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S종합예술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계시는 염혜란 선생님의 보도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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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에서도 싹트는 부모의 내리사랑
염혜란 “작업했었던 작품이었어요.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는 저를 만들어 준 연극 중 하나였죠.” 연극배우 염혜란은 서울여대 국어국문과에 입학하고 선배들이 좋아서 몰려다니다가 우연히 대학 동아리에 들어갔다. 어머니 역할을 하다가 졸업하게 되고 연극을 했던 것을 잊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 출판사 일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후배들이 연출을 부탁해서 연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연극’이라는 매력에 다시 빠지게 된다. 몇 개월 수습기간이 끝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힘들었던 것도 있었지만 하고 싶었던 연극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99년 연우무대에 신입단원으로 시작한다. 세간에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 그녀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배우의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독특한 연기와 관객이 공감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어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배우이다.
김학선 “아픈 사랑을 했죠. ‘짝사랑’. 짝사랑으로 인해 연극을 시작했어요. 이야기가 길어 질 것 같은데 괜찮아요?” 그는 그렇게 연극을 하기 시작한 동기를 밝혔다. 군대 보충대에 가서도 잊지 못하고 짝사랑하던 그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그 짝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게 되었다. 군대에서 풍물패 단장을 만나게 되었고 풍물패의 매니저를 하게 되었다. 정기공연으로 극단가가(강강수월래 극장)에서 3일 동안 공연을 하게 되었고 극단 가가에서 선금 받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문집도 만들었는데 매니저의 역할의 경영보다는 공연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는 극단 가가보다 풍물패의 크기가 커지게 되자 학생으로서 이제는 일을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가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작가였던 선옥현과 함께 스터디를 시작했다. 김학선은 그 때부터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 생각없이 무대 구상부터 해보자 하고 마음먹고 썼던 작품이 <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였는데 처음에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었다고 한다. 그러나 1주일 뒤 당선 취소를 알려오게 된다. 그의 나이 24-25세 때의 일이다. 표절의혹으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학선은 아무것도 보고 카피했던 작품이 아니었기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시기였다고 한다. 김학선은 연우무대에 들어가게 되고 공연을 하면서 공연예술아카데미에 다니게 되었다. 글은 계속 썼지만 공연예술아카데미에는 배우로 들어가게 된다. 김학선은 작가에 배우까지 욕심 내는 사람이었다.
염혜란 그녀는 연우무대에서 < 최선생 >이라는 작품에서 첫 주인공을 맡는다. 신입단원 워크샵이었다. 그 이후 5-6년 동안 그녀는 들으면 다 알만한 작품들로만 ‘골라’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녀가 출연해서 잘 알려졌겠지만. < 부부 쿨하게 살기 >, < 차력사와 아코디언 >, < 빈 방 있습니까? >, < 이 >, < 저 사람 무우당 같다 >, < 스템프 > 등 그녀는 작품 제목만 봐도 알만한 작품들을 해 온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그 인물에 깊이 녹아 들어가 있었다.
“최근 2년 사이 < 차력사와 아코디언 >이 저를 각인될 수 있게 해준 작품 중에 하나예요. 당시 주위 분들이나 관객들이 제가 써니 그 자체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같이 연기한 배우들은 전혀 써니 같지 않다고 해요.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도 비슷한데요.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이런 엄마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김붙들’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분석하고 파헤치고 해서 그 정당성에 대해 동기를 부여하고 만들어진 캐릭터예요.”
염혜란은 깊이 고민한다. 아직 좋은 배우가 되기에는 멀었다고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 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 대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작은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김학선 문제의 희곡 <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는 < 난 새에게 커피를 주었다 >로 공연이 되었다. “배역 빵구난 것도 떼우기도 하고 조연출도 하고 그랬죠.” 그는 < 제3의 날들 >, < 위험한 가계 >, < 칠수와 만수 >등 스텝으로 일하게 된다. 그가 배우를 하기 시작한 것은 < 머리통 상해사건 >이었다. 그 이후 < 종의 기원 >, < 일종의 알라스카 >, < 행복한 가족 >등의 연극에 출연했고, 홍상수 감독의 < 생활의 발견 >에서 김상경의 선배 역할을 맡았었다.
김학선&염혜란 극중 부부로 나오는 두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왠지 뿌듯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작품의 그 역할을 훌륭하고 리얼하게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배우로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연출가와 배우로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연우무대 작품으로 < 저 사람 무우당 같다 >가 바로 그 작품이다. 작, 연출을 맡은 김학선과 무우당에 염혜란. 염혜란 자신에게는 파격적인 캐스팅 제의라고 한다. 자기 자신의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아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란다. “헤란이는 무당같아요. 한 순간에 모든 기억들이 몰려와 연기로 분출하는 배우라고 할까요?”라고 김학선은 염혜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염혜란도 한 마디 거든다. “오빠는 욕심이 많아요. 작가도 하죠, 배우도 하죠, 연출도 하죠. 그걸 다 하잖아요. 저 같으면 못해요.” 그렇게 극중의 부부는 서로를 챙겨주는데 정신이 없다.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에서 아버지 이출식을 연기하고 있는 김학선은 못나고 아둔한 몸짓으로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비의 마음을 표현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들 선호에 대한 사랑과 슬픔을 대사 여백에 밀어 넣어 그 아픔을 함께 한다. 억척스럽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서 꿋꿋하고 억척스럽게 그려내는 김붙들의 엄혜란도 완벽한 호흡을 선 보이고 있다.
엄혜란 “병원24시를 자주 봐요. 아픈 사람들의 모습을 왜 보는지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고통스럽게 보이지만 사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여요. 그 속에 삶의 에너지나 힘 같은 거이 느껴지잖아요.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도 같은 맥락으로 봐 주시면 해요. 정신지체 아버지, 신체장애 어머니, 소아암을 앓는 선호. 그들 나름대로 사랑하는 그 에너지를 봐 주셨으면 해요.”
김학선 “재공연을 하면서 ‘장애인을 위한 연극이다’, ‘아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심정으로 연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거죠. 아버지 이출식은 언젠가 목사에게서 들었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빌게 되요. 기도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이출식이 왜 기도를 하게 될까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유일한 희망인 거죠. 그 희망을 보여주는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입니다.”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교대상이 아니다. 우리들의 삶의 한 단편인 것이다.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찌들고 뒤틀린 이야기를 유쾌함과 폭소로 감싸면서 거리두기, 사이두기를 하는 부부 김학선과 염혜란의 열연으로 오늘도 우리의 부모를 보게 되고 우리가 아비 됨을 보여주고 있다.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의 두 배우 김학선과 염혜란은 인터뷰가 끝난 후 연습실로 향했다. <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17일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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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