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희가 22세 되던 1975년부터 파티장에서 김정일의 옆자리는 언제나 그녀 차지였다. 그리고 1979년 두 사람은 한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아들도 두 명을 낳았다. 고영희의 존재는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대개 눈치를 채고 쉬쉬할 뿐이었다.
▶1998년 북한 인민군에서는 느닷없이 ‘사모님 따라 배우기’ 운동이 시작됐다. “사모님은 장군님과 똑같은 분이다. 따라서 장군님을 모시듯 사모님을 모셔야 하며 장군님처럼 사모님의 신변안전도 목숨으로 보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모님’ 운동은 2002년 김정일의 첫 부인 성혜림이 사망한 후 본격적인 개인숭배로 발전하면서 “고영희=김정숙(김정일의 생모)”이 됐다.
▶고영희가 제주도 출신이라 그런지 북한에서는 제주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북한 TV가 작년에 방영한 12부작 ‘한나의 메아리’는 제주도 해녀가 반일·반미 투쟁을 하다가 평양으로 올라간다는 줄거리에 주인공 이름도 ‘고진히’로 고영희와 비슷하다. 6·15 남북 정상회담 후 한국을 방문한 김용순 장성택 등 북한 핵심 인사들이 제주도를 찾은 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제주도 사람들이 북한에 가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북한의 고영희 우상화는 그의 아들 중 한 명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아야 한다.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기 전에 그의 어머니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있었던 것과 같다. 이런 고영희가 얼마 전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북한당국은 아무 말이 없다. 과거 소련이나 중국의 ‘퍼스트 레이디’들도 대부분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망 사실마저 확인되지 않는 일은 없었다. 평양의 ‘구중궁궐’ 속을 모르고는 북한을 안다고 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