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산행기를 쓰려니 상당한 각오가 필요할 줄이야. 이전 산행기와 선배님들의 산행기를 뒤져보고 순서와 레이아웃을 참고해서 시작을 해 본다. 완전 새롭다.
산행일시 : 2022년 5월 7일. 토요일 당일산행
참석인원 : 자연, 하늘비, 내내태, 대간거사, 일보, 사계, 메아리, 산정무한, 은호, 해피, 무불
산행거리 : 약 16 ~ 18Km 추정
산행시간 : 8시간 2분
산행정보 : 덕거리 산행초입 (805.6m) - 분실물 찾기 (925m) - 보래봉 (1324m)- 회령봉 (1324m) - 하산
산행날씨 : 비 - 비 - 흐림 - 안개 - 햇살 - 바람 - 흐림
사진촬영 : 하늘비, 무불 (담당 사진사 영희언니 부재로 품질은 글쎄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서인지, 토요일 당일산행은 항상 부담이다. 부시시한 몸과 퀭한 눈 그리고 후줄그레한 등산복을 입고 새벽길 나선다. 지하철은 이미 붐빈다. 많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새벽을 시작한다. 나도 점점 또렷해 진다. 동서을 오지팀 전용 승차장에서 지각생 해피님을 태우고, 오지버스는 출발한다. 홍천 보래봉으로. 작년 가을에는 평창 보래봉이라 하였다. 홍천 휴게소를 들러 보래봉으로 가는 오지버스에서 위에 사진 처럼 100% 똑 같은 머리스타일과 옷차림으로 일보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지난 산행기 참고하려다 이 사진을 보고서는 뒷머리가 쭈뼛쭈뼛 하였다. 소름도 오르고. 우리는 어쩌면 같은 일상을 자주 반복하는 것인가? 이번 산행에 참석자들이 이 사진을 보고 얼마나 놀랄지 눈에 (다~)훤하다.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내린다. 경방기간이라 여러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신속히 산으로 녹아들어야 하는데, 비로 인해 오지버스가 분주하다. 배낭커버를 씌우거나, 우비를 뺐다 넣었다. 오지버스가 멈추자 재빠르게 들머리로 사라진다. 아주 깨끗하게 사라진다. 들머리 임도길은 편안하다. 너무나도 편안하다. 오늘 하루가 이랬다. 처음 부터 끝까지. 진짜.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에서 들머리로 곧장 오른다. 잡목과 가시풀들 그리고 벌목된 잔가지로 인해, 여러번 쭉 쭉 미끌어져 내린다. 비로 인한 극강의 미끄러움으로 인해 몇번이고 엎어지고 코박는다. 시작과 동시에 거지꼴이다. 오늘 산행은 하늘비님의 잃어 버린 그것들을 찾기 위한 목적 산행이기도 하다. 잃버린 것을 찾는 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특히 잃어버린 지갑이나 핸드폰을 찾았을때의 그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리라.
자작나무 숲에 잡풀이 우거진 곳에서 잃어버렸다는 그것들은 다른 주인을 찾아갔는지, 아니면 오래된 기억의 왜곡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충청도 엄친녀 하늘비님의 이미지가 나락을 떨어지면서, 같은 동향의 해피님의 집요한 설공이 시작된다. 급기야 자연두목님은 잃어버린것이 없을 시 하늘비님을 자작나무에 메달아 버리겠다는 섬뜩한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오지팀은 항상 희희낙낙한 산행팀이다. 딱 이거하나 빼고.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는 일. 대간거사님이 팀원들을 독려하지만, 해피님의 네거티브 발언에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와중에 오지의 황금손 메아리님은 이미 숲으로 사라졌다. 나는 안다. 어떠한 어려움과 척박한 상황에서도 메아리형님은 언제나 우리를 구원하신다. 하지만 한명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 간간히 여기 저기서 희망찬 탄성이 흘러 나온다. 산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고, 하늘비님의 고통을 덜어 주셨으니, 모두가 행복 충만해서 각자 해야할 일에 전념한다. 잃어버렸던 것이라고 무조건 다 가지지는 않는다. 적당히 잃어 버리고 또 잃어 버리고. 자연으로 두거나 그냥 모른채 하거나.
내내태님의 알들 (삶은계란)과 자연님 하늘비님의 과일들로 항상 부족하지 않은 간식이 있으나, 영희언니 소박한 간식이 없으니 무언가 허전하였다. 그렇지만 메아리님의 막걸리는 이 모든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는다. 이 휴식때 나의 막걸리잔은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였느나, 결국 나에게는 빈잔으로 돌아왔다. 오전 일찍 과제를 끝내고 나니, 앞으로의 홀가분한 산행이 기대된다. 기분이 홀가분 하니 배도 홀쭉해진 것 같다. 오늘 산 좀 타볼까나?
이제 보래봉을 오르자.
보래봉에서 조망을 감상하고 오후 산행을 예상해 본다. 오늘 줄 그은데로는 도저히 시간 상 안될 것 같고, 회령봉에서 완만한 능선으로 최대한 길게가서 인가가 없는 쪽으로 날머리를 잡아본다. 모두 이견은 없지만 나는 조금 아쉽다. 빨리 하산하여 상쾌하게 샤워하고, 맛있는 삼겹살에 더덕주를 빨리 먹고 싶다는 욕망도 크지만, 오늘따라 왠지 산속에 더 머물고 싶다. 내려오면서 자꾸 옆으로 또는 뒤돌아 본다.
자주 그렇듯 오늘따라 오룩스 맵이 나도 모르게 업데이트 되었다. 화면 디스플레이도 바뀌고. 메뉴에 카메라 버튼도 보이기에 군데 군데 오룩스 어플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런데 오룩스어플에서 찍은 사진이 내 앨범과 어떻게 연동되는지 모르겠고. 트랙저장 이후에 해당 트랙정보를 어떻게 사진과 상세히 다시 매치 시키는지를 모르겠다. 물론 자주 쓰고 또 쓰고 익숙해 지는 방법이 최고 이겠지만, 선배님들 다음에 오룩스 실전 사용법 좀 가르쳐 주시와요.
홍천에서 목욕하고 파레스가든에서 삼겹살, 봄나물, 더덕주로 즐거운 식사하고 5월 7일 산행을 마무리한다.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오지 않자 파레스 바깥 사장님께서 차타고 나가져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후식으로 나누어 주셨다. 단골이 좋다. 오지팀에 특화된 홍천 파레스가든. 두분 사장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오늘 잃어 버린 것들을 찾아서 다행이고 행복이었다. 우린 아직 잃어버린 동지들이 있고 또 찾아야한 신입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산행은 계속 되고 계속 되고 또 계속 되어야 하고.
첫댓글 이제야 오지산행 카페가 빛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매 주 산행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고 섬세한 산행기 덕분에 행복했던 어제가 다시
그려지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니 어찌 행복하지 않으리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오지팀입니다. 팀원들 모두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주인공이십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신 건가요. 완연한 봄이네요. 산행기도 매주 올려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이제 나갑니다. 양지로. 같이해요. 따뜻한 양지에서.
결국 찾았다는? 올해 곡괭이 4개 잃어 버리고 되돌아 가봐도 전혀 안보여 못찾겠던데?~ㅠㅠ
네. 찾긴 찾았습니다. 이미 다른 손을 타버려 많이 찾지는 못했지만 소박하게 저녁 반주로는 모자람 없었습니다.
@무불(지현수) 헐 그것?이 덕수니 ㅎㅎ
난 펀이나 지갑인줄 알았는디 ㅠ
@캐이 😀😀
능선이 완만하고, 바람도 살살 불어주니 산행하기가 그지없이 좋은 하루였습니다..ㅎㅎ
네. 그래서인지 산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었습니다.
산행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글발이 점점 살아나는 듯^^
오랜만이라 시간이 꽤 걸렸네요.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다음에는 산행위주로 써 볼까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