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만성적인 피부병으로 인해 동물병원에 내원하고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에게 발생하는 피부병의 범위는 단순한 가려움증으로 부터, 탈모증, 농피증, 피부궤양, 색소침착, 과도한 가피형성, 지루, 비듬, 부종, 발적 등과 귀 안의 피부인 외이도의 염증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병원을 찾는 보호자들은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재발되는 이러한 만성적 피부관련 질환에 대해 수의사의 치료행위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됩니다. 또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병원에 잘 다니는데 왜 피부병이 치료 할 때만 반짝 효과를 보다가 치료를 안하면 머지 않아 재발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 받기를 원하고 수의사에게 치료를 잘 못해주는 것이 아닌지 항의해 보기도 하죠. 그러나 피부병이 왜 생기고 재발하는지에 대한 보호자의 질문에 대해 진료를 행하는 수의사가 그 원인을 명확히 답변해 줄 수 있는 경우는 몇몇의 일부 피부병들을 제외하곤 불행하게도 극히 제한적입니다.
만약 눈으로만 보고 피부병의 원인을 정확히 설명해 내는 수의사가 있다면 그 수의사는 아마 신이 내린 명의가 아니면 피부병을 일으키는 수많은 요인들이 내재해 있다는 것도 모르는 무지한 수의사 이거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복잡한 원인들을 설명해주기 귀찮아 고객이 듣기 원하는 명쾌한 해답을 간단명료하게 단정해 환자의 불만을 무마시키는 수의사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료방식은 진실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피부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원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 여러 가지 원인에 비해 피부에 증상으로 나타나는 병변들의 형태는 몇몇 특정 경우를 제외하곤 원인에 관계없이 그 형태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보호자들은 항상 “ 왜? ” 라는 말을 자주하시죠? 그 왜? 라는 물음에 성실히 답하기 위해서는 아마 고객들에게 몇 시간에 걸친 피부학 강의를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간략하게나마 왜? 라는 물음에 대한 물음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피부에 병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3분류로 나눌수 있습니다.
Type 1 (감염성)
피부에 미생물(세균, 곰팡이)이나 외부 기생충(모낭충, 옴, 벼룩, 진드기)이 감염되어 발생.
Type 2 (내분비 호르몬 장애와 알러지성)
선천적인 과민반응인 음식알러지, 아토피성 피부염에 의한 피부질환 과 내분비 장애성 피부질환
(부신피질 기능항진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에스트로겐 증가증등)
Type 3 (자가면역성, 종양, 유전적, 기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이피부질환)
자가면역성 피부질환, 피부종양. 약물과민반응등.
피부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크게 3가지 군으로 나누어 볼 수 있지만 세분화 해 본다면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한 원인들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진단이 가능한 독특한 몇몇의 특정 원인들(예를 들어 원형 탈모증을 동반한 피부사상균증 같은 것이나 기생충 감염성 피부병 등등) 이외에는 발생Type에 관계없이 피부에 표현되는 증상은 모두 동일하며 원인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피부조직을 적출해 조직검사를 하거나, 내분비적 호르몬의 검사, 알러지 및 아토피성 피부를 진단하기 위한 알러젠 테스트, 장기간의 저알러지식 처방등)
또 피부병을 일으키는 원인의 type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고 결국 type 2의 원인이 type 1의 원인을 야기시키기도 하고, type3 원인이 type1 원인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그 관계는 실로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아토피나 음식 알러지등에 의해서 비정상적 면역반응이 일어나 피부의 정상적 생리균형이 깨지며 동시에 가려움증이 일어나고 개가 피부를 긁어 찰과상을 입으면 세균, 곰팡이가 감염되는 경우)
그러나 반려동물의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온 보호자들의 사고방식은 피부병은 그저 피부병이며 피부병에 걸렸으니 피부병약을 먹어야 한다는 매우 단순한 논리를 갖는다. 동시에 원인 진단에 필요한 검사비등의 비용부담과 그 과정 동안 요구되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매우 인색하며 그냥 눈으로만 보고 정확한 원인 설명과 함께 간단한 주사처치나 연고등으로만 피부병을 재발없이 완치해 줄 것을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대부분의 수의사들은 아마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많은 비용부담과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설득하기 보다는 그냥 보호자의 요구에 순응하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입니다. 수의사의 또 하나의 딜레마는 만약 다행스럽게도 보호자가 충분한 검사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원인을 찾아보자고 동의를 했고, 많은 검사를 통해 실제 원인을 찾았을 때, 그 결과가 알러지나 자가 면역성 피부병일 경우 해당질환을 완치 시 킬 수 있는 방법이 100% 보장되어 있지 않는다는 현대의학의 자체적 한계입니다.
피부는 가장 넓은 면적을 갖는 신체의 중요장기이며, 외부의 미생들이나 기생충들로부터 신체를 1차적으로 보호하는 중요한 방어막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다른 장기와 달리 외부와 직접 접촉해 있기 때문에 항상 외부의 감염원들과 끊임없는 싸움을 벌여야 하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특별한 병적 원인 없이도, 사소한 피부 트러블이 평생 동안 일어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피부에 한 두 개 정도 발견되는 뾰루지나 약간의 비듬 같은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상황의 피부상태도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병원으로 달려와 왜냐고 따지듯이 물어보는 보호자들의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