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댁
박수빈
세입자 여러분
이주 기한이 지나면 도시가스 수도 전기가 모두 차단됩니다
삽살개는 띠를 두른 담벼락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서랍장은 혀를 내밀고 있네요
냉장고는 가슴을 언제 여밀까요?
골목 전봇대는 재개발이라는 부귀영화를 상연할지
돌봄익스프레스 어디 가시거나 울울창창하십시오
함께 얘기 나누던 평상도 이제 고아가 되겠지요
젖병을 물며 이사 온 민이는 어느덧 담배를 피우네요
대문을 열면 뜨락에 옹기종기 숨 쉬는 장독대
분수처럼 퍼지던 호스의 물줄기
딸부잣집 치마폭의 웃음소리
풀벌레 우는 반지하까지
바람을 연주하던 붉은 숨결을 간직할게요, 부디
모란의 잎끝은 갈라져도 환호작약은 갈라지지 않습니다
매미의 내용증명
1. 배롱나무꽃 꼬깃꼬깃 피었습니다. 바닥에 뒹굴기도 합니다. 등걸은 여전히 맨살을 드러내고 줄기를 만지자 가지에서 맴맴맴맴 꼬리를 물고 말풍선이 터집니다.
2. 허물을 억지로 벗기면 기형이 되는 마당, 석양이 지기에 눈감으라 하지만 공평은 동의할 때 유지되는 질서, 밟힌 발꿈치 떠밀리는 형편입니다. 울다 지친 껍데기에 목청이 포도청입니다.
3. 진물을 껴안으며 소리 더 쨍쨍해야 하는 법 앞에서
4. 고시
사건 : 2023가148(6부)부동산가처분
발신인 : 머릿수건을 고쳐 묶는 일동
수신인 : 노량진8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집행권원 : 서울중앙지방법원2023카악802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