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와 반딧불이
다슬기는 민물고동으로서 맑은 냇물의 돌 밑에 붙어살며 하천이나 늪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고동, 데싸리, 고디, 올갱이 도솔비 등 지역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도 아주 다양하다. 껍질은 가늘고 길며 표면은 대개 갈색의 외피로 덮여 있다. 각구(殼口)는 긴 달걀 꼴이며 나탑(螺塔)은 높으나 각정(殼頂) 부분은 침식된 것이 많다. 난태생으로 한 마리가 한꺼번에 자그마치 천 개 이상을 낳을 수 있으니 번식력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할 것이다. 한편 폐디스토마의 제1중간숙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도 간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과로와 스트레스나 지나친 음주와 흡연 등으로 혹사당하고 있는 간에 그 기능을 회복하는데 다슬기가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름날 냇가로 나가면 따스한 햇볕에 나와 돌 위에 착 달라 붙어있다. 혹은 달밤에도 곧잘 나와 돌아다닌다. 모래 위에 남겨진 그들의 발자국을 보면 마치 상형문자 같기도 하여 신기하다. 이들 다슬기가 버드내에도 상당히 많이 서식하고 있어 지난여름에는 그를 잡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다슬기는 모래 등을 게워내도록 담아두었다가 펄펄 끓이면 파란 국물이 우러나온다. 이것이 다슬기의 피인 푸른 색소로서 이 청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로도 인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삶아진 다슬기를 바늘이나 가시 등으로 콕 찍어 시계 방향으로 살살 돌리다보면 나선형의 몸통이 속살 끄트머리까지 뽑혀 나온다. 아욱이나 정구지(일명 부추, 졸, 월경초)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서 끓이면 더없이 구수하고 담백하여 입맛 당기며 가끔 어석어석 씹히는 것이 알이다.
한여름 밤 하늘을 날며 수놓던 미지의 불빛을 기억하는가. 소위 개똥벌레의 축제다. 개똥벌레는 ‘반딧불’ 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표기는 ‘반딧불이’ 이다. 반딧불이는 발광생물로 야광(형광) 불빛은 가히 어린 마음을 설레게 하고 신비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하였다. 반딧불이를 잡아 이마에 붙이기도 하고 주머니에 담아 다니기도 한 순수함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이 반딧불이의 애벌레는 다슬기를 주식으로 삼고 자라난다. 또한 다슬기는 맑은 물에서 살기 때문에 자연히 반딧불이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골도 예전 같지 않아 화학비료며 농약을 대량으로 마구 살포하다보니 그들이 설 자리를 이미 잃어버렸다.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거나 설안형창雪案螢窓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진晉나라에 차윤車胤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집안이 하도 가난하여 여름철이면 명주주머니에 수십 마리씩 반딧불이를 담아두고 책을 비추어 읽어가며 공부를 하였다. 또한 같은 진나라에 손강孫康이라는 사람도 역시 집안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로 겨울이면 눈에 비추어 책을 읽어가며 공부하여 두 사람 모두 높은 벼슬길에 나갈 수 있었다 한다. 참으로 어려운 가운데 고생을 하면서도 꾸준히 학문을 닦은 보람이 있었으니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형螢은 두 말할 것 없이 ‘반딧불이’를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반딧불이에게는 서민적이면서도 보다 좋은 느낌으로 애환이 담겨 내려오고 있다.
반딧불이는 6월~9월에 나타나는 것을 애반딧불이라 하며 애벌레는 깨끗한 시냇물이나 논, 도랑에서 다슬기 잔새우 또는 작은 벌레를 주로 먹고 산다. 또한 8월~9월에 나타나는 것은 늦반딧불이로 애벌레가 육상의 습지나 개울가 풀 위에서 달팽이류나 작은 곤충 등을 잡아먹는다. 예전엔 농촌에 가면 여름밤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는데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들도 서서히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다행이 무주 설천면 일대는 지금껏 많은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어 1982년에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받았다. 그만큼 보존가치를 인정하여 보호하고 받는 셈이다. 무엇보다 그곳에는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다슬기가 많아 번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다슬기와 반딧불 ..포근합니다 .. 지금도 청산에가면 다슬기 ..(우리마을에선 고뎅이)많이 있어요 함 잡으려 갈까요? 글구 반딧불 무주 설천에 가면 있는데 ..자꾸 없어져서 ..그놈의 공해 땜시로 ..아쉽습니다
어린시절에 시골에서 반딧불따라가다 넘어져 무릅에서 피가나도 다시 따라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