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전두환이 이끄는 계엄사령부는 김대중씨에게 '보안법, 반공법, 외환법, 포고령'을 적용한다고 했고, 반국가단체인 '한민통(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을 조직했다고 했습니다. 1980년 7월 5일치 <조선일보>는 전두환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북괴노선 지지-의장 노릇 6년... 조총련자금 거액 받아'라는 말을 쓰고 있으며, '국민연합 주축,복학생 450명 포섭, 학원소요 폭력화'라는 기사도 있습니다.
'요직(要職) 미끼 12억 거둬... 전남대생에 5백만원 등 3억 뿌려...'라는 내용으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대목 에서도 재판부는 '이미 사면됐고 관련 법령이 없어졌으므로 면소 판결한다'고 좀 어정쩡한 판결을 내렸습니다.당시 <조선일보> 기사를 다시 읽어 봅니다..
▲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 실제 존재했던 것처럼 내보낸 <조선일보> 1980년 7월 5일치 1쪽.
ⓒ2004 최종규
.... 10·26 사태로 집권의 호기가 왔다고 판단한 김대중은 신민당 내 당권 투쟁에서 열세에 몰리게 되자 신민당과 결별하고 사조직의 확대와 선동조종에 의하여 폭력적 극한 상황을 유발함으로써 정부를 전복시키는 것만이 집권의 길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윤보선이 중심이 되어 온 국민연합을 탈취, 자기 지배 하에 두기 위해 공동의장인 윤보석, 함석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심복인 문익환, 예춘호 등으로 하여금 조직을 개편케 해 중앙위, 중앙상위, 집행부를 자파계의 복직교수와 복학생으로 메움으로써 학원소요의 배후조종과 민중봉기의 사령탑 기능을 담당케 했다.
이외에 장남 김홍일이 조직한 민주연합청년동지회(회원 4백 명), 민주헌정동지회(조직책 김종완,회원 2만 명), 한국정치문제연구소(김상현,회원 5천 명) 등의 사조직도 대폭 확충했다. <1쪽>
민주주의를 쟁취하기위해 흘린 젊은이들의 피를 양분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언론자유호에 무임승차 한 <조선일보>는 24년이 흐른 오늘까지도 반성의 빛은커녕 할말을 하는 신문이라며 왜장을 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조선일보>는 할 말을 하는 신문이 아니라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속아내고 짜깁기 해서 하는 한나라당과 수구세력들의 기관지라는 생각이 드는 데 저만은 아닐 겁니다. 상식으로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주장들이었지만, 이때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신문은 전두환 쿠테타 정부(계엄사령부)가 내놓은 말을 그대로 기사로 실었습니다.
'자신의 집권을 위해 현정부 타도를 선동하는 한편, 자기 초상이 양각된 메달과 볼펜 등을 주고 정원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심복 행동대원을 만들었다'는 기사에서는 소름이 돋습니다.
'팔면봉'이라는 자리에서는 '유혈혁명으로 정부전복 획책, 이제야 알겠다. 왜 그토록 어지러웠는지를'이라고 기사를 쓰면서 사실이 아닌 일을 마치 사실인 듯 못박습니다. 그리하여 군사 쿠테타와 독재 정권 때문에 나라와 사회가 어지러운 현실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며 독자를 우롱했습니다.
1980년 7월 5일치 <조선일보>뿐이 아닙니다. 방송은 연일 박정희와 전두환 찬양가를 불러댔고, 동아와 중앙을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횡포는 도를 넘어 자신들의 실체를 잊은듯 했습니다.
▲ 1980년 7월 5일치 <조선일보> '팔면봉' 기사.
ⓒ2004 최종규
당시 내란음모자 김대중은 결국 세계가 평가하는 대통령이 되었고, 임기를 마치고서야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내란을 음모했다'는 군부 독재자가 붙여준 거짓 혐의를 벗었습니다. 그가 혐의를 벗기까지에는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희생과 목숨이 뒤따랐습니다. 신군부의 만행으로 잠시 청맹과니가 되어야 했던 국민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진실을 알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김대중씨를 '두 번 죽였다'고 할 만한 신문기사에서는 명예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진정한 명예회복은 사법부 판결과 함께 그때 거짓 기사를 받아쓰기 했거나 외려 부풀린 신문기자들이 뉘우치고 사과를 해야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80년7월 '金大中 內亂음모로 軍裁회부'라는 큰 글씨를 1면 머릿기사로 올렸던 <조선일보> 편집부장과 편집부 기자들은 지금 어떤 자리에서 무얼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입니다. 하나 더. 지난날 계염사령부에서 포고문을 작성하고 내놓은 사람들도 궁금합니다.
그 들은 김대중씨를 비롯해 문익환, 함석헌 선생의 묘비 앞에서라도 사죄해야 하는게 도리일 것입니다. 하나 걱정되는 것은 당시 신군부의 잔존세력과 그에 붙어먹던 인간들이 지금도 사회 지도층에 앉아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80년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문은 마지막에 이렇게 끝납니다.
.. 김대중은 그동안 정부가 국민여망에 부응하여 새 시대를 향한 정치일정을 내외에 공약하고 이를 착실히 추진하고 있는 사실도 온갖 비방과 날조된 유언비어 유포로 국민을 현혹시켜 불신케 하는데 혈안이 되었을 뿐 아니라 특히 선량한 학생들을 선동하여 자신의 야욕 달성에 악용하는 등 그가 내세운 `민주회복' 주장이 한낱 내란음모와 정권탈취의 목적을 위장, 은폐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였음이 낱낱이 밝혀진 것이다...극소수 이와 같은 반국가적 망동분자가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명 아래 획책하는 이 엄청난 파괴적 행태와 선동에 국민 여러분과 특히 학생들은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 현혹되지 않으시기를 당부드리며, 아직도 도피중인 관련자들은 하루빨리 수사당국에 자수하여 전죄를 용서받고 내일을 되찾도록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역사는 언젠가 진실을 말해주겠으나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오랜 세월을 거쳐야 하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과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 흘러야 한다고, 또 참 많은 사람들이 아파한다고 거짓을 참이라 말할 수 없지요. 더구나 여기저기 흩어지거나 사라지는 수많은 역사 자료를 그대로 묻어둘 수도 없는 일입니다.
김대중과 얽힌 또 다른 신문을 들춰봅니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 달 후인, 1998년 1월 19일치 <조선일보>입니다. 1998년 1월 18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과의 대화'라는 걸 했습니다.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신문 면수를 크게 줄이면서 움츠렸던 <조선일보>입니다. 대통령 당선자 인기는 날로 치솟고 '국민과의 대화'까지 하니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그 때 <조선일보> 보도는 김대중 당선자가 했던 말 토씨 하나까지도 녹음하듯 다 챙겨 가면서 기사로 담았습니다.
▲<조선일보>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했던 '국민과의 대화(1998.1.18)'를 그 이튿날 1쪽뿐 아니라 여러 쪽에 걸쳐 크게 내보냈습니다.
<조선일보>의 말대로라면 지난 1980년, 내란을 음모하여 한반도를 '유혈폭동의 소용돌이로 몰아붙였다'는 사형수 김대중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선일보> 지면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내란음모자도 대통령이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때 <조선일보>가 쓴 기사가 잘못되었다는 건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힘을 가진 이 앞에서는 언제나 고개 숙이며 쩔쩔맨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꼴이 됐습니다.
언론은 언론대로 자기가 가야 할 가장 바르고 곧고 옳은 길을 가야 합니다. 바르고 곧고 옳은 길을 가지 않는다면 언론이 아닙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참말을 해야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을 위한 언론이라면 정권이 바뀐다 하여도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 성향에 따라 지지 또는 반대를 해야할 것입니다.
'민주당대변지'로 변신한 조선일보
한 때 <조선일보>는 민주당 대변지를 자임하고 나섯습니다. 물론 한나라당의 대변지를 포기한 게 아니라 겸업이었죠. 당시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찰떡공조를 하고 있었으니 한나라당의 대변지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조' 동맹이 '한-민-조' 동맹으로 확대되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대변지 역할을 했지만 깊은 내막은 사람의 심리를 묘하게 이용한 민주당 죽이기 작전이었습니다.
지난 2월 1일 검찰은 2002년의 민주당 대표경선 과정에서 불법자금을 수수한 한화갑 의원에 대한 영장집행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지지자들과 민주당의 저항으로 무산되었습니다. 그럼 이튿날 아침 각 신문사들은 기사의 제목을 뭐라고 붙였는지 보겠습니다.
한화갑 영장 집행 무산(한겨레) ‘한화갑 연행’ 무산(서울) 한화갑 전 대표 영장집행 무산(경향)
민주, 한화갑 검찰연행 저지(조선) 민주, 한화갑 의원 영장 집행 저지(중앙)
주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검찰이 법의 집행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인지, 민주당이 이를 저지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인지... 민주당의 행위는 정당한 것인지.. 조선과 중앙도 뉘앙스는 다릅니다.. 조선은 단순히 검찰의 연행을 저지한 것이고, 중앙은 영장집행을 저지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조선은 다분히 민주당의 행위를 두둔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방송 3사는 모두 ‘영장집행 무산’을 제목으로 삼았습니다(KBS '한화갑 민주당 의원 영장집행 끝내 무산', MBC '한화갑 의원 영장집행 무산', SBS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구속영장 집행 무산'). <조선일보>는 기사 자체도 민주당이 주어로 등장합니다. 기사의 앞 부분을 비교해봅니다.
민주당은 1일 불법 경선자금 10억원을 받은 한화갑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이틀째 물리적으로 저지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불법 경선자금도 수사하라”고 요구했다.(조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채동욱)는 1일 수사관들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로 보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민주당 한화갑 의원에 대한 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중앙)
무슨 차이일까요? 중앙은 그래도 기사는 제대로 썼으나 위에서 제목을 그리 단 반면, 조선은 위아래가 모두 똑같다는 얘깁니다. 종합면으로 들어가 보아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중앙은 5면의 톱기사 제목이 <법조계 “영장거부는 사법권 침해”>인 반면에, 조선의 A4면의 톱기사 제목이 <“盧가 티코라면 韓은 세발자전거”>였습니다. 얼른 보기에는 <조선일보>가 한화갑의원과 민주당 편을 드는것 같지만 총선결과에서 보듯 숨은 목적은 민주당 죽이기였습니다. 사람의 심리를 묘하게 이용한 심리전을 폈던 것입니다. 며칠 전에도 <조선일보>는 이라크 파병을 고집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게 노 무현을 편드는 기사일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돌아가서, 조선의 A4면은 완전히 '민주당 당보'였습니다. 나머지 세 기사가 <민주 대선후보 경선 어쨌기에... 16곳 돌며 선거 치르는데 5천만원 이상 쓰면 불법> <김홍일 복당... “당 위해 밀알될 것”> <“한 의원 돕겠다는 약속 지켰을 뿐” 6억 준 박문수 회장 인터뷰>였던 것입니다.
특히 <민주 대선후보 경선 어쨌기에...>는 컬러 도표까지 곁들여 노무현 정동영 두 후보가 경선을 완주한 점을 부각시켜 놓았습니다. 이는 1일 민주당의 규탄대회에서 조순형 대표가 주장한 “노무현 정동영은 경선을 끝까지 치렀다. 누가 더 돈을 많이 썼겠는가”라는 부분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더 <조선일보>의 궁극적인 목표는 "김대중 양자 노무현"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대북송금특검으로 개혁세력, 즉 민주당 분열이 최대 과제였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글을 올리는 제 의도가 여러분들에게 민주당 죽이기, 노무현 편들기로 느껴진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판단은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비열하고 비겁한 <조선일보>의 언론플레이가 사실대로 밝혀질 것으로 믿기에 떳떳합니다.
첫댓글 아무리 봐도 기회주의 신문입니다.직필이아닌 곡필로 독자를 우롱합니다.이런신문이 우리나라에 최대신문이니 ...할말이 없습니다.
대가리 굴리는 조선일보, 아직도 그걸 구독하면서 사기치는 기사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불상타...
저는 팔면봉만 봐도 피가 거꾸로 솟구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