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t..님, 저는 님이 두 번째로 만나는
'러버 소울 러버(lover)'가 되는 셈이겠네요.
아무렴, 촌스럴 적 비틀즈가 "백미"지요. ^^
==메탈리카, <<...& Justice for all>>
메탈리카하면, "마스터 오브 퍼핏"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앨범 "로드"부터는 변절했다, 갈 데까지 갔다, 더이상 볼 것 없다(부정적인 의미로)... 등 욕이란 욕도 참 많이 먹었지.
"one"
대학 1학년 가을, 종로에서 낙원상가로 돌아가는 모퉁이 즈음의 어느 구두 가게 스피커에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아, 얼마나 정겹던 그들이었나.
그런데, 나는 어째, 그 '오랜' 동안 그들을 쳐박아 까맣게 잊기까지 하고 있었나...
(좀 부풀리자면, 고등학교 때 내 '리스닝'의 팔할은 메탈리카였다. 것두 볼륨 10. 짐작하시리라. 삐딱 까딱 삐까딱~)
많은 인파가 쓸려 다니는 길 한 복판에서 어깨를 툭 툭 쳐대며 지나치는 사람들 곁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꽂혀 있었다.
촌스럽게도, 그리고 정말이지 (노래와는)어울리지 않게도,
'고향'과 '돌아왔구나'란 단어 사이를 왔다갔다 떠올리면서.
"눈물 없이는 음악을 들을 수 없다"
그땐 그랬다.
==Latte E Mielle(라떼 에 미엘레), <>
때: 사건은 현재, 소재는 과거.
무대: "라떼(라떼 에 미엘레-젖과 벌꿀- 中)"라는 카페.
등장 인물: 카페 여주인. 이경석이란 남자.
사건: 만나다.
소재: 사랑
주제: 슬프더라.
==어어부 밴드, <<손익분기점(1집)>>
우리 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니까...
트위스트 김을 꽁꽁 묶어 차 트렁크에 가둬버린 밴드니까...
"이발쑈 포르노씨"나, "푸펑충" 처럼 음악과는 무관하게 좋아지는 밴드가 있기도 하지만,
(여담인데, 푸펑충의 기타-박성호-는 드니 라방이랑 꼭 닮았다. 꺅~ 알렉스 '옵빠'!)
어어부는 음악 아니고도, 나를 '짐작하는' 사람 같다고 짐작하게 한다. 얄밉게시리.. (2집, "개, 럭키스타"부터.)
하필, 이 음반인 이유는 "나쁜 영화"가 그 (좋아하기) 시작이었고,
"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가 이 앨범에 있다는 별 이유도 아닌 걸로..
머쓱한 말이지만, 난 많이 슬펐거든.
"책에서 읽어보듯 이곳 세상은 분명히 아름다운 곳
나무도 태양도 바다, 별, 달도 아름다워라 분명히
......
(요약--척추뼈 부러진 남자, 한숨만 마시다가
차사고 난 아들놈에, 소주만 마시다가
마누라 집 나가고, 침묵만 마시다가)
눈발이 창을 깨는 어는 겨울날
남자의 집구석이 잿더미 됐네
남자는 그날저녁 휘청거리다
염산을 들어마셨네
글처럼 이세상은 아름다운데 왜 많은 사람들은 이래야 하나
그래서 오늘 나는 아직 여전히 이처럼 빈둥거리네
이처럼 혼란스럽네"
==<<페드라 O.S.T.>>(일명, "죽어도 좋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CD가 이거였다.
안소니 퍼킨스와 멜라니 메르꾸리의 야한 베드씬(?)이 앨범 자켓이라, 계산대에서 점원의 눈치를 슬슬 살피고 눈을 떨구는 수줍음을 부렸다. 갓 미성년을 넘긴 꽃다운(?) 스무 살 봄, 어느 밤이었다.
Mikis Theodrakis가 만들어 낸 선율에 감미롭게 흐르는 메르쿠리의 목소리.
그리고, 거칠게 모는 스포츠카 굉음에 섞인 안소니 퍼킨스의 분노어린 대사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속에 녹아드는 마지막.
앙띠 오이디푸스의 선율, 生의 선율.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춤바람(?)이 내게 불어온 것은 중학교 2학년, 백야와 지젤 속의 바리시니코프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이듬 해 <<나의 오빠, 바슬라브 니진스키>>를 읽고, 니진스키가 스트라빈스키로 공연을 했다는, 순전히 그런 이유로 그를 듣기 시작했다.
--니진스키는 안나 파블로바의 파트너로도 공연하던 당대 최고의 발레리노다.
얼마나 그를 좋아했던고 하니,
사진을 오려 갖고 다니는 유치함을 부릴 정도.. 쯤?
고 1때까지도 야자 시간 틈틈이 워크맨으로 이 음악을 듣곤 했는데,
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는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몇 몇의 무리가 교실에 남아 '공부해야 하는데..' 말꼬리를 흐리며 수다를 떨고 있는 동안, 두 손을 주머니에 무심히 찔러 넣은 채 운동장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며 여느 때와 다름없이 "play" 버튼을 눌렀다.
'빠빠빠빠빠빠빠....'
강렬한 관악 화음과 신경질적인 바이얼린 음색이 어우러지며 터지듯 뿜어 나오는 그 대목에서 나는 환영을 보았다.
(그런 경험 아는가? 눈 뜨고 꿈을 꾸는...)
저기 황홀경 속에 춤을 추는 젊은 처녀가 있다.
한 무리의 벗은 남자들이 곧 그녀를 에워싼다.
무도병에 씌인 듯한 그녀가 절정에서 그만 꼬끄라치는 뭐처럼 풀썩 쓰러지고
사내들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키보다 우거진 풀숲으로 사라진다.
탁한 연기를 토해내는 이글거리는 모닥불 옆으로
투박하게 장식된 단도를 두 손으로 쥐고 하늘을 향해 팔을 뻗은 요란한 치장의 주술사가 서있다.
반만 뜬 희멀건 눈으로 요란하게 중얼대다가, 접신의 감동에 눈을 그렁이기도 했다가.
그 앞으로는 화려한 열대의 꽃으로 치장된 대리석 제단.
처녀를 떠받든 사내의 무리가 숲길로 걸어 들어 온다.
그리고...
음악은 곧 끝을 달리고..
온 몸이 오싹해 숨조차 막힐 지경이었지만, 뒤로 돌아다 본 교실 안 풍경은 아무것도 변한 것 없이 그저 작고 따사로왔다.
간드러지게 웃으며 담소하던 아이들은 진공처럼 낯설고, 또 일상적인 그림처럼..
다만, 변한 게 있다면 창가에 서있던 나의 안색만이 상기, 아니 아마도 하얗게 질려 있을 뿐이었다는 거.
내가 어떻게 그 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이 음악을.
==Nine Inch Nails(NIN), <>
트랜트 레즈너.
얼마나 그에게 열광했던지...
--아시는가 모르겠지만, 나인 인치 네일즈는 원맨 프로젝트 밴드다. "시인과 촌장"처럼.
북 치고 장구 치고. 나팔 불고 꽹과리 치고.
프로듀싱하고 믹싱하고, 엔지니어링 하고 싱잉하고..
기계음이란 이유만으로 인더스트리얼을 싫어한다면,
그는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그래서? 나는 인더스트리얼이 ..좋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음향에 더 관심이 가거든.
작은 발자국 소리, 수도꼭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쇠로 쇠 긁는 소리, 빼꼼히 열리는 문이 삐그덕 우는 소리, 의자 까딱이는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탁, 스르르'.
--아~ 이 전율할 '탁, 스르르'...
(달곰님 비스무레하게 말하면)이게 뭔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뽀뽀해 줄 생각이다.
*^^*
한 곡도 빼놓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특히, "Hurt"라는 마지막 곡은 그무렵 꼭 그대로 나였다.
마치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흔한 유행가사가 그러하듯.
==말러, <<대지의 노래>>
왠 클래식? 그것도 낭만주의? 웩, 촌스럽긴...
고백하자면, 나는 소설을 지지리도 안 읽는다.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읽은 소설이란 게, 저 밑바닥까지 손 쑤욱 넣고 휘휘 더듬어 봐도 XX 권이 겨우 잡힐 뿐이다.
(강퇴당할까봐 차마 못밝힘. ^^;
게다가 약간의 페인트까지 썼음.
아무래도 여기에 대해선 조만간 변명이라도 필요할 것 같지만...)
고등학교 때까진 그래도 읽은 게 좀 있었던 모양인데,
그 마지막으로 읽은 게 박일문의 단편, "왕비를 아십니까?"였다.
--이거 늘려 장편으로 내놓은 게 "살아남은 자의 슬픔". 얼마나 밥맛이던지..쩝~
대구 매일 신문이던가? 신춘문예 당선작이었으니, 말 그대로 그의 데뷔작이란 건데,
"왕비"라는 '다방'엔 그 "대지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가장 먼저 그 앨범을 손에 넣는 민첩함을 보였고,
덕분에 본의 아니고도 자주 듣는 음악이 되어 버렸다.
별 감동 없이 듣던 음악도 시간의 때가 타고 보니, 감상(센치..)쯤은 덧붙여 듣게 된다.
대지의 노래가 울리면,
말러 대신 "왕비"의 냉소와 겨울을 만나러 가는 거다.
같이 쐬주 까던 내 고딩 친구들과 더불어서...
==김광석, <<인생 이야기>> (라이브 앨범)
김광석이랑 고작 한 번 술자리를 같이해 봤다는, 석 달짜리 내 동거인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이 앨범을 들어줘야만 했다.
그것도, 불 끄고 자리에 눕는 순간부터'오토 리버스'로 아침에 눈 뜰때까지 줄곧. 지겹도록. 미치게. 고문처럼.
--한번은 네 번 왕복 하고 반 틈 듣다가, '아우~~' 울다 지쳐 잠 들기도 했다.
한참 뒤에야 안 건데, 동거인은 한 번도 채 한 면을 다 못듣고 언제나 잠이 들었댄다. 그래서 고집스레 또 틀어댄 거란다. (오, 아버쥐~)
그렇게 뒤척이던 석 달이 지나고,
족히 1년은 걸려, 김광석(노래)으로부터 '치유'됐나 했는데...
그러다, 어느날 불시에 '재발'해서 내 돈 주고 같은 CD 사서 다시 '오토 리버스'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말았다.
즐겨 씹는 술안주가 이 김광석이란 '열병'인데,
김광석을 앓는 건, 아마도 그가 아픈 건
1996년 1월.
그가 죽던 무렵 내가 살던 기억 때문인가 보다... 싶다.
* '베스트'를 도용한 추억의 앨범들일 뿐임.
한 앨범에 한 곡 아님, 많아야 두 곡 올려 놓고, 그 중에 20분은 '침묵'하는 Devil Doll이 '베스트'고, 질베르토나 조빔의 '보사(bosa)'가 '베스트'고, 쳇 베이커와 마일즈 데이비스 쯤 돼야 '베스트'일 테다.
그러나, 나.
음악에 대해 추억 말고 또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