면박을 받으면서도 전혀 창피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교라는 사람이 잘 먹고, 잘 입고, 잘 쓰면 잘도 천당에 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곤 했다.
지 주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개인의 안위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었고, 그것이 곧 하느님이 바라는 세상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확고부동한 신념과 강직한 성격 덕분에 지학순 주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갔다. 원주 지역에 큰 수해가 났을 때 엄청난 규모의 해외 원조를 받아오고, 낙후된 마을의 자립을 위해 조합을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지역민들을 교육하며, 자본가들의 노예로 사는 노동자들에게는 권리를 찾아 삶의 주인이 되라고 가르쳤던 지학순 주교. 그는 부정부패와 차별에 찌든 사회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짱을 뜨며 힘없는 이들의 대변자가 되어 준 의로운 사제였다.
어떤 시련에도 하느님의 자녀로 살고자 노력했던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속 깊고 정 많은 울보 주교의 뚝심이 우리 삶에 심어 놓은, 견고한 정의의 뿌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추천의 글
지학순 다니엘 주교, 당신은 착한 목자입니다.
- 교황 바오로 6세
예수님처럼 저에게 아주 큰 힘이 되어 주는 분이 있습니다. 지학순 주교님입니다. 주교님은 가난한 자와 병든 자, 농민과 광부, 가난한 노동자와 도시민 들을 위해 당신의 삶을 다 쓰고 가셨습니다. 평생을 권력과 싸우고, 옥에 갇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이 지금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겁내지 마. 빛이 되어야 해. 똘똘 뭉쳐 싸워.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나라, 그게 하느님이 바라시는 나라야.”
- 천주교 제주 교구 교구장 강우일
지학순 주교님은 옳지 않은 일을 보면 분노하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던 분이었습니다. 부패한 권력 앞에 교회가 침묵하는 것은 죄라고 하던, 참 멋진 분이었지요. 이 책은 그분의 생애를 씩씩한 목소리로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이면, 정의롭고 용기 있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천주교 원주 교구 원로 사제, 한국희망재단 대표 최기식
이 책은 지학순 주교님의 착하고 올곧은 생애 이야기를 쉽고 따뜻한 우리말로 들려줍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셨던 그분의 발자취가 있기에, 오늘 이 땅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주교님은 ‘우리 함께 가자!’라며 다정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 길담서원 지기 소년 박성준
차례
작가의 말
비 그쳤다!
눈 온다!
천년이 누나
네? 신부가 되라고요?
공부도 싫고, 일본 놈도 싫고
순애
슬픔
목숨을 걸다
꼴찌 신부님
그런 문제라면 지학순 주교님께 가 보세요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
하느님, 우리 주교님을 옥에 더 오래 있게 해 주세요
다 꿈 같아라
연보
본문 중에서
학순은 신부를 돕는 복사도 했어. 미사 때 복사 옷을 입고 신부님 곁에 서 있으면 꼭 작은 신부님이 된 것 같으면서 마음이 무척 경건해졌지. 하지만 그 장난꾸러기가 가긴 어딜 가겠어? 흰 포도주를 담았던 잔에 남아 있는 포도주를 핥아 먹기도 하고, 향을 태우며 놀다가 복사 옷에 구멍을 낼 뻔하고 그랬어. 동양의 작고 가난한 나라, 점령지의 아이들이라 신부들은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해 주었을 거야.
그래, 하느님이라도 그러셨을걸. 아마 껄껄 웃으셨을 거야. 눈이라도 마주치면 네 이놈,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시다가, 금세 한 눈을 찡끗하셨겠지. 툭하면 복사들 엉덩이를 발로 툭툭 차는 요셉 콜먼 신부님처럼 말이야.
수녀님들은 참 다정했어. 미사가 끝나면 구약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학순과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냈지.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때는 천주교의 잔칫날인 성탄절과 부활절 때였어. 보통 때는 구경도 할 수 없는 떡과 고기도 먹고, 재미있는 연극도 하면서 다 같이 예수의 탄생과 부활을 축하했거든.
- ‘눈 온다!’ 중에서
그러는 동안에도 나라꼴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갔어. 그 많은 해외 원조금은 어디로 빼돌렸는지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했고,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부정부패를 일삼고,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부정선거까지 저질렀어. 보다 못한 대학생들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났어. 그러는 중에 학생의 시신이 강물에 떠오르기도 했지.
신학생들은 도무지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어. 하지만 신학생이 그래도 되는지 잘 알 수가 없었어. 신부들에게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어. 신학생이 왜 세상일에 나서느냐고, 종교와 세상일 사이에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지.
그러던 어느 날 한 학생이 학순에게 물었어.
“신부님, 어떡하면 좋습니까? 저희도 나가 싸우고 싶습니다. 그래도 됩니까?”
“그걸 몰라서 물어? 제일 먼저 나가 싸웠어야지!”
학순이 버럭 했어. 강의실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어. 학순은 학생 한 명 한 명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어.
“지금껏 하느님이 망하는 거 봤어? 망하는 건 못된 정부야! 국민을 위하지 않는 정부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 그게 하느님의 뜻이야. 하느님이 우리를 통해 이 땅에 세우시려는 정의라고. 어서 나가 싸워!”
신학생들은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
학순에게 종교는 민중의 삶과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민중의 삶 한가운데 있는 것이었어.
- ‘꼴찌 신부님’ 중에서
성탄절 자정, 자신도 없이 미사를 보고 있을 원주 교구 원동성당 신자들을 생각하며 눈물지었어. 그러나 굳은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어. 학순은 자신을 면회 온 신부와 수녀, 신자들에게 말했어.
“내가 여기 더 오래 있게 기도해 주세요. 내가 오래 갇혀 있을수록 세상이 좋아질 겁니다. 믿음이 깊은 신자들과 국민들이 정권에 맞서 싸울 테고, 자꾸 그러다 보면 아무리 강한 놈들이라고 해도 힘이 빠질 겁니다.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못 할 겁니다. 그러니 신자들에게도 그렇게 기도하라고 전하세요.”
“네?”
사람들은 당황했어.
“정말로 그렇게 기도하실 거예요?”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옥신각신했어.
“아무 죄 없는 주교님을 옥에 더 갇혀 있게 해 달라고 어떻게 기도를 해요?”
“주교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으니 해야 해요!”
하지만 결국 학순이 하라는 대로 했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우리 주교님이 더 오래 갇혀 있게 해 주세요. 하지만 아프진 않게 해 주세요…….”
그렇게 기도를 올리면서 흐느꼈어.
- ‘하느님, 우리 주교님을 옥에 더 오래 있게 해 주세요’ 중에서
작가 소개
글쓴이 : 강이경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책 만드는 일을 오래 했습니다.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아동문학 부문에 당선했습니다. 가족과 열일곱 살 슈나우저 천둥이와 함께 경기도 작은 산속 마을에 살면서 그림책과 동화, 인물 이야기 들을 쓰고, 외국 그림책과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폭탄머리 아저씨와 이상한 약국》, 《우리 엄마 강금순》, 《성자가 된 옥탑방 의사》, 《정선》, 《제인 구달》 들을 쓰고, 《마법학》, 《여기는 산호초》, 《내 꿈은 엄청 커!》,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너는 작은 우주야》, 《나무》 들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그린이 : 이경국
아내와 두 딸, 진도견과 토끼와 함께 행복하게 살면서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합니다. 2008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었고 지금은 한겨레 그림책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린책으로는 《달려라, 빠방!》, 《책이 꼼지락꼼지락》, 《사람과 세상을 잇는 다리》, 《쓰레기가 쌓이고 쌓이면》, 《지구 마을 친구들에게 천 원이 있다면?》, 《봄의 여신 수로 부인》, 《검은 눈물, 석유》 등 여러 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