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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거미줄에 걸린 곤충
무상(無常)의 바람
사람은 누구나 내일도 또한 오늘의 연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죽음을 평소에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고, 설사 생각한다고 해도 그 죽음이 당장 자기 자신에게 닥쳐올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없다.
몸이 건강하면 건강할수록 삶에 대한 집착이 모르는 사이에 사람의 마음을 독하게 물들게 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누구도 죽음을 모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무상의 바람은 그 누구의 차별 없이 불어닥쳐 오게 마련인 것이다.
인과의 순환은 어디까지나 평등한 것이며, 그리고 또한 그것은 자연이 만든 율법이기도 하다.
제한된 목숨을 사는 인생에서 고뇌라고 하는 무거운 짐을 어째서 사람들은 내려놓을 수가 없는 것일까, 역시 육체라고 하는 무거운 옷을 걸치고 있는가?
살아 있는 신념
나는 지금 교또의 이조성에 있다.
호화찬란한 대사원도 지금은 단순한 관광을 위한 구경거리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봉건시대의 유물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 삶을 누렸던 교또 쇼시다이의 영화의 자취가 엿보인다. 그 당시라면, 나와 같은 한낱 시민은 멀리서 바라다볼 뿐, 한치라도 성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들 권력자는 지금은 없다.
권력과 지위와 명예를 마음껏 누렸던 그들도 죽음이 찾아옴과 동시에 흙으로 돌아들 갔다.
흙은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지만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그들이 깨닫게 되기까지는 사라지는 일이 없지 않으리라.
권력이나 무력 속에서 단 하루도 평안함을 누릴 수 없었던 그들이었으니까, 그들은 그대로 산채로 지옥 속을 헤맸을 테고,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집착의 염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성을 이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낙성하기까지는 처자식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지나친 노동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 사람들도 많았으리라고 생각된다.
권력자는 서민의 고통을 희생으로 해서 살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죽음에서 모면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없었지만, 죽음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높이 쌓아 올린 성도 막대한 금은 보화도 죽은 뒤의 세상으로 갖고 갈 수는 없었다.
그들이 가져 간 것은 서민이 겪은 괴로움과 삶에 대한 집착뿐이었다.
교또에는 또 하나의 얼굴이 있었다. 권력과 나란히 신앙이 융성했던 도시였다.
가는 곳마다 사원과 불각이 세워져서 각 사문의 전당이 서 있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서 권력자들은 사라져 갔으나 신앙의 전당만큼은 지금도 살아 남아서 서로 패권을 다투고 있다.
불교의 시조였던 석가여래는 사원이나 불 각을 갖고 계시지 않았지만, 때가 지나고 장소가 바뀜에 따라서 큰절들이 세워져서 패권을 다투게 되었던 것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에 의해, 새로운 권력이 생겨나고 종파의 내부의 싸움은 보다 심각해져서 술책의 난무장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현재의 신앙은 바야흐로 완전히 화석으로 변하여, 사람들의 온갖 사념만이 절과 불각을 지탱하고 있다.
그것도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간신히 사원을 풍화로부터 방지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현재의 생활이 앞서게 된다.
불상이나 절은 내일의 운명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인생의 한 치 앞이 캄캄하므로, 사람들의 마음은 어느덧 살아 있는 신령님, 생불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 밑으로 달려가게 된다.
교또에는 살아 있는 신령님들이 도처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있다.
신앙의 성도인 만큼 옛 신앙은 뒤로 돌리고 새로운 종교가 한창 번창하고 있으니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조성에서 나와 어떤 살아 있는 신령님의 집을 찾기로 했다.
현관문을 여니까 향냄새가 코를 쿡 찌른다. 친구의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니 약간 넓은 홀이 있다. 그 홀 안에는 스무 명 가까운 신자들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잘 살펴보니까 홀에는 제단이 만들어져 있고, 그 제단 주위에는 과실이며 과자들이 놓여 있었다.
한가운데 손길이 닿는 곳에 수북하게 시주 돈이 든 봉투가 쌓여 있었다.
제단의 신불은 어떤가 하고 보니까, 여의윤관음.부동명왕.아미타여래.애염명왕, 게다가 흥법대사의 상까지 안치되어 있었다.
이렇다할 만한 불상은 모두 제단중앙에 놓여져 있으니 이곳의 살아 있는 신령님들 가운데 으뜸 가는 신령인 모양이다.
등불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방안이 어두운 탓인지, 부동명왕의 눈초리가 유난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현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 집의 이상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집도 작고 신자의 수효도 많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평일이기 때문에 신자의 모임이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는 이곳 선생님의 덕분에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말 신령님의 덕분입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중념의 얼굴이 흰 부인이 필자 옆에 앉아 있는 염주를 가진 초로의 부인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저는 오오사까에서 왔습니다.
오늘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서 당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부탁을 드리면 좋겠습니까?"
"저희 선생님은 무엇이나 내다보시고 계십니다.
당신이 가장 걱정하고 계신 것을 물어보시면 대답해 드립니다."
이 부인은 신자일까?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살아 있는 신령님의 제자인 것일까?
얼굴이나 옷 입은 모양을 보면 유한마담 같은 그런 타입이었다.
무엇이고 내다보시는 살아 있는 신령님에게 제일 걱정하고 있는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떻게 된 영문일까?
내다보신다면 그 걱정하고 있는 일을 알아 맞추어서 해결해 주는 게 원칙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곳의 신령님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을 찾아 온 이유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맹신자나 관신자를 만들어 가는 것인지 그것을 알고 싶어서 구경하러 온 것이었다.
알아 맞추는 것이라면 동물령도 마왕도 할 수 있다.
모인 신자의 거의 전부가 중년의 부인들이었다. 얼굴빛도 좋지 않고 고집 센 인상들이었다.
지금 여기 모여 있는 몇 명의 신자들의 모습만 보아도 이승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하나에서 열까지 살아 있는 신령님을 의지하고 있는 타력신앙이 분명했다.
교조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제단 바로 옆의 장지문이 열리고 여성에게 손을 잡혀 인도를 받아 제단 앞에 조용히 앉는다.
나이는 45세 가량, 머리를 빡빡 깎았으며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하고 옷은 흰옷을 입은 행자차림이다.
제단을 향하여 손뼉을 친다.
작은 소리로 주문을 외우고는 두 눈을 감은 채 우리들을 향해서 앉았다.
검은 안경을 끼고 있었다. 교조는 아마 장님인 모양이었다.
오오사까에서 찾아온 초로의 부인이 제단 앞에 나가 우선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올해 열 여덟 살이 되는 큰아들은 야마다 미찌아끼라고 합니다만 노이로제에 걸려서 자기 방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오지를 않습니다.
낮에는 축 늘어져 있습니다만 밤이 되면 기운이 나서 혼자서 떠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부인은 살아 있는 신령님에게 두 손 모아 이렇게 호소했다.
살아 있는 신령님은 그 말을 듣자 또다시 제단을 보고 돌아앉더니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야심경>을 낭송하는 것이었다.
조금 전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는데 때와 장소에 따라서 경문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 모양이었다.
제단에는 가지가지 신불을 모셔 놓았기 때문에 기도하는 말도 가지가지인 모양이다.
살아 있는 신령님은 우리들을 향해 다시 돌아앉았다.
얼굴은 붉은 빛을 띄고, 새빨갛다.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염주를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 순간, 줄이 뚝 끊어져서 방바닥 위에 염주가 굴러 떨어졌다.
부인은 이 모습에 놀라서 얼굴을 방바닥에 붙이고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
살아 있는 신령님의 몸을 수호령이 지배한 것이었다.
"으르릉 으르릉..."
마치 사자나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으로서는 무엇이 무엇인지 통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살아 있는 신령님은 손에 든 염주를 하늘높이 집어던졌다.
신령님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주위에 있던 신자는 신령님이 화를 내는 것이 두려워서,
"신령님, 제발 우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방바닥에 이마를 붙이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모양 같았다.
내가 이곳 신을 믿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령님이 입을 열었다.
"나는 부동명왕이다.
너희들 하나 하나를 지켜 주려고 해도 열심히 기도를 올리지 않는다.
이 못된 것들 같으니라구.
나를 믿지 않는 자는 여기에서 떠나라. 여기에서 떠나라."
방안이 떠나갈 듯한 큰 소리였다.
신자는 울면서 사과를 하고 있었다.
오오사까에서 찾아온 부인은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을 따름이다.
살아 있는 신령님의 몸은 새하얀 여우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보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친구가 나의 무릎을 오른손으로 쿡쿡 찌른다.
그리고는 오른쪽에 있는 부인을 손으로 가리켰다.
부인을 보니 몸이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 부인은 앉은 채로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마치 기계장치를 한 장난감처럼 마구 뛴다.
보통 경우 믿을 수 없는 일이 이곳에서는 아무런 이상한 느낌이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오래 된 신자로서 이곳에서는 이미 간부의 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깡충깡충 뛰면서,
"아 고마워요, 고마워!"
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신령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부인의 뒤에는 이 역시 여우가 지배하고 있었다.
여우의 영이 사람의 몸을 지배하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진다.
요즘에는 텔레비젼에서 행자나 수험자들이 시청자가 눈길을 돌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일들을 하고 있는데 대개는 이러한 동물령이 등뒤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계속하고 있노라면 머지 않아 몸이 엉망이 되어 비참한 죽음을 맞게 마련이다.
"고마워라, 고마워!"
여기저기에서 합장한 신자의 손이 위 아래로 움직이며 고함소리가 일어난다.
이 세상일 같지 않은 무시무시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오오사까에서 온 부인은 조심스레 얼굴을 들고 이 광경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의 유한마담이 부인의 귀 곁에 입을 대고,
"자아 부동명왕님에게 한 번 여쭈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
틀림없이 좋은 대답이 있을 겁니다."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부인은 또다시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신령님은,
"응, 알았다. 너의 조상이 천도가 되지 않아서 아들에게 영장이 생긴 거다.
공양이 모자란다. 공양을 해야 한다."
"공양이라고 하시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 것입니까?"
부인은 아직도 떨고 있었다.
"공양이 무엇이냐고 그런 것을 나에게 묻는가?
경을 읽어 드리는 거다."
부인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생각에 잠겨 있으니까,
"모르겠느냐?
공양을 하란 말이다. 조상에게 독경을 해 드리란 말이다."
하고 신령님은 더욱 큰 목소리로 마구 고함을 지른다.
"네, 네, 알았습니다. 공양하겠습니다."
신령님이 사나운 어조에 놀라서 부인은 이렇게 대답을 했다.
"정말 알아들은 거겠지 응?"
"네, 잘 알았습니다.
알기는 알았습니다만, 아직 조금 모르는 게 있는데요."
"뭐? 모른다고? 모르는데 어째서 알았다고 대답했지?
나를 우롱할 생각이냐?
너에게 벌이 내린다. 그래도 좋으냐?"
부인은 당황하여,
"아니 그것은 곤란합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하고 이마를 방바닥에 바싹 갖다 붙이고 엎드린다.
"자식은 구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라.
공양은 내가 해주겠다. 다만 믿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믿는 마음만 갖는다면 너의 아들은 좋아진다. 알았느냐?"
신령님의 태도는 갑자기 얌전해지면서 사뭇 만족해하는 태도였다.
화도 내고 타이르기도 하고 아주 자유자재였다.
설사 신령님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화만 내고 있다면 누구나 두려워 할뿐 따르지는 아니하리라.
우선 두려움을 상대에게 갖게 하고 그 뒤에 이번에는 신자를 붙잡아 두는 회유책으로 나온다.
신자에게 있어서는 이치보다는 자식의 병을 고쳐 받으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니까 고쳐지면 마음이 편안해지게 마련이다.
이곳 신령님도 그런 요령이 아주 좋은 게 분명했다.
"검사합니다.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부인은 핸드백에서 종이에 싼 것을 살그머니 신령님 앞에 내어놓았다.
신령님 곁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이 종이뭉치를 받자,
"신령님 받았습니다."
라고 절을 하고 제단 앞에 올려놓았다.
이것으로 한 건은 해결이 된 것이었다.
이어서 35세쯤 되어 보이는 양장한 부인이 제단 앞에 나왔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고 싶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신령님은 말했다.
"너희 집 하수도가 막혀서 더러워져 있다. 터줏대감이 화를 내고 있다."
"하수도라지만 어느 하수도인가요?"
"너는 하수도가 뭔지도 모르느냐?
나는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나는 터줏대감이다.
어째서 그렇게 더럽게 하고 있지. 너의 어머니는 무신론자군.
그래서 벌이 내린거다. 이곳으로 데리고 오너라. 잘 가르쳐 줄 테니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까의 흰여우이다.
"네 알았습니다. 곧 어머니에게 말씀드려서 모시고 오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병을 고쳐 주십시오."
"응 너는 온순해서 좋다. 마음에 들었다.
꼭 데리고 오너라. 오면 병은 곧 낫는다."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두 가지 일이 끝난 셈이다
이어서 오오쓰에서 왔다는 50세 가량 되는 부인이 나왔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뵙고 싶습니다.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청원을 했다.
산신령님은 제단을 향하여 무엇인가 기도를 드리고 있다.
합장한 손이 위 아래로 움직이자, 흰여우가 나가고 나이 막은 주름살 투성이의 사나이가 산신령님으로 옮겨와 지배를 했다. 악령이다.
"나는 아라오다. 응 괴롭다. 괴로워.
물을 다오. 물을 한 잔 다오."
부인은 급히 일어나서 젊은 여성으로부터 컵의 물을 받자,
"할아버지, 물 여기 있습니다." 하고 신령님에게 주었다.
산신령님은 단숨에 물을 마셔 버린다.
"할아버지, 천국에서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천국이라고? 얘야 그렇게 간단하게 천국에는 갈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어두운 잿빛 세계에 있다.
뱀이니 여우니 오소리가 잔득 있는 기분 나쁜 곳이다.
도깨비도 있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은 없다.
여기서 수행을 하지 않는 한 천국에는 가지 못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스님으로서 일생동안 도를 닦으셨는데 어떻게 그런 어두운 세계에 계십니까?"
"그것은 너희들도 마찬가지여서 여기서도 수행이 필요한 게야.
나는 말이다. 매일 닦는 엄한 수행도 견디어 왔기 때문에 여기서도 견디고 있는 게다.
너희들도 엄한 수행을 견딜 수 있도록 수행을 닦아 두어라. 알겠느냐?"
하고 기침을 하고 있다.
부인은 산신령님의 등뒤로 돌아가서 어깨 근처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아직 몸이 좋지 않으십니까? 꽤 기침을 하시는 모양인데요."
"응, 아직 몸이 좋지가 않다.
빨리 몸을 고쳐서 건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여간해서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할아버지, 빨리 몸을 고치셔서 저희들을 지켜 주십시오."
"지켜 주고 싶지만 나야말로 큰 일이다. 괴롭구나!"
"할아버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건 말씀해 주십시오."
"응, 괴롭구나. <반야심경>을 읽어다오. <반야심경>을 읽어다오."
"알았습니다. 반야심경을 열심히 낭송해 드릴 테니 빨리 건강해지십시오."
이렇게 말을 끝내자 기침이 심해졌다.
육체를 빌려주고 있는 산신령의 몸이 앞뒤로 흔들리면서 몹시 괴로워하는 태도다.
기침이 더 한층 심해지더니 악령은 산신령의 몸에서 떠나갔다.
살아있는 신령님은 제단 앞에서 모로 쓰러졌으나 아직도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동물령과 악령이 몸에 계속 들어오는 것이니까 몸이 몇 개 있어도 모자란다.
살아있는 신령님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얼굴과 이마에는 구슬땀이 돋아 있었다.
살아있는 신령님은 의식을 빼앗긴 듯, 여간해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신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심해졌다.
이마의 땀을 닦는 사람, 허리와 다리를 주무르는 사람, 그 주위에서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는 사람 등 소동은 커져 갔다.
"당신이 그런 악령을 부탁드린 게 잘못이예요. 선생님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다니!"
오오쓰에서 온 부인에게 유한마담이 시비를 걸어왔다.
10분쯤 지났을까 할 무렵, 산신령은 간신히 일어나더니,
"아, 아주 혼이 났는걸. 몸이 아주 무거워지고 숨이 막힐 뻔했다."
하며 목덜미에 손을 가져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생님 면목없습니다. 이제부터 조심하겠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오오쓰에서 온 부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맹신의 무서움
선생님이라고 불리운 산신령님은 이미 이때에는 여우도 악령도 빙의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그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선생님은 자기 자신을 되찾자, 뭔지 즐거운 듯이 방에서 나갔다.
그가 나가자 넓은 방에는 길고 좁은 테이블이 놓여지고, 과자니 과일이니 진수성찬이 그 위에 놓여졌다.
선생님은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자, 모든 사람 앞에 다시 나타나서 제단 앞에 앉았다.
부인 신자들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하여 테이블을 앞에 놓고 앉았으나, 아무래도 선생님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 같았다.
"오늘은 재미없다. 너희들 가운데 나를 원망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업신여기고 있는 놈들이 있다.
믿지 않는 자들은 이 자리에서 나가라!"
오래 된 신자가 나의 얼굴을 돌아다보았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대부분은 산신령님과 같은 족속이라고나 할까, 새로 들어온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누구냐? 나가라. 믿지 않는 놈은 썩 나가지 못할까!"
다시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더니 테이블 끝을 쳐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음식을 뒤엎고 말았다.
신자들은 놀라서,
"선생님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그 자리에 엎드렸다.
교조는 눈을 치뜨고, 노기 띈 얼굴로 다른 방으로 가 버렸다.
그러자 바로 유한마담이 나의 옆으로 다가왔다.
"당신, 처음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죠?
선생님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요?
선생님을 화나게 만든 건 바로 당신이예요..."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단정하고는 흥분하고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별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산신령님을 만나러 온 것만으로, 나 때문에 화를 내다니 이상하군요.
당신은 사람의 마음속을 알 수 있습니까?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고, 그래 가지고 무슨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 겁니까?"
유한마담은,
"하지만 당신이 없다면, 선생님은 저렇게 화를 내시는 일이 없었거든요."
라고 말하면서 다시금 흥분하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히 말했다.
"여러분이 정성껏 만드신 음식을 뒤엎어 버리는 게 하느님의 사랑입니까?
그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여러분은 자기 자식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맛이 없다고 뒤엎어 버립니까?"
"선생님은 화가 나시면 옆에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던져버리십니다.
신령님이 하시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 분은 사물을 분별할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저는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당신 집에서도 이곳의 신령님이 하시듯 행동을 하십니까?"
"아니오, 집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그럴 테죠. 신령님이 노하다니 우습지 않습니까?
사람은 모두 장님입니다. 내일의 생명조차도 알 수 없으면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장님인 인간에게, 신이 무자비하게 마구 화를 낸다면 그 신령님은 진정한 신령님이라고 할 수 없군요."
"당신은 이곳에 무엇 때문에 온 겁니까?
이제 돌아가세요. 이론만 떠벌리고..."
나는 이 이상 이곳에 머물면, 그들을 흥분시킬 뿐이며, 혼란을 더하게 할 따름이라는 걸 알자, 친구와 둘이서 그곳을 떠났다.
이미 보아온 것처럼, 이곳의 신령님은 대단한 신령님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그야말로 선생님이라고 부리는 산신령님도 신자도 그 실태를 알고 있지 못하다. 이와 같은 종교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지금은 갖가지 종교가 난립하고 있다. 그 수는 몇십만이나 될 것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조상을 공양해 주는 비용이니, 사례금 또는 페인트를 신자에게 억지로 사게 하여,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긁어내고 있다.
하느님이 사례금을 강요하게 된다면 이미 끝장이다.
이곳의 교조의 배후에는 마왕이나, 여우가 빙의 되어 있고, 신자를 먹는 콩으로 여기고 있다.
머지 않아서 선생님으로 불리는 산신령님도 신자를 제물로 삼듯이, 마왕이나 여우의 제물이 되고 말 것이다.
가엾게 여겨지지만 하는 수 없다.
이곳에서 교조의 빙의령을 제령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 까닭은 교조 자신이 자기에게 빙의 되어 있는 영이나, 혹은 자기 자신은 신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내 사무실을 찾아오는 교조 후보자(?)는 이렇게 일가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교조로 앉아서 기반을 닦은 사람을 강제로 제령 시키면, 본인의 몸이 지탱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의식이 되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되기 때문이다.
믿는다는 건 그렇듯이 강한 것이며, 잘못된 신앙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더구나 신앙이라고 하면 대개는 하느님을 믿는 신앙심을 연상하지만 권력이나, 지위. 명예. 재력.
사상이나 주의만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도 이와 같은 신앙인과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지옥으로 직행
한편 나는 산신령님의 사람됨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보았다.
어떻게 해서 그가 이와 같은 살아 있는 신령님으로 둔갑하게 되었는가를....
교조인 오까무라 다까모도는 교또 출신이었다.
네 형제 가운데 둘째 아들로서 가난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부모는 생활에 쫓겼다. 부부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아서 항상 말다툼이 그치지 않았다.
다까모도가 네 살이 되던 해, 감기가 원인이 되어서 고열로 인해 의식불명이 되었다.
모친은 정성껏 치료를 해 주었지만, 이 병으로 해서 다까모도의 시력이 약해져서 결국은 장님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두 눈은 보이지 않아도, 치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을 마음에 비춰 볼 수 있었다.
"어머니, 나 참 이상해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어요.
어머니 이상해요."
어머니 미쓰요는 자기의 부주의로 아들의 두 눈이 멀게 된 것을 깊이 뉘우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정말이냐? 정말 보여?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냐."
그녀는 아들의 감겨진 두 눈을 보면서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어 눈물을 떨구었다.
"어머니 정말이예요. 정말 잘 알 수 있어요. 신령님으로부터 새로운 눈을 받았나 봐요."
미쓰요는 아직 어린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신불에게 기도를 했다.
제발 아들의 두 눈이 먼저와 같이 보여지게 하여주십사 하고.
다까모도는 아무리 보인다고 해도 변소에조차 혼자서는 갈 수가 없었다.
이래 가지고서는 보인다고 할 수가 없었다.
미쓰요는 아들의 장래가 걱정이었다.
"여보, 다까모도를 훌륭한 의사에게 보여서 수술이건 무엇이건 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대학병원은 어떨까요?"
아버지인 야쓰오는 싸구려 담배를 피우면서,
"응 어떻게 해 주고는 싶지만 문제는 돈이야.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더 이상은 나를 괴롭히지 말아요."
하고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
미쓰요는 남편에게 의논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아버지, 눈만 좋아진다면 그 애의 장래는 걱정할 게 없습니다. 어떻게 도와주세요. "
하고 친정 식구들에게 의논을 했다. 그리하여 어떻게 돈은 마련이 되었다.
아들을 데리고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었다고 했고 선천성의 것이라고 치료를 중지하고 말았다.
미쓰요는 단념을 하지 않고, 명의라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아들을 데리고 가서 눈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어디에 가도 치료는 되지 않았다.
다까모도의 두 눈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뜰 수가 없었다.
미쓰요는 다까모도의 누이동생을 낳자 눈에 띄게 몸이 쇠약해져서 두 눈이 보이지 않는 아들을 남겨 놓은 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다까모도가 열 살 되던 해의 일이었다.
오직 어머니에게만 의지하고 있던 다까모도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른하늘의 벼락과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꾸 흐느껴 울기만 했다.
이 무렵부터 그의 마음속에 신앙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집안에 아무도 없으면 불단의 위패 앞에 두 손을 모은 채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 있었다.
그러한 그였지만, 성장함에 따라서 그 성격이 점점 난폭해졌다.
형이나 누이를 괴롭히기가 일쑤였다. 형이나 누이들은,
"장님인 주제에 왜 그리 건방져! 좀 얌전해지라구."
"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눈은 보이지 않지만 형들이 무얼 하는지 다 알고 있단 말야.
나를 괴롭히면 그냥 두지 않을 테야."
맹아중학교 학생 시절의 일이다.
친구들과 나쁜 짓을 자주 해서 학교에서도 그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 안마와 침술을 배우는 학교에 다녔다.
그리하여 마침내 국가시험에도 합격해서 시술사가 되었는데, 그의 입장으로서는 시술만으로는 마음에 차지 않았다.
영감을 얻으면 치료 효과는 보다 올라간다.
그는 교회에도 다녀보았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했다.
잘 맞춘다는 신흥종교의 교조들도 찾아가 보았다.
여기저기 헤매는 동안에 기무라 야예라는 여자행자의 제자가 되어서 그곳에서 지도를 받게 되었다.
야예는 젊어서부터 산 속에 들어가서 수도를 하여 영능력을 얻었다는 보기 드문 행자였다. 이미 나이는 지긋했다.
다까모도는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영감을 얻고 싶었다.
야예가 얻은 영능력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경문이며 기도하는 방법을 점자로 고쳐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갔다.
그는 스승 앞에서는 저자세였으나 스승이 없으면 거만한 태도를 취하곤 했다.
한 번은 야예가 다까모도에게 이야기했다.
"다까모도, 너에게는 예의라는 게 없다.
장님이면서 선배의 흉을 볼 뿐만 아니라,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른다.
너는 오늘로서 파문이다.
야예는 강한 말투로 다까모도를 꾸짖었다.
"흥, 나는 너를 스승이라고 생각지 않고 있다.
저자세로 나가니까 건방지게 구는구나.
신자들로부터 돈이나 긁어내고, 뭐가 신령이고 부처냐! 오늘로서 나는 나가겠어!"
스승도 지지 않았다.
"뭐야, 이 장님녀석이. 너 따위는 벌을 받아서 뒈져야 한다. 어서 나가거라!"
이리하여 다까모도는 스승인 기무라 야예에게서 뛰쳐나왔다.
뛰쳐나오긴 했으나 스승과 같이 영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안마와 침을 놓으면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다까모도도 야예도 과연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인 인물들이다.
신자들이 모이면 불평과 욕망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마음속의 평화라는 것은 아예 약에 쓰려고 해도 그들에게는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평화보다도 영능력을 통하여 자기의 욕망만 채워지면 되는 것이었다.
신도 부처도, 그 욕망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신도들 사이에 노여움이나, 권력이 판을 치고 신자들끼리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자가 있을 경우, 그것은 악령의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교단이나 도인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악령이 그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하느님의 이름으로 불가능한 약속을 하거나, 부적이니, 교단에서 발생한 잡지를 신자들에게 강매시키고 있는 사람도 올바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지도자의 언어와 행동이 늘 변하기 쉽고, 자기에게만 편리한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경우도 조심을 해야 할 일이다.
교의를 해석하는 게, 그때 그때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도자에게 일관된 지도이념이 없다는 것이며, 지도이념이 기분이 따라 변한다면, 그것은 이미 종
교라고 말할 수 없다.
종교의 종이란 글씨는 < >에다 < >라고 쓴다.
< > 는 대우주 바로 그것이며 자연계가 시대와 더불어 자꾸자꾸 변화한다면, 지상에서의 생물의 존재는 불가능할 것이며, 인류는 오래 살아 갈 수 없다.
그렇게 때문에 대자연의 변함없는 순환, 조화의 중도야말로 우리 인류 생활의 본연의 자세이며, 대자연은 그것을 보여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란 대자연의 조화된 모습이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 생활방법은 인도의 석가나 사랑을 말한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통하는 것이다.
다까모도는 이런 것을 알 까닭도 없으며 그의 마음은 오직 영능력을 얻어서 사람들 위에 서 보겠다는 야망으로 가득하였다.
그는 안마와 침을 놓으면서 인생상담을 해 주었다.
이상하게도 끼리끼리 모인다는 속담처럼, 그에게도 한 사람, 두 사람씩 신자가 모여드니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그는 굽신 거리고 비위를 맞췄다.
다섯 사람, 열 사람, 서른 사람, 쉰 사람 모여드는데 따라 어렸을 때부터의 고집과 사람을 사람으로 알지 않는 교만 방자한 생각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서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는 신자들을 협박하게 되었다.
떨어져 나가는 신자들도 있었으나, 벌을 두려워하여 그에게 매달리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또한 영감은 열이면 일곱 정도는 맞았었다.
그에게 빙의 되어 있는 악령이 뒤에 버티고 있고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바라다보고 있는 것이니까, 맞지 않는 편이 오히려 이상하다.
이와 같은 일이 신자를 매어 두는 요소가 되어 있었다.
원래 그의 신자는 타력신앙의 전형 같은 것으로서 그 대부분이 여성이며, 그것도 중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었 다.
남편과 사별한 사람이나 시어머니와의 불화, 남편의 외도, 가정 불화가 그치지 않는
다는, 말하자면 고집이 센 여성이 태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행한 원인이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그녀들은 자기의 불행만을 슬퍼하고 항상 그 책임을 남에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다까모도에게 붙어서 신령님의 말씀만 들을 수 있다면 임의적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 모양이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이라도 칭찬을 받는다면 마음이 흔들리는 그녀들에게는 다까모도는 다시없는 의논상대이며 장님이긴 하지만 얼핏보아서 사나이다운 기골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다까모도는 이리하여 살아 있는 신령님이 되었고, 교조가 된 뒤로는 안마나 침 놓는 일은 뚝 그치고 말았다.
주로 인생상담과 신령님의 계시만으로 충분히 살아 갈 수 있었고, 자아를 만족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불만은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었으므로 이치를 따지는 남자들 가운데서는 신자가 적었다.
이것이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내가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더 이상 구제할 수 없는 악령의 포로가 되어 거미줄에 걸린 곤충 신세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악력 (2) - 다카하시 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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