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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것도 서럽도록 착한 인간이 거기에 있기에...
누군가 그랬다. "가난은 무기징역과 사형 사이의 언도되지 않은 형벌" 이라고...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형벌보다 더 큰 고통의 무게로 인간을 버겁게 만든다.
40여년 사진인생 줄곧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의 편에서 그들도 우리의 서럽도록 착한 이웃임을 알리고 그들을 대변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사진으로 무언의 항변을 한 사진가가 있다.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산증인, 최민식 선생님(74)을 만나 그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먼저 옥관문화훈장(2000.10) 서훈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최민식 : 국가에서 주는 상이니 나로서는 참 영광이죠. 지금껏 사진계에서는 다섯명만 수상을 했어요. 현역 작가로는 처음이구요. 열심히 하니까 주는 모양이예요. 근데 내심 예술상이 탐나더라구요. 그거는 상금이 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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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시작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최민식 : 1955년 미술 공부를 하려고 일본으로 밀항을 했어요. 주간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동경 중앙 미술학원에서 공부를 했는데 어느날 헌책방에서 스타이켄이 편찬한 "인간 가족전" 이란 작품집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죠. 그때부터 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었죠. 중고 카메라로 촬영하고 친구암실에서 작업을 하곤 했죠. 그때부터 사진을 독학으로 공부 했어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소위 시대의 밑바닥 현장만 쫓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민식 : 내 사진의 사람들을 통해서 동정심이나 호기심을 유발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단지 그들의 가난하고 남루한 모습뒤에 숨어있는 희망과 가식없는 표정에서 그들도 이 사회의 이웃임을 깨닫게 하고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가난의 굴레에 대해서 사회를 향해 무언의 고발과 비판을 하는 것이죠. 난 내 사진을 통해서 사회가 좀 더 평등하고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사회를 변화시킬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구요.
-선생님의 사진은 선생님의 성장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나요? 최민식 : 물론이죠. 내가 가난하지 않았고 또 지금 가난하지 않다면 아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거예요. 어릴적 불구자였던 아버지는 도장 파시는 일을 하셨고, 집에서 농사를 지으면 반년 정도 밖에 먹지 못했어요. 농사가 싫어 고향을 떠났는데 생계를 위해 지게꾼, 공장직공, 식당직원, 넝마주이등 많은 일을 해야만 했어요. 이런 고통 때문에 사진에 대한 사상과 체험을 습득할 수 있었어요. 가난한 사람을 카메라를 통해 보고 있노라면 나의 자화상이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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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넘는 선생님 작품활동의 밑거름은 무엇이었나요?
최민식 : 다방면에 걸친 공부와 체험이죠. 사진을 하려면 음악, 미술, 철학등 다른 방면의 예술을 이해 해야만 해요. 다른 예술작가들의 생애와 사상을 배워야 사진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체험이예요.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를 해야 하지요.
-각각 개성과 자존심이 있는 사람을 촬영하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최민식 : 리얼리즘 사진의 생명은 진실성과 사실성이니까 먼데서,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찍어야만 해요. 처음엔 마찰도 많았고 봉변도 참 많았어요. 멱살을 잡힐때도 있었고, 초상권 침해로 법정까지 간 일도 있구요. 근데 이젠 나름의 비법이 생겨 별 문제 없이 촬영을 해요.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친근감과 그지없는 애정이 있어야만 해요.
-선생님의 사진이 주는 감동과 절망에서 희망을 도출해 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최민식 : 브레송은 "대상과 빛,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 셔트를 누른다" 라고 했어요.우선 비연출, 스넵사진을 통해서만 사실성과 현실성, 현장감을 나타낼 수가 있죠. 그리고 많은 공부를 통해 지식과 의식, 사상이 가져야 해요. 즉 현장의 진실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지적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이 모든 것이 조화되고 상대를 제대로 이해 했을때만이 보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사진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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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예전보다 사람들의 삶의 환경이나 방식이 많이 변했습니다. 이는 선생님의 창작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최민식 :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가난이 많이 없어진건 사실이죠. 그러나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아요. 어려운 상황을 찍는 것 뿐만 아니라 찾는 것도 나의 일이죠. 최근 들어서는 도시 빈민뿐만 아니라 농촌의 어려움이나 세계의 난민(인도, 네팔, 말레이시아등)들을 촬영하고 있어요. 창작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죠. 금년에는 아프리카 난민 촬영을 계획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힘에 겨웠던 시기는 언제였나요? 최민식 : 역시 군사 독재 시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그들은 내 사진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어요. 가난한 사람만 찍으니까 ... 외국의 전시회 초청을 받아도 여권이 나오지 않아 못가고 사진집도 세 권이나 판금을 당하고 한 권은 페이지 삭제까지 당했어요. 돈줄을 막으려고 잡지투고, 대학 강의도 못하게 했어요. 참 경제적, 정신적으로 어렸웠던 시기였는데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분발하곤 했어요. 그리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벼텨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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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 크셨을 텐데.. 창작활동의 비용을 어떻게 충당 하셨나요.?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는 어떻게 구하셨나요.
최민식 : 창작비용 때문에 이것 저것 팔고 집도 옮겨 다녔어요. 개인적으로 가진건 없어요. 근데 작품 활동에 있어선 주변에서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나를 도와 주시던 친척이 있었는데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카톨릭에서 도와 주고 또 어려워지면 내 작품을 인정해 주는 다른 복지가들이 나타나고.. 아무래도 이 일은 하느님이 나에게 내려주신 업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처의 고생이 컸죠.. 자식들도 그랬고.. 이제는 포기한 것 같아요(웃음). 이젠 자식들도 다 자립했고, 이 나이에(74세) 카메라매고 많이 걸으니까 건강을 유지할 수 있거든.. 그래서 괜찮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던 작가는 누구인가요? 최민식 : 유진 스미스예요. 그의 사진세계는 시련의 과정속에서 영혼이 순환되며 삶의 진실이 끝없는 깊이로 심화됨을 보여주죠. 그의 주심 테마는 항상 "사랑" 이었어요. 그리고 "카메라에 의한 평화주의자"로 불린 워너 비숍과 인간내면의 진실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간 여류작가 '도로시어 랭'의 영향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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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는데요..
최민식 : 내 사진이 낡은 수법이라니, 작품 세계가 단조롭다는 비판이 있어요. 근데 내 사진은 다큐멘티리예요.
다큐멘타리는 하나의 기록이고 시대가 변해도 언제나 계속되어야 되는 것이죠. 사진에 있어 기법이나 이론은 중요한게 아니예요.
사진에 담긴 정신이나 내용이 더 중요한 것이지요. 난 계속해서 가난을 찍을 겁니다. 여기에 난 만족하고 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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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을 선호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민식 : 리얼리즘 사진가들은 주로 흑백으로 작업을 해요. 특히 내사진은 화려한 사진이 아니라 가난과 고통을 다룬 어두운 장면이 많아서 흑백이 어울리죠. 하지만 인도를 촬영할때는 색감을 위해 반정도는 컬러로 촬영을 했어요. 그래도 내 사진의 대부분은 흑백이예요.
-촬영시 많은 사건들이 있었을 텐데.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는가요? 최민식 : 지금까지 간첩신고를 백번이상 당했어요. 예전엔 철저한 반공교육에다 남루한 차림의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몰래 찍곤 하니까 농촌, 도시 할 것없이 신고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어요. 거금 수천만원의 현상금도 있으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신고를 했겠지요. 신고당하지 않고 어떤 곳이나 자유롭게 간섭없이 촬영할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빨리 통일이 되어야 겠지요.(선생님의 고향은 황해도 연안이다)
-활동하시면서 어떤종류의 장비를 사용하셨나요? 최민식 : 초기에는 라이카 M3를 썼고, 그후로 니콘만 사용했어요. F, FM, FE, FM2, FM3..... 요즘은 F4 네대를 가지고 촬영을 해요. 렌즈는 저렴한 탐론 제품을 가지고 있어요. 암실의 확대기는 durst m670을 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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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 주시죠.
최민식 : 먼저 기법을 배우고 모든 사진을 닥치는대로 찍어 보세요. 그다음에 자신이 생기면 주제를 정해 매진하세요. 그리고 그 테마의 권위있는 사진가의 사진집을 구입해서 보세요 유명작가들의 사진을 통해 구성, 빛, 의도 등을 찬찬히 살피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큰 공부가 될 수 있어요. 특히 메시지가 있는 사진을 찍어세요. 의식이 있는, 보는이로 하여금 공감을 가게 하는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하고 뚜렷한 목표를 확립해야 겠지요.
-앞으로 사진가로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최민식 : 아직까진 눈이 좋아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어요 (건너편에 있는 책의 표지 글자를 기자에게 읽어 주시며) 우선 인간 11집을 내년에 출간할 생각이예요. 그리고 계속해서 휴머니즘을 토대로 한 리얼리즘사진을 찍을 꺼예요. 과연 인간 몇 집까지 낼 수 있을까 나도 궁금해요 아직은... | |
첫댓글 선생님 , 반갑습니다,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계시니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창원대학에서 90년도에 사진을 배웠습니다. 이년 전 부터 사진을 다시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