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바론의 대모험 (1989년)
감독 : 테리 길리엄
<브라질>이라는 SF 걸작을 내놓은 테리 길리엄의 다음 프로젝트는 <허풍선이 남작
의 모험>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3년의 제작기간과 4천만 달러의 제작비는,
80년대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였다.
이 영화, 비주얼과 상상력은 뛰어나다. 문하우젠 남작의 초능력 4인방이 보여주는
개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일까? 지나친 스펙타클 때문에 망가진
스토리는, 제작비의 1/5 밖엔 보장하지 못했다. 다음해 그는 ,반성 하는 자세로
<피셔 킹>을 만든다.
BEST : 아무래도 <브라질>. 그가 가진 능력의 최고치다.
29. 배트맨 & 로빈 (1997년)
감독 : 조엘 슈마허
1989년 팀 버튼이 포문을 연 후 2~3년에 한 편씩 꼭 속편을 만들어냈던 <배트맨>
시리즈는 4편인 <배트맨 & 로빈> 에 이르러서 한계를 드러낸다. 어쩌면 이건 감독의
무능함보다는 시리즈 영화의 소재 고갈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블록버
스터 컨셉과 스타 캐스팅에만 의존하는 무사안일주의를 용서할 수있는건 아니다.
아마도 캐스팅 비용으로만 5천만 달러 이상은 충분히 썼을 듯한 영화. 이 영화를
끝으로 당분간 막을 내렸던 <배트맨> 시리즈는 2005년 5편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BEST : 특별히 한 편 꼽기가 힘든, 고만고만한 영화로 이루어진 필모그라피,
특색 있는 영화를 원하시면 <플로리스> 추천.
30. 딕 트레이시 (1991년)
감독 : 워렌 비티
워렌 비티는 아무래도, 자기가 멋있게 나오려고 영화감독을 하는 것 같다.
<딕 트레이시>는 그 극점에 달했던 영화. 만화책의 화려한 색감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 비주얼은 좋은 평을 받았지만, 뻔한 예측할 수 있는 결말(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때문인지 극적 재미는 뭐 그다지..., 과도한 분장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더스틴 호프만, 알 파치노 등의 명배우들이 기꺼이 망가진 악당 캐릭터가
있었기에 그나마 볼만했던 영화.
BEST : 베스트는 무슨 베스트. 네 편밖에 안 만든 감독이...그래도 꼽는다면 <레즈>
31. 후크(1992년)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만약 피터팬이 어른이 된다면? 이 귀여운 발상에서 시작한 <후크>는 가족 영화의
대가 스필버그의 필모그라피에서 조금은 미심쩍은 영화다. 게다가 화면에선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팅커벨 역에, 당시 <귀여운 여인>으로 한첨 떠오르던 줄리아 로버
츠를 캐스팅한 건 커다란 실수, 더스틴 호프먼을 후크 선장으로 불러들인 건 잘한
일이지만, 절름발이를 모독한다는 이유로 인권협회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래저래 구설수에 올랐던 영화. 결과는? 뭐... 보셨으면 잘 아실텐데.
BEST : 대부분의 스작. 아무리 힘 빼고 만들어도 평작 이상.
32. 진저브레드 맨 (1998)
감독 : 로버트 알트먼
거장이라고는 하지만 알트먼의 필모그라피엔 컨셉이 헛갈리는 영화들이 꽤 있다.
어쩌면 그런게 알트먼의 매력. 하지만 <진저브래드 맨>처럼 밋밋한 영화는 그의
경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존 그리샴의 원작이 라고는 하나, 소설보다 영화가 먼저 선보인 건 혹시 책 팔아먹기
위한 홍보영화가 아닐까 의심하게 하는 대목. 유산 상속의 음모에 빠진 변호사라는,
이젠 진부하다 못해 쉰내 나는 소재에 굳이 알트먼이 손 댈 필요가 있었을까?
BEST : 나이가 들수록 걸작을 뽑아내는 그의 비결은 뭘까? <플레이어>, <숏컷>,
<고스포드 파크>는 노년기의 아트먼이 뽑아낸 "집단 캐스팅 앙상블 필름"
3부작
33. 인드림스 (1999)
감독 : 닐 조단
지나치게 느린 드라마의 흐름은, 다리우스 콘지의 놀라운 촬영을 느긋하게 감상하라
는 배려처럼 느껴진다.
아일랜드 출신 감독이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꽤나 고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 예지력을 지닌 여인이 악몽에 시달리면서 연쇄살인법과 맞서는
내용인데, 소재 자체는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그다지 땡기진 않는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미친 놈" 연기가 없었다면 영화제목조차 기억되지 못했을 범작.
BEST : 그의 아일랜드에서 만든 영화들. <모나리자>, <크라잉 게임>, <푸줏간
소년> 은 압권.
34. 차이나 박스 (1997)
감독 : 웨인 왕
미국과 프랑스와 일본이 공동 제작을 한다고 했을 때 웨인 왕은 고민했어야 했다.
"과연 내 뜻대로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제레미 아이언스, 장만옥, 공리라는
파워풀한 다국적 캐스팅을 자랑하는 <차이니즈 박스>에 결정타를 날린 건 유럽
측 투자사의 압력.
돈을 앞세워 무리하게 서구적 시각을 강요하는 바람에, 오히려 영화는 국적 불명의
"정체성 실종" 현상을 겪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어쩌면 <차이니즈
박스> 는 아무데도 가지 못했다.
BEST : 혹시 <뜨거운 차 한 잔> 이라는 영화를 아시는지. 참으로 사랑스러운 영화
다. <조이럭 클럽>과 <스모그>도 뺴놓을 수 없겠지만.
35. 백 투 더 퓨처2 (1990)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노트 꺼내놓고 필기하며 봐야 한다. 세 개의 시간대를
놓고 들락달락 하는 마이클 제이 폭스를 제대로 따라가기는 꽤 힘든 일.
공중을 떠다니는 보드 같은 건 조금 신기하긴 하지만, 2편에서처럼 차라리 서부극
시대로 가더라도, 시간여행은 두번 이하로 규제했으면 좋겠다. 정신 없이 우왕좌왕
했던 <백 투 더 퓨쳐2>. 꼼꼼히 살피면 앞뒤가 안 맞는 설정도 눈에 뛴다.
BEST : 미국인들의 국민영화 <포레스트 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