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의 화가 솔거가 황룡사의 벽에 노송도를 그려놓자 새들이 진짜 나무인 줄 알고 날아왔다가 부딪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로부터 천수백여년이 지난 교촌농촌체험학교에서는 무덤을 얻기 위해 새들이 스스로 유리창에 부딪쳐 목숨을 끊는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 부터 전해져 오고 있다.
2007년 봄 나는 사무실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
‘쿵’하며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가보니 참새 한 마리가 사무실 유리창에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솔거의 노송도에 버금가는 그림은 없었지만 아마도 유리창에 비친 하늘을 진짜 하늘로 착각하고 날아오다가 부딪친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새끼 고양이 무덤을 만들어 주었듯이 화단 모과나무 옆에다 구덩이를 파고 참새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라’고 명복을 빌어 주었다.
며칠 후, 현관에서 숨을 헐떡이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날개 안쪽에 심한 상처가 나 있었다.
그냥 사무실로 들어가려다가 ‘혹시 고양이의 밥이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나를 붙잡았다.
나는 참새의 마지막을 지켜 봐 주기로 했다.
그런 나의 결정에 참새는 더 이상의 고통을 애써 붙잡지 않고 편안히 눈을 감았다.
지난번 참새무덤 옆에 또 하나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 지난 번 친구가 땅에 묻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닐까?
고양이의 밥이 아닌 참새로서 도저히 꿈꿀 수 없는 무덤과 인간의 명복을 얻기 위해 필사의 노력으로 나에게 찾아 온 것은 아닐까?
복잡한 생각으로 또 한 마리의 참새 명복을 빌어 주었다.
여기서 끝났다면 나의 머릿속에서 별일 아닌 기억으로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이 되면 특별함과 의미가 부여되고 제법 비중 있는 기억으로 저장되어 진다.
이날부터 4일 동안 매일 죽어있는 새를 묻어 주어야 했다.
심지어 내 눈앞에서 떨어져 죽은 새끼 새까지....
똑같은 일이 반복되자 나는 귀찮아 졌다.
고양이의 밥이 되든지 말든지 죽은 새들을 방치 해 버리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새 언론사를 통해서 알려졌다.
‘송국장이 더 이상 무덤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언론의 영향력은 효과를 발휘했다.
체험학교에서는 더 이상 죽은 새가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 사람들은 동물과의 소통을 대단한 능력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관심(關心)만 있으면 별로 어렵지 않게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영적인 교감까지 나눌 수 있는데 지인 한 분의 이야기를 소개 해 볼까 한다.
안동대에서 민속학을 전공하신 김재호 박사님은 양기가 가득한 예천군 용문면 허릿골에 십 여년 전에 귀촌을 하셨다.
김박사님은 귀촌을 하고 콩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콩잎을 좋아하는 고라니 때문에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장갑에 오줌을 발라 콩밭 주변에 걸어 놓는 등, 주변에서 효과가 있다는 고라니 퇴치법의 노하우들을 시도 해 보았지만 잠시 효과가 있을 뿐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런 콩 농사의 어려움을 하소연 하자 도력이 높은 지인 한분이 콩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고라니를 키우기 위해 사료 농사를 짓는다고 생각하고 그 고라니를 자네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위로와 함께 ‘우리 밭 콩을 먹고 자란 고라니는 우리 집 고라니이니 다른 사람은 잡지 마시오’ 라는 안내문을 적어 놓으라는 아이디어 까지 얻게 되었다.
김박사님은 지인의 말대로 콩 주인이 아니라 고라니 주인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 그렇게 콩 농사를 포기하고 고라니 축산업으로 업종을 바꾸어 고라니가 사료로 먹고 남은 콩을 수확하고 난 뒤 찾아 온 어느 겨울,
사냥꾼의 엽총 소리가 허릿골을 울렸다.
다음 날 아침 김박사님은 콩밭에 들렀다가 총에 맞아 죽어있는 고라니를 발견 했다.
다른 사람의 몸보신용으로 사라지기 전에 들것으로 고라니를 집으로 얼른 옮겨와 처리문제를 고민 하셨다.
직접 키운 가축(?)이 주인 집 밭에서 죽었으니 달리 방도가 없었다.
다시 콩밭으로 죽은 고라니를 들고 가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고 했다.
다음 날, 사냥꾼과 사냥개는 김박사님의 콩밭에서 총에 맞은 고라니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지만 혈흔만 발견하고는 허탕을 치고 내려갔다고 한다.
인간의 생각만으로도 동물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본다.
동물들을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미물로 치부하지만 새끼를 위한 어미의 모성애, 자신의 집을 짓는 건축 기술 등을 따져보면 인간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신비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교촌의 새, 허릿골의 고라니는
야생동물로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무덤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그 꿈은 현실로 이루어져 야생동물역사서에 전설로 기록되는 영광을 얻게되셨다.
첫댓글 새끼새가 넘불쌍하네요.
동물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마칠까 합니다. 그동안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거 새끼새를 새새끼로 잘못 읽으면서 깜짝 놀랬습니다.
새끼새로 바로 읽으면서 왜 놀랬는지 혼자 웃고 있구요.
새끼새나 새새끼나...
감씨나 곶감씨나^^
말놀이 하나 나옵니다.
'저기 저 죽은 새가 새끼새냐 새새끼냐'
제가...를 재거...로
이런 심한 오타를...
그런데 사진의 새가 참새가 맞나요? 참새는 목덜미에 하얀 무늬가 있는데 딱새 같기도 하고! 아시는 분?
참새 특징이 턱 밑은 검은색? 있는걸로 아는데요...
날개에 흰색이 있으면 참새랑 비슷한 딱새라고 들었는데요.
교수님때문에 이틀째 참새 연구만 하고 있습니다.ㅠㅠㅠ
저 새가 참새가 아닌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시다가 참새 박사 되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