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월 4일이되면 어김없이 도쿄돔에서 벌어지는 업계의 한해를 거대하게 열어주는 대회, 레슬링월드. 92년 처음 시작된 이래 올해로 11년째. 항상 멋진 시합을 배출하는 이 전통있는 대회. 그러나 올해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작년의 레슬링월드 대회 이후 악몽같은 무토, 코지마, 카신의 전일본이적. 거기에 스트롱스타일의 정신적인 지주였던 쵸슈 리키마저 신일본을 떠나 신단체 창단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 거기에 작년 10월에는 최후의 빅이벤터 사사키 켄스케마저 프리선언 후 이탈! 무토, 코지마, 쵸슈, 켄스케. 신일본내에서 상당히 영향력있고 인기있는 이들 4명의 빅네임이 빠져나간 올해의 레슬링월드는 더없이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1월 4일은 찾아오고 토쿄돔에서 신일본의 싸움장은 막을 올린다. 유난히 부실해보이는 올해의 관전 포인트. 가장 마지막에 결정되어 제 1시합으로 배정된 無我사제대결! 니시무라 오사무 vs 후지나미 타츠미. 요시에 유타카, 마카베 신야, 야나기사와 류지, 스즈키 켄죠가 참가하는 원나이트특별 젊은놈들 토너먼트, 영제네레이션배 토너먼트. 마계의 궁극 병기 대마인의 출현. 쥬니어 슈퍼스타 6인의 태그대결. 나카무라 신스케와 야스다 타다오의 원한대결 제 2장! 최고인기 태그팀이었던 텐코지의 해산 후 1년만에 원나이트한정 부활전! NWF 부활전. IWGP 타이틀전. 각 시합마다 거창하게 붙이긴 했는데...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김없이 신일본의 토쿄돔대회를 구입하게 되었다. 항상 욕하면서도 결국 사보는 것은 신일본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프로레스 인생의 한계일지도...이번에는 괜찮겠지 하고 또 속아본다. 참고로 본인은 제 7시합인 영 제네레이션컵 결승전부터 수록된 "월드프로레슬링"의 하편을 구입해서 전반의 6시합에 대한 것은 올리지 않는다.
2003년 토쿄돔. 입장 관객 5만명(회사측 발표). 이 정도면 돔으로선 실패다. 오늘 회장에는 유명한 인간들이 마구 출몰. 망령 이노키와 업계의 큰손 신마, 일본축구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 나카야마, 그리고 링 앞에는 오오무카이 미치코와 후카와 유미, 사무라이 TV의 사사다 미치코 리포터가...
대전카드 #1시합:無我사제대결 니시무라 오사무 vs 후지나미 타츠미
#2시합:영 제네레이션배 토너먼트 요시에 유타카 vs 마카베 신야
#3시합:영 제네레이션배 토너먼트 야나기사와 류지 vs 스즈키 켄죠
#4시합:마계 대마인 등장~ 고토 타츠토시/히로 사이토 vs 마계 1호/대마인
#5시합:마계클럽대빵지명시합 마계 4호/마계 5호 vs 이이즈카 타카시/카키하라 마사히토
#6시합:신일본 쥬니어 슈퍼빅뱅~ 나루세 마사유키/히트/타이거 마스크 vs 쥬신 썬더 라이거/가네모토 코지/무라하마 타케히로 --- 매우 재미있었을 것 같은 시합.
#7시합:영 제네레이션배 결승 요시에 유타카 vs 야나기사와 류지 -작년 G1리그중에 나타난 의문의 사나이 야나기사와. 당시 그의 킥 파이트를 보고 "오오, 이놈 뭔가 있구나"하고 생각했었다. 범상치않은 안면하며... 그래서 주목하다가 운좋게 그의 싱글전을 보게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으로 졸린 시합이었다. 야나기사와는 작년에 보여준 신선함은 온데간데 없고 경기운영의 미숙함만 유감없이 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겼다. 영 제네레이션우승이다~ 이런 시합이 결승전이라니... 영 제네레이션들의 암울한 미래가 걱정된다. 아무튼 우승~ 야나기사와... 우승했으니 IWGP의 도전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결국 그는 타카야마의 NWF에 도전하게 된다.
#8시합:슈퍼루키의 복수~ 나카무라 신스케/오하라 미치요시 vs 야스다 타다오/무라카미 카즈나리 -작년 8월 후지타 카즈유키 프로듀스의 엉망이었던 무도관에서 야스다 타다오를 상대로 데뷰를 했던 슈퍼루키 나카무라. 당시 호되게 당한 것이 서러워서였을까? 발리튜드 진입실패 후 자리못잡고 설치는 오하라와 긴급태그. 야스다와 무라카미의 마계에이스팀과 격돌~ 피를 본 나카무라가 야스다로부터 레프리스톱 승리를 따낸다. 아무튼 이겼다. 잘했다...
#9시합:텐코지, 하룻밤 한정 부활~ 텐잔 히로요시/코지마 사토시 vs 쵸노 마사히로/나카니시 마나부 -IWGP태그 최다방어 타이기록을 지녔던 최고인기태그팀 텐코지. 한때 해체위기까지 겪었지만 2001년 G1 태그리그 우승으로 당당히 부활. 이듬해에는 최강태그 우승팀이자 IWGP태그챔피언 팀이었던 무토/케어와의 드림매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모토의 전일본 이적으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었고 무토를 존경하던 코지마는 무토의 뒤를 따라 전일본으로 갈 것을 결심...작년 1월 24일. 두사람은 최후의 시합을 마치고 눈물의 이별. 그리고 1년이 지나 전일본의 에이스로 성장한 코지마와 신일본의 버팀목이 된 텐잔이 다시 한번 옛날을 회상하며 긴급태그부활~ 상대는 신일본의 현장감독 쵸노 마사히로와 코지마를 씹어댔던 무식왕 나카니시 마나부. 이 시합때문에 이 흥행을 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기대하는 바가 매우 컸다. 먼저 쵸노팀이 입장한다. 사귀던 여자와의 칼빵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다나하시 히로시도 도토리몬양의 헤어스타일로 같이 입장. 이 후... 돔에는 Rush!가 흐르며 전일본의 코지마 사토시가 먼저 입장한다! 장내의 환호가 대단하다. 이제서야 이것이 신일본의 돔 흥행이라는 것을 실감하게된다. 이어, TENZAN이 아닌 다른 테마가 울려퍼지더니 완전변신을 이룬 텐잔 히로요시 등장! 테마도 새롭게 리믹스하고 스타일도 확 바뀌었다.(하지만 슈터들이나 착용하는 프로텍터는 왜?) 시합은 시작되고 코지마와 나카니시에 감정담긴 춉 랠리~ 관중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이것이 신일돔!!! 특히 무식왕 나카니시의 춉의 소리가 돔에 쫙 울려퍼질때는 엄청난 쾌감이 엄습~ 관중석에서 재미있게 보고있는 아저씨의 표정이 이 시합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하면 약간 억지일까? 템포는 느리지만 스트롱스타일을 간만에 느낄 수 있어서 매우 신이 난다. 쵸노와 나카니시가 상상치 못한 투플라톤, 샌드위치 니 패드를 공연! 게스트해설은 축구국가대표 나카야마.(위닝일레븐 6의 표지에 나온 그놈) 아무튼 이렇게 신일본다운 맛을 보여준 2003년 최초의 드림태그매치는 텐잔이 쵸노를 누르고 텐코지가 승리. 악수를 나누며 진한 우정을 과시하는 중... 칼빵남자 다나하시가 두 사람에게 드롭킥으로 습격! 코지마는 "다나하시, 너와도 어디서든 시합을 하겠다"라고 선배의 여유를 보이며 퇴장. 칼빵사건 후 매트에 처음나타난 다나하시는 관중석에 인사. 카메라는 그의 칼빵당한 등짝을 클로즈업. 대단한 놈들... 칼빵도 팔아먹냐... 아무튼 텐코지의 승리. 대단히 좋은 시합. 텐코지가 다시 부활할 그날이 언제쯤 올런지...참고로 이 시합의 레프리는 열받는 판정의 대명사인 타이거 핫토리였으며 이 시합은 신일본을 떠나 쵸슈에게로 가는 그의 최후의 담당시합이 되었다.
#10시합:KING OF GLADIATOR 결승전. NWF챔피언 결정전! 코사카 츠요시 vs 타카야마 요시히로 -작년 8월. 무도관 프로듀스라는 엄청난 껀수를 오래전 잊혀진 물건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때워버린 무책임 프로듀서 후지타 카즈유키. 그런 그런 무도관에서 누르고 여기까지 다시 한번 돔에 올라탄 높은산. 그리고 작년 10월 멍키애스 야스다를 누르고 여기까지 올라온 격투계의 유명인사 코사카 츠요시. 두 사람이 NWF를 걸고 맞붙는다. 파워슈트의 타카야마와 유명격투가 코사카.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U인터 출신의 타카야마와 링스 출신의 코사카가 21세기 신일본의 돔에서 이념대결인가??? 4일전 이노키 봄 바 예에서 밥 섀프에게 호되게 당해서 멍이 팅팅부은 타카야마. 아직도 완치가 안된 듯 벌건 눈으로 입장. 레프리는 호랑이 야마모토 코테츠. 이기면 NWF. 실황은 정신나간 주둥이 츠지 요시나리. 둘다 격투프로레슬링쪽에 가까운 녀석들이라 통쾌함은 떨어진다. 샤이닝위자드식 드롭킥이 나오는 등 노력은 하지만...그렇다고 장기인 킥들이 시원하게 마구 터지는 것도 아니고...게다가 시합중에 장내의 불이 나가서 입장로의 서치로 몇초간 링을 비추는 해프닝이 벌어져 가뜩이나 불쌍한 시합을 더욱 더 슬프게 만든다. 미친 마우스 츠지가 코사카에게 하는 말. "No라고 하지 않는 남자. Yes, I can~(정말?)" 시합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버린다. 타카야마의 돌격무릎차기가 결정타가 되어 타카야마의 승리로 경기끝. 해설하는 인간들은 "이노키를 보았다"라고들 떠드는데... 이노키의 시합을 대부분 지루하게 봤던 나로서는 묘하게 공감을 하게되었다. 두 사람의 이름값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던 시합. 시합 후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음악이 울려퍼진다.
#11시합:IWGP챔피언戰. 나가타 유지 vs 조쉬 버넷 -아무리 UFC 최연소 챔피언이었다곤 해도 처음으로 시합을 갖는 녀석에게 그냥 IWGP戰을 주는 신일본 프런트의 어이없는 부킹에 갈수록 빛을 잃어가는 IWGP. 이 시합이 성립된 배경이 재미있다. 12월 15일 마카베戰을 마친 나가타. 돌연 링위로 올라온 도전자 조쉬. 악수를 청하지만 거부하는 나가타에게 고속 프론트넥록~ 거짓말처럼 빠른 시간에 뻗어버리는 나가타. 그리고는 이 금발벽안의 양키가 일본어로 씨부린다. "어이, 나가타! 오마에와 모- 신데이루."(이봐, 나가타. 넌 이미 죽어있다.-명작만화 북두의권의 명대사.) 이렇게해서 대결이 성립되다...참으로 어이없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조쉬의 입장에 실황을 하던 마나베의 멘트. "북두의 권을 너무 좋아하는 조쉬 버넷~" 북두의권이 구미쪽에서 인기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아무튼 대단한 캐릭터이다. 나가타의 입장 후...난데없이 양키나라 국가와 일본의 국가로 억지로 인정되고 있는 기미가요가 울려퍼진다. 이것은 90년대 중반에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아닌가...? 정녕 일본은 우경화되어가는가... 국가대표축구선수라고 눈 쳐감고 감상에 빠진 나카야마.(예전 한일전때는 안그랬는데...너도 나이가 들어가니깐 어쩔 수 없이 아양좀 떨어야하는구나...) 기미가요에 감복하는 놈들은 용서할 수 없다~ 식전 행사를 모두 끝내고 시합 전, 다시 한번 마이ㅡ를 잡고 조쉬曰. "이봐,나가타. 넌 이미 죽어있다~" 하이킥 KO선언을 했다는 조쉬답게 시합 초반에 하이킥이 자주 나온다. 의외로 프로레슬링에 센스가 있는 녀석. 시합은 그럭저럭 재미있었지만 그 끝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퍼부어차기로 끝~ 게다가 3카운트 후 바로 일어나버리는 버넷. 뭐냐 이것은... 서로 너무 뻘쭘하잖아~~ 아무튼 시합 후 악수다. 아... 이것은 작년의 바스 루텐전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 자식들...타이틀전을 가볍게 만들래? 시합후에는 NWF짱이 된 다카야마와 나가타의 신경전. 이것으로 올해의 정원 돔은 끝이다.
7차 방어를 성공하긴 했지만...너무나도 김빠지는 시합. 나가타가 왜 인기없는 챔피언인지 실감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돔의 타이틀전에 이런 검증안된 녀석을 붙여서 많은 사람을 실망케한 이 책임은 누가물껴? 아무튼 재미는 있었지만 아쉬웠던 시합. 시합보다도 "넌 이미 죽어있다"가 더 웃겼을 정도... 현재 나가타의 집권은 끝이 난 상태이지만 21세기 IWGP의 몰락을 여실없이 드러낸 시합. 차라리 텐코지戰을 메인으로 하지...
텐코지戰이 더더욱 빛이 났던 시합. 최근의 신일본이 잃어버린 스트롱스타일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21세기의 유행인 드림태그매치 중에서도 손꼽혀마땅한 명승부.
개인적으로 1월 4일 레슬링월드는 좋아하는 흥행인데...내년에는 좀 괜찮은 카드와 시합을 선보였으면 한다. 이대로가다간 돔이 아니라 무도관으로 바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