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18부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는 100조 개나 되는데 대부분 세포의 수명은 길어봤자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매일 매일 우리 몸의 일부가 죽고 일부가 다시 태어난다. 우리의 기억과 의식은 시간이 지나도 예전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몸은 확실히 그전의 것과는 다르다. 이처럼 죽음은 항상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삶이 죽음이요, 죽음이 곧 삶인 것이다. 이렇듯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존재한다.
우리는 모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임박해서야 죽음을 준비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미리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는 그러한 면에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한다는 상실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염려 그리고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이다. 먼저 우리는 인생에서 별로 잃을 게 없다. 성경에는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갈지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은 흥미로운 여행이다. 좀 길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여행이다. 인생의 여정을 처음 시작하는 인간은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며 낯선 세상과 마주한다. 향기로운 꽃밭과 흐르는 시냇물을 지나기도 하며, 가파른 골짜기와 높은 산을 지나기도 하며 때로는 험한 파도를 만나기도 한다. 여행의 재미는 일정에 없는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사건과 조우하는 것인데, 우리의 인생은 이러한 일들로 점철되어 있다. 당신은 자식들에게 기차표 하나를 끊어준 것 하나로 족하다. 그들을 염려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게 인생이라는 기차표를 끊어주신 부모님도 같이 여행을 하다가 이제 어느 역에서 홀연히 내려버리려고 한다. 애달프고 서럽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기차에 홀로 남겨질 나는 이제 어머니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때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죽음이 가장 큰 두려움은 세 번째일 것이다. 인간은 영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영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종교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종교를 모르고 죽는 사람은 훨씬 더 불행하게 죽어간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갔던 현자들이 모두 영적인 삶을 지양했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매 순간 죽음을 기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에 대한 자세가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았던 대부분이 인생의 공허함을 남긴다. 그러한 공허함에서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선을 다해 용서하도록 노력하고 베풀며,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다. 인생의 후회와 회한을 남기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는 삶, 내가 내려야 하는 기차역이 다가올 때 나와 함께 여행을 같이 해 준 사람들과 아름다운 작별을 준비하는 삶은 더욱더 그 의미가 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온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
- 스티브잡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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