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반가이 만나려거든 / 그대여, 눈 쌓인 강촌(江村)으로 오게 // 저렇게 얼음 같은 뼈대이거니 / 전생(前生)에는 백옥(白玉)의 넋이었던가 // 낮에 보면 낮대로 기이한 모습 / 밤이라 그 마음이 어두워지랴 // 긴 바람피리 타고 멀리 번지고 / 따스한 날 선방(禪房)으로 스미는 향기 // (중략) 세상에 지기(知己)가 어디 흔한가 / 매화를 상대하여 이 밤 취하리”
위 시는 한용운 선생의 ‘매화 예찬’이다. 매화는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쓰고 그리는 글과 그림의 소중한 소재였다. 어디 글뿐인가. 매화를 그린 수많은 그림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매화는 봄(매화, 雪梅), 여름(난초, 蘭草), 가을(국화, 秋菊), 겨울(대나무, 靑竹)을 뜻하는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의 한 자리로 봄을 대변한다. 하루로 치자면 아침이 되는 셈이다. 아침은 하루 중 가장 짧고 분주한 시간이다. 인생에 비유하면 바쁘게 일만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굴곡지고 거칠다.
매화는 사군자 중에서 유일하게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가 바로 매실(梅實)이다. 우리나라의 5만 원짜리 지폐의 앞면에는 신사임당의 초상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월매도’가 그려져 있다. 곱고 향기로운 매화의 향기, 그리고 매실. 뼈 속까지 스며드는 혹한을 겪지 않고 그 어찌 매화의 향기와 매실을 탐하겠는가.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의 개수는 4,440개다. 이 산들 중에서 꽃 이름으로 지어진 산이 104개인데, 이 중 ‘매화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은 원주 매화산을 비롯해 홍천, 횡성(2), 진주, 합천에 걸쳐 6개나 된다. 매봉산이나 황매산, 매티재, 매화재 등 매화와 관련된 산과 고개들까지 합치면 12개에 이른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장전평리에 솟아 있는 매화산은 산의 형국이 매화꽃처럼 생겼다 하여 얻어진 이름이다. 매화산 지척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산이 홍천 봉화산이다. ‘봉화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전국에 걸쳐 46개로 ‘같은 이름, 다른 산’으로는 그 수가 가장 많다.
봉화산은 나라에 전란이나 큰 변고가 생겼을 때 산꼭대기에 봉화 불을 피워서 그 소식을 전국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던 산이다. 봉화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통신수단으로 그 시작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교통과 지형의 요지에 위치한 산꼭대기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리는 봉수군(烽燧軍)도 배치해 조직적으로 운영했다. 특히 조선 세종 때부터는 봉화가 가장 중요한 국가 통신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봉수대는 불빛뿐 아니라 연기로도 신호를 주고받았다. 봉화는 평상시에는 한 개, 적이 나타나면 두 개, 적이 경계에 접근하면 세 개, 적이 침범해 오면 네 개, 적과 교전할 때는 다섯 개를 피워 올렸다.
조선시대에 설치되었던 전국 600여 개의 봉수대는 함경도 경흥, 평안도 의주와 강계, 경상도 동래, 전라도 순천 총 다섯 갈래 선으로 연결되었고, 그 봉화가 집결하는 곳은 바로 임금이 있는 한양(서울)의 남산 봉수대였다.
장원막국수
순메밀 100%만을 고집하는 장인 정신
홍천 매화산의 산행나들목인 홍천읍 상오안리에 있는 ‘장원막국수’는 순메밀 100%를 고집하는 막국수집이다. 현지보다 서울이나 수도권 등 외지사람들에게 더 크게 알려져 있는 식당으로 주말이면 줄줄이 번호표를 받아 순서를 기다리기도 한다.
메밀가루만으로 면을 뽑으면 찰기가 없기 때문에 밀가루나 전분을 어느 정도 섞어 차지게 뽑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장원막국수에서는 그날 쓸 양만큼만 직접 제분해 주문받는 즉시 100% 메밀가루만으로 반죽해 면을 뽑는다. 밀가루나 전분을 일절 혼합하지 않기 때문에 면발에 끈기는 없지만 메밀 고유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메밀에 함유된 ‘루틴’이라는 물질은 혈관을 안정시켜 혈압을 내리게 해줌으로써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콜린’이란 물질은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예방해 주기 때문에 음주 전후에 메밀음식을 먹으면 간 해독에 도움이 된다.
장원막국수는 현재 서울(방이동)과 수도권(분당 서현, 파주 문발, 인천 영종도, 포천 광릉, 용인 수지)에 6개의 분점이 있고, 미국 LA에도 분점을 냈다.
창업주 정종문·이경희씨 부부는 2001년 가을에 식당을 열어 지극정성 외길을 걸어 온 것이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의 호사가들은 이 식당을 ‘강원도 막국수집 5선’으로 꼽기도 한다. 매주 화요일 휴점.
메뉴 순메밀 막국수 9,000원. 돼지수육 2만원. 녹두빈대떡 1만 원
전화번호 033-435-5855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길 62
명가닭갈비
홍천권 산행 해단식 장소로 제격
닭갈비라는 뜻의 ‘계륵(鷄肋)’은 후한서(後漢書)인 <양수전(楊修傳)>에 실려 있는 고사성어로 ‘먹자고 들면 별로 먹을 게 없고 막상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요즘 ‘닭갈비’는 토막을 낸 닭고기를 포를 뜨듯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재웠다가 갖은 야채와 달콤한 고구마, 쫄깃한 떡과 함께 볶아낸 음식을 일컫는다.
홍천에서 닭갈비를 전문으로 차려 내는 업소는 40여 곳, 그중 30여 업소가 홍천읍내에 몰려 있다. 홍천 사람들은 닭갈비는 춘천보다 홍천에서 먼저 만들어 먹었다고 주장한다. 1960년대 말, 읍내 신장대리에 있던 ‘두꺼비집’에서 지금과 같이 조리해서 팔았던 것이 닭갈비의 효시라는 것이다.
홍천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명가닭갈비’는 안주인 성재희씨의 상냥함이 소문나 단골손님이 많다. 좌식 테이블과 함께 의자 테이블도 있어 홍천권 산행 후 하산주 한잔 하며 해단식하기 좋은 장소로 챙겨둘 만하다. 주차에도 불편함이 없다.
메뉴 흑돼지오겹살
전화번호 033-432-9115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번영로12
양지말화로구이
홍천 명품먹거리의 도약, 전국 택배도 실시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밭이 변해서 바다가 된다’는 뜻이다.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하오안리, 이 마을이 바로 그런 경우다. 양평~홍천~인제를 잇는 44번국도변의 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작고 한적했던 마을에 이곳이 고향인 전명준(全明俊)·유영순(劉永順)씨 부부가 ‘양지말화로숯불구이’ 라는 식당을 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 마을은 널리 알려졌고 화로숯불구이는 홍천음식의 대표브랜드로 정착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양지말’은 ‘양지 바른 마을’의 줄임말인데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되었다. 홍천군청에서 펴낸 홍보자료에는 주소가 ‘양지말 먹거리촌’으로 기록되어 있다.
‘양지말 화로숯불구이’는 식당 주변을 아름다운 고궁의 뜨락 같은 정원으로 조성했다. 이 식당의 화로숯불구이는 돼지고기 삼겹살에 열 가지가 넘는 재료로 만든 양념을 섞어 재운 뒤 숙성한 다음 큰 무쇠 화로에 담긴 참나무숯불에 구워 낸다. 묵은 고추장과 토종 벌꿀을 사용해 돼지고기의 잡냄새를 제거한다. 업소에서는 5월부터는 전국 택배 배달도 할 계획이라 했다.
메뉴 화로숯불구이(국내 강원도산 200g) 1만2,000원. 막국수 7,000원
전화번호 033-435-1555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양지말길 17-4
가보자 토종순대국밥
저렴한 순대국밥을 24시간 내내 맛볼 수 있어
군 단위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은 전국 어느 곳이나 비슷하게 식당가가 조성되어 있다. 홍천버스터미널 동편 길 건너편 큰길가도 예외는 아닌데, 이곳엔 유난히 순대국밥집들이 많다.
그중에서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가보자 토종순대국밥’을 찾았다. 점심시간에 빈자리가 없어 오후 4시경 다시 찾아 갔다. 하지만 그때도 식당 안은 붐볐다. 순대국을 포장해 가는 손님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이유를 알 만했다.
메뉴 순대국밥 5,000원. 술국 1만 원
전화 033-433-1577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홍천로3길 8
잣이랑 콩이랑
홍천 잣과 콩이 만난 잣두부
솔방울처럼 생긴 구과(毬果)에 들어 있는 알맹이인 잣은 각종 요리의 고명으로 쓰이며 영양죽으로도 끓여 먹는다. ‘잣’이라 하면 으레 ‘가평’을 떠올리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잣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고장은 홍천이다. 조선시대 때 홍천 잣은 궁중에 진상되어 영양식의 재료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홍천읍 하오안리에 있는 홍천산림조합의 임산품유통센터에서는 홍천의 잣과 각종 산나물 및 약재를 구입할 수 있다.
이 센터 1층에 있는 ‘잣이랑 콩이랑(대표 한인숙)’에서는 잣 손두부 등 잣과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메뉴 잣두부전골·잣두부구이 각 6,000원. 모두부 5,000원
전화 033-436-9300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설악로 1283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
대한민국 한우의 자존심 홍천한우의 대중화선언
우리나라 식탁에서는 누가 뭐래도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으뜸으로 대접받는다. 소는 따뜻한 기후보다는 추운 기후에서 잘 견딘다고 한다. 강원도에서도 비교적 기온이 낮은 홍천이나 횡성에서 소를 많이 기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수한 혈통등록우만을 선별해 고품질 브랜드육으로 생산해 내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늘푸름홍천한우프라자(대표이사 신재영)’는 ‘2015 대한민국 명품브랜드대상’을 수상했고 홍천 최고의 한우전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신 대표이사는 상시 270두의 한우를 사육하는 ‘신장군농장’의 주인으로 홍천군 한우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 대표이사는 최고의 안전성과 고품질의 한우고기로 생산된 늘푸름홍천한우를 서울을 비롯한 경기권 도시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외지 손님들이 홍천으로 직접 찾아와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 영업의 기본방침이라고 했다.
손님들은 서울 고기값과 비교하게 된다는데, 생산지에서 유통과정을 완전 배제한 매우 싼 값에 최상의 고기를 먹게 되었다며 고마워한다고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한민국 한우의 자존심 늘푸름홍천한우의 대중화선언’이라는 기치 아래 ‘홍천한우양념구이’를 내어 놓았는데 대단한 인기라고 했다.
메뉴 늘푸름프리미엄등심세트(150g) 3만원. 늘푸름한우한마리(200g) 1만9,000원. 한우양념구이(200g) 1만9,000원
전화 033-434-9208
찾아가는 길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설악로 1265
홍천에서 만난 자랑스러운 산꾼 조병호 대장
산행도 봉사활동도 모두 모범생… 악기 연주도 능숙
홍천 산꾼들의 긍지는 대단하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명산’ 중 다섯 산이 홍천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홍천에 들를 때마다 많은 산꾼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 중 조병호(趙炳鎬, 55) 대장은 참으로 멋진 분이다. 산 아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어른들을 따라 나무하러 지게를 메고 산에 오른 것이 산과의 첫 인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인연은 50년 넘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조 대장은 한국등산학교 공직자반을 수료했고 대한민국공무원산악회 운영위원, 홍천군청산악회 등반대장, 구조대장으로 30여 년간 활동했다.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을 수십 차례 종주하기도 했는데, 장애인 직원을 포함해 10명의 등반대원 전원이 말레이시아의 키나발루(해발 4,100m)산을 등정한 것이 가장 감동스러운 추억이라고 한다.
스무 살 나이에 공직에 몸담고 36년간 홍천군에서만 봉직하면서 국민의 공복으로 건강한 표상을 보여 준 그의 발자취를 보노라면 존경의 대상으로 삼고 싶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농업과 축산, 관광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수많은 업적들을 쌓았고 그 공로들은 국무총리의 모범공무원 표창을 위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등 장관표창 5회, 도지사 표창 4회 등 수많은 수상경력이 잘 말해 주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과 노인복지 등 여러 분야의 봉사활동으로 받았다는 대한적십자총재의 표창이 돋보인다.
1996년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펼치고 있는 그의 봉사활동은 계속 이어져 이젠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시작하면서 이제는 후배들에게 프로급의 멘토가 되었고 요즘은 비박산행을 즐긴다고 했다. 산꾼으로 만난 조병호 대장이 여러 악기를 다루며 홍천무궁화 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뜻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