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친척이지만 화려… 몸보다 두 배 긴 꼬리 깃털 가진 종류도 있죠
극락조
▲ 극락조는 번식철에 가장 화려한 모습을 한 수컷이 암컷의 선택을 받는 습성에 따라 화려한 외모로 진화했대요. /브리태니커
우리나라 대통령과 남태평양 섬나라 지도자들이 만나는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가 지난 29~30일 서울에서 열렸어요. 회의장에 걸린 참가국 국기 중 빨간 바탕에 노란 새를 그린 파푸아뉴기니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죠. 이 새는 극락조(極樂鳥)랍니다.
극락은 '더없이 안락해서 아무 걱정이 없는 곳'이라는 뜻이죠. 극락조의 영어 이름도 비슷한 뜻을 가진 '버드 오브 파라다이스(bird of paradise·천국의 새)'예요. 어떻게 이런 휘황찬란한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이 새 모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어요.
극락조과(科)에는 40여 종이 있는데, 하나같이 생김새가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파푸아뉴기니 국기에 그린 새는 '라기아나 극락조'인데, 머리 부분이 초록·노랑·검정 등의 깃털로 덮여 있고, 실처럼 가늘지만 아주 기다란 꼬리 깃털이 치렁치렁 드리워져 있어요. 윌슨극락조는 하늘색·노랑·빨강 깃털로 덮인 몸 뒤로 길고 두꺼운 두 꼬리 깃털이 동그랗게 돌돌 말려 있어요. 자기 몸의 두 배가 넘는 길고 두툼한 꼬리 깃털을 가진 극락조도 있고, 머리 쪽에 자기 몸뚱이보다 훨씬 기다란 깃털 한 쌍이 달린 종류도 있어요.
이렇게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인 극락조는 사실 모두 한 조상에게서 갈라져 나온 형제지간이라고 합니다. 까마귀와는 아주 가까운 친척이래요. 과학자들은 극락조가 이런 화려한 용모를 가진 것은 서식지와 짝짓기 습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발견된 극락조 대부분이 뉴기니섬에 살고 있어요. 호주 북쪽에 있는 뉴기니섬은 세계에서 둘째로 큰 섬인데, 울창하고 빽빽한 원시림이 있어요. 섬에 사는 부족끼리도 왕래가 쉽지 않아 이들이 쓰는 언어가 800가지가 넘을 정도예요. 이동이 어려워 고립된 환경에서 2000만년이 흐르는 동안 한 조상에게서 나온 극락조가 지금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한 것이죠.
수컷 극락조는 그 어떤 새보다 화려하고 현란한 구애 행동으로 유명해요. 수컷들은 번식 철이 되면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형형색색 깃털을 바짝 세우죠. 나무 위에 올라가서 춤을 추고, 울음소리로 암컷을 유혹하기도 하죠. 암컷은 대개 수컷보다 덩치가 작고 몸 색깔이나 깃털이 수수하거나 밋밋한 편인데, 구애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 뒤 가장 화려하고 당당한 수컷을 신랑감으로 고른대요. 이런 습성이 대대로 이어지면서, 수컷의 화려한 외모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뤄졌다고 과학자들은 말해요.
극락조의 짝짓기는 철저히 암컷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해요. 부모가 되면 수컷 대부분은 육아에 전혀 참여하지 않고, 암컷이 육아를 도맡는대요. 극락조는 16세기 탐험에 나선 뱃사람들이 발견해 처음 유럽에 알렸어요. 하지만 그전부터 뉴기니섬에 살던 원주민 부족들은 극락조의 깃털을 장신구 등으로 활용했대요. 극락조의 생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랍니다.
정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