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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가족과 상담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 수 권 중 돈
Ⅰ. 들어가는 글
노인과 그 부양가족에 대한 상담, 치료 등의 임상적 개입은 노인복지정책보다도 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실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포함한 임상분야에서는 주로 아동, 청년, 성인과 그 가족들이 경험하는 문제에 대한 개입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노인과 그 가족을 위한 상담과 임상적 개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김태현, 2000). 설령 노인이나 노인가족을 위한 상담을 실시한다고 할지라도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접수면접 또는 기본적인 사정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며, 상담을 통해 다루는 주된 문제 또한 취업, 복지시설 정보, 건강, 고부간의 갈등 등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노인복지분야에서는 노인과 가족을 위한 상담 또는 치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보다 체계적인 노인과 가족에 대한 상담이 폭넓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에 다음에서는 노인 가족상담의 개념, 특성, 과정, 기법 등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Ⅱ. 우리나라 노인가족의 관계 특성
가족관계의 영역은 크게 부부관계, 부모-자녀관계(고부관계 포함) 그리고 형제나 친척과의 관계로 나눌 수 있다.
1. 노부부 관계의 특성
노인가족의 노부부의 관계 특성에 대해 살펴보면, 전통사회에서는 부부관계가 주변적 가족관계이었으므로 중요성을 지니지 못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삶의 만족도의 주요 영향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소자녀가치관,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노부부가 함께 지내는 post parental period 또는 empty nest 기간이 연장(1974년 15년 ⇒ 1997년 25년: 15.5년은 부부끼리, 9.5년은 여성독신으로)됨에 따라 원만한 부부관계의 유지가 노년기의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년기 이전의 잠재된 부부갈등이나 노년기의 새로운 부부갈등의 발생으로 인하여 황혼이혼(December divorce) 또는 ‘나리타의 이별’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처럼, 노년기의 이혼이 사회적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며, 노년기의 재혼에 대해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혼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 노부모-성인 자녀관계의 특성
즉, 우리나라의 노인가족에는 ‘전통성과 근대성이 혼재하는 문화적 이중구조’ 또는 ‘비동시대적인 것의 동시적 공존현상’으로 인한 문화갈등이 세대갈등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한국가족문화에 대한 연구에서 ‘우리 집은 어른의 말씀을 중시하며,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중시하며, 위계질서를 중시한다’는 항목에 대해 긍정적 응답을 하는 비율이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송성자, 2002).
3. 고부관계의 특성
고부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은 친척간의 우애 소홀, 시모의견 무시, 가족관습의 차이, 가사운영권의 갈등 등이며, 고부갈등은 당사자의 삶, 부부만족도의 저하 뿐 아니라 전체가족의 안녕에도 영향을 미치며, 동거가족은 물론이고, 친족간의 불화로 확대되기도 한다. 따라서 고부간의 갈등을 1:1의 갈등에 머무르기 보다는 세대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4. 조부모-손자녀 관계의 특성
조부모는 손자녀를 통해 젊음과 정열을 재경험하고 생의 연속성을 인지하고, 인생의 경험과 지혜 제공을 통해 생산성을 경험하며, 새로운 영감과 성취감을 경험하며, 손자녀의 성취를 통한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손자녀는 조부모를 통해 문화적 연속성을 획득하고, 건전한 심리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의 입장에서는 조부모-손자녀 관계를 통하여 결속력 증진, 가족역사의 계승, 가족성원의 소속감과 정체감 부여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5. 형제와 친척관계의 특성
노년기에는 친척관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지만, 성인 자녀들은 이러한 친척관계가 심하게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친척관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로 인한 갈등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친척관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지만 이와 반대로 친척과의 접촉기회는 제한되는 경향이 강한데, 집안 행사나 특별한 경우에만 연락하고 만나는 경우가 30~40% 정도에 이를 정도로 친척관계는 매우 축소되어 있다.
Ⅲ. 가족치료의 모델과 기법
현재 임상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델은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화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족치료 모델은 ① 다세대 접근방법(Bowen, Boszormeny-Nagy, White), ② 생태학적 접근방법(Auerswald. multiple family therapy, family network therapy), ③ 상호작용적 접근방법(MRI의 의사소통 이론와 단기치료), ④ 전략적 접근방법(Haley), ⑤ 구조적 접근방법(Minuchin) 그리고 ⑥ 체계론적 접근방법(Milan Group Therapy)이다. 다음에서는 한국 노인가족에 적용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Bowen의 다세대 가족치료모델과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에 대해 살펴보고, 치료모델에 관계없이 가족치료에서 자주 활용되는 치료기법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Bowen의 다세대 가족치료 모델
Bowen의 다세대 가족치료모델에서는 부모 특히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미분화된 정서체계를 중시하였으며, 이러한 관계는 가족투사과정을 통해서 전수된다고 보았다. 특히 자아분화 수준이 낮을수록 삼각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데, 두사람의 정서체계는 긴장이 없을 때는 안정되지만 불안이 증가하면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관계상의 갈등이나 불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제 3자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융합됨으로써 불안을 극복하려 한다. 이러한 가족성원들간의 정서적 의존을 Bowen은 핵가족의 정서적 융합이라고 하였으며, Minuchin은 밀착된 가족, Freud는 미분화된 가족자아체계라 하였다.
Bowen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사이에 갈등이 심한 자녀들은 부적응행동이나 증상을 보인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원가족과 정서적으로 단절된 사람되거나 지나치게 융합된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건강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아분화수준이 낮을수록 역기능적 행동이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며, 정신건강 수준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Bowen 가족치료모델에서의 치료목표는 미분화된 가족자아체계 또는 핵가족의 정서적 융합에서 개인 성원을 분화시키는 것이 된다.
한국 가족내에서의 정서적 친밀관계는 모자관계가 중심이 되는데, 고부간의 갈등은 지적․정서적으로 미분화되고 융합되어 있는 모자사이에 며느리라는 제 3자가 개입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며느리는 남편과 친밀한 부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정서적 지지를 의존하게 되므로 가족내의 정서적 융합은 세대에 걸쳐 투사됨으로써 다세대 전수과정을 낳게 된다. 즉, 강 모자관계는 다음 세대의 모자관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2.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
MRI의 상호작용적 가족치료모델은 의사소통과 가족체계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IP(identified patient)에게 나타나는 문제나 증상의 변화와 해결에 초점을 두는 단기치료모델이다. 이러한 MRI 가족치료 모델은 초기와 후기모델에서 초점을 두는 가족상호작용 영역이 달라지는데, 초기모델에서는 의사소통에 그리고 후기모델에서는 가족이 시도한 문제해결방식에 초점을 둔다. 먼저 의사소통에 대해 살펴보면, 대인관계에서의 의사소통은 디지털(digital) 방식과 아날로그(analogical)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의사소통은 주로 말로 표현되며 의사소통의 내용이나 정보 그 자체이며, 언어의 논리적 구문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날로그 의사소통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맥락 뿐 아니라 모든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포함하는 것으로 의사소통의 질을 부여하게 된다. 만약 이 두가지 수준의 의사소통이 일치하지 않게 되면, 의사소통 수신자는 혼란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행동노선을 정확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 가족의 경우에는 디지털 방식의 의사소통보다는 간접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아날로그 방식의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가족내의 위기나 갈등상황이 나타나게 되면 가족의 조화를 중시하여 직접적인 논쟁을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한국 가족에서는 의사소통 수준의 불일치가 야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할 수 있다. MRI의 후기모델에서는 의사소통보다는 가족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도한 과거의 문제해결책을 더욱 중시한다. 즉, MRI에서는 가족내에 문제나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가족은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마련하여 직접 문제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하게 되는데, 그 문제해결책이 종종 문제를 유지시키거나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3. 가족치료의 주요 기법
1) 합류기법
가족내에 변화를 일으키기 전에 치료자는 치료적 가족체계(therapeutic system) 즉, 가족과 원조관계를 형성하여야 하는데, 이를 Minuchin은 합류(joining)이라 하였다. 이러한 합류는 개인 상담에서의 engagement 또는 rapport형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족과의 합류를 위하여 치료자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현상유지(maintence), 추적(tracking) 그리고 모방(mimesis)가 있다. 현상유지 기법은 기존의 가족구조를 의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부모, 자녀 하위체계를 승인하고 지지하며, 개인의 장점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가족내의 위치를 지지하는 기법이다. 추적은 의사소통 또는 상호작용의 내용을 명확화하기 위해 질문, 찬성의견 표시, 가족이 말한 내용을 확대시켜 문제의 핵심을 유도해 내는 기법으로, 가족이 의사소통할 때 “음---”하는 소리를 내거나, 동일 단어 반복, 흥미를 보인데 대한 칭찬, 질문 등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치료시간에 과제를 부과하고 관찰하거나 치료시간 중에 특정 내용에 초점을 두고 의사소통을 진행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모방기법은 가족의 상호작용이나 행동을 따라 함으로써 친근감, 유사성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기법으로, 치료자는 동일한 의사소통유형을 취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개인적 특성과 가족성원과의 유사성을 강조할 수도 있다.
2) 상호작용의 연쇄과정 분석
가족내에는 반복적인 의사소통 통하여 가족 특유의 의사소통 유형과 위계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가족치료에서 치료적 초점이 되는 가족의 특징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가족성원들간의 반복적인 행동교환 즉, 상호작용의 연쇄과정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조모가 손자녀의 양육에 과다하게 개입하는 경우의 상호작용 연쇄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3) 상호작용 유형의 실연
치료시간 중에 치료자가 가족의 특징적 상호작용패턴을 파악하기 위하여 가족으로 하여금 말로 설명하는 대신 실제로 가족내에 있었던 행동을 재연해보게 하는 기법이다. 즉, “그때 상황을 여기서 직접 보여줄 수 있으세요”라고 요청하여 가족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가족의 구조를 파악하고, 치료에서 지도자적 위치를 유지하면서 정확한 사정과 함께 치료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기법이다.
4) 의사소통 방법의 개조
가족들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개선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족이 서로 얘기해야 한다고 말하고 관찰만 하겠다고 선언하거나 가족은 쳐다보지 않고 다른 물체에 시선을 집중하거나, 질문을 받고도 다른 성원에게 답변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답변을 회피하거나, 뒷자리로 물러나 앉거나 one-way mirror 뒤에서 가족을 관찰함으로써 가족들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할 수 있다.
5) 개인 및 하위체계의 경계선 설정
가족성원 또는 하위체계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선의 적절한 침투성을 확보하고, 분명한 경계선을 설정하여 가족성원들간의 분화를 촉진하기 위한 기법이다. 개인의 경계선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얘기 경청 및 그의 관점 인정하며, 대신 말하거나 답변 못하게 하며, 기억창고(memory bank)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6) 지시와 과제부여
가족성원의 특정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문제와 관련된 일정한 행동을 지시하거나 과제를 부과하는 기법이다.
7) 역설적 개입
임상가족의 경우 안정된 균형상태를 유지하려하기 때문에, 치료자의 변화를 위한 개입에 저항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가족성원들이 저항하도록 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치료기법이 역설적 개입기법인데, 여기에는 처방, 제지, 재정의가 있다. 처방(prescription)은 증상을 지속하게 하거나, 과장하게 하고, 자의로 증상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이다. 제지(restraint)는 소극적 노력을 하는 IP에게 재발을 예측하여 경고하거나,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하는 기법이다. 그리고 재정의(reframing)는 행동이나 사건이 지니는 부정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제시하는 기법이다.
8) 순환적 질문
순환적 질문은 문제를 개인의 증상행동에서 각 성원이 관계하는 방법상의 문제로 재개념화하기 위한 질문기법으로, 가족상호작용유형이나 가족관계에 대해 질문을 함으로써 가족성원들간의 지각차이를 밝혀내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순환적 질문은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거나 한사람과 너무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을 방지하고, 가족성원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9) 재정의
재정의 기법은 재명명 혹은 긍정적 의미부여 기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문제, 상호작용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해석하되, 주로 긍정적 해석해주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부모의 잔소리를 관심으로, 청소년의 가출을 독립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그 의미를 바꾸어 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10) 세대간 분화기법
White의 세대간 가족치료에서는 세대간의 융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부분화(partiality)를 포함한 몇가지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부분화기법은 치료자가 확대 가족, 사망한 가족성원 등 가족과 관련된 모든 부분의 입장을 대변해줌으로써 가족의 주관적 인식을 바꾸고, 가족신념체계에서 분화시키려는 기법이다. 편들기(siding) 기법은 가족성원 한명 한명에게 돌아가면서 감정이입하고, 그의 말을 경청해 주는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적대적으로 대하여 분화를 촉진하는 기법이다. 충성심 표출(loyalty framing) 기법은 가족내의 충성심 존재여부, 충성심이 존중되게 된 과정, 다세대에 걸친 전수과정 등을 탐색하여 충성심의 윤곽을 제시하는 기법이다. 면죄부(exoneration) 기법은 성원들이 가족에 충성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죄의식이나 자기비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특정 생활사건이 지니는 의미와 이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지각, 애도과정 등을 명확화해 주는 기법을 말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그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