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전집 때문에 힘든 거 많습니다.
전집이 단행본보다 시장 규모 훨씬 크리라는 건 아마 짐작들 하시겠지요. 출판되는 양을 보시면 대략 아시겠지요.
그러다 보니!!! 단행본 만들 때 작가 잡기가 힘듭니다.
글작가, 그림작가 할 것 없이 전집 일정 때문에 단행본 출판사에서 의뢰를 해도 1년 뒤에야 시간 낼 수 있어요.
뭐 이런 대답 많이 들어요. 할 수 없이 신인 작가 잡아서 더듬더듬 하거나 전집 작업 안 하시는 소수의 작가분들
찾아내서 해야 합니다.
단행본 1권 제작에 2-3년이 족히 걸리는 배경에는 이런 속사정도 무시 못합니다.
안 그럼 이렇게 오래 걸릴 이유도 없지요.
전집은 한꺼번에 기획되어서 한꺼번에 작가들한테 의뢰가 나가고 작가들은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안에 모든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시간이 끌리는 것을 전집에서는 허용하지 않습니다.
질이 어떻든 정해진 기간 안에 무조건 작업을 끝내니까 작가나 편집자가 좀 보완하고 싶어도 못 고치지요.
전집 보니까 사진 원고가 많은 책이 꽤 늘었던데요, 이런 것도 저는 화가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약간은
편법으로 사진으로 떼운다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제작기간도 훨씬 단축할 수 있고요. 비용도요.
물론 사진 정보도 쓸모가 있지만 아주 어린애들 책에는 아무래도 그림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객관적인 것을 알아보고 선호하기도 하는 나이가 된 아이들이 보는 백과사전 같은 데 쓸모 있습니다.
글, 그림 원고료도 전집에서는 대부분 매절이라고 해서 한번에 다 지급하고 땡칩니다. 아무리 많이 팔아도
딱 정해진 액수만 주지요. 그림책인 경우 글은 100만-150만원, 그림은 4-500만, 유명화가는 6-700만 이렇게요.
그래두 작가들한테는 그게 나을 때가 많아요. 인세로 팔리는 만큼 받으려면 단행본 9000원짜리 10프로, 그것도
글 그림작가가 나눠가지면 5-6프로밖에 안 되는데 몇 권이 팔려야 그만큼 받겠어요.
그래서 작가들도 전집 작업을 선호하게 됩니다. 돈이 빨리 돌아서요.
작업이 끝나면 이제 제작에 들어가는데요, 웅* 같은 전통의 전집 회사는 자기들 판매조직이 있고 다른 데로 못 빼돌립니다.
하지만 요즘 우후죽순 생겨난 전집 회사들은 요즘 우후죽순 생겨난 동네 전집 서점 같은 데에다 제작 전부터 선주문을
받습니다. 니네 서점 몇 질 소화할 수 있냐 이렇게 물어서 전체 제작량을 결정하지요.
이렇게 주문받아 한번에 싹 뿌리고 장사 접으면 됩니다.
제작 얘기를 하자면 큰 인쇄소, 제본소들은 전집 땜에 먹고 삽니다.
단행본 회사 끽해야 초판 3000부 찍고 중쇄부터는 2000부, 1500부 찍는데, 전집은 한꺼번에 수만부 수십만부 찍으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기껏 출간 일정 잡아 놓았는데 전집 땜에 바빠서 지금 못 만들어드린단 얘기 많이 들어요.
전집 한창 찍는 기간에는 제작 일정 잡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전집 돌리는 틈에 사정사정 끼워 넣어 주세요,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암튼 작은 단행본 회사들은 돈 주고도 제작처에 말빨이 안 섭니다.
이런 게 끊임없이 반복되죠. 악순환입니다. 전집, 단행본 비율이 지금같이 기형적인 구조가 아닌 약간은 봐줄 만하게
되어야 작가들도 자기 이름 건 게 부끄럽지 않은 책 만들 수 있고, 단행본 회사들도 작가 잡느라 분통 터지는 일이
줄어들겠죠.
첫댓글 글 잘읽었어요. 난 책만들기 힘들어유 하길래 북아트 하시는 분인줄 알았어요. ^_^
헐 북! 아! 트! 전 아트랑 담 쌓은 사람이랍니당ㅎㅎㅎ
그러게...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거 같더라구요. 그나마 단행본도 힘 있는 메이저들이 다 잡고 있고....내가 좋아한 책이 그 책 재고의 마지막이 아닐까 늘 생각하곤 해요.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 사려고 들어가면 품절 된 거 꽤 있어요. 에혀..큰 일이야.
ㅠㅠㅠㅠㅠ
띵~~~~한방 맞았습니다... 우리의 전집소비문화만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출판문화에도 이런 어마어마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던거였군요...ㅠ.ㅠ 사실을 제대로 알고나니 더 막막합니다....그냥 싸워서는 전집문화 격파가 쉬운일이 아니겠어요...ㅠ.ㅠ
예. 좀 간단하고 실천적인 행동지침 같은 게 있어야 할 거 같아요. 토론은 토론이구요. 얼마전 온라인 마케팅 강의 들었거든요, 업체가 소비자한테 낚시하는 거 가르치는... 이런 거 거꾸로 써먹어서 전집 문화에 균열을 좀 내야...
전에 같이 일했던 한** 원장님 말씀이 생각나요. 좋은 책은 절판 되는거 막기 위해서라도 꼭 사야 한다 면서 신문에 나오는 신간 리뷰 보시고, 서점 가서 보시고 책 많이 사셨거든요. 저 그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점은 배워야 할점이라 생각했어요. 좋은 책은 사서 본다. 나쁜책은 ???????? 어떻게 해야 하죠?
폐지업체에 팔아서 꼭 폐기되는 거 보고 푼돈이라도 건져야죠.ㅋㅋㅋ 어른들은 나쁜 책 봐도 되지만 애들한테 좋은 책 주기도 바쁜데 나쁜책을 줄 순 없잖아요.ㅠㅠ
세상에 이런 속사정들이~ 까막눈도 아닌데 이거 무슨 동굴 속에서 살다 나온 원시인 된 기분인데요. 실천적이고 발전지향적인 좋은책살리기 운동 같은 거 할 수 없을까요? 이런 얘기 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들 의견들이 모아지면 정말 좋겠네요.
예. 다들 낚시기술을 배워 보아요~~
푸름 아빠 글 밑에댓글들 중에 21세기 배과 상담 하는 아짐이 "나쁜책은 없겠지만......." 이러네요 그아짐이 상담하는 21세기 백과가 나쁜책중 하나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거금 들여 이책사고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는 웃지 못할 야그가 있어요
그 책 이야기 해드릴게요. 원래 백과는 매년 내용 변경이 필요해요. 세상은 변하니까. 하지만 그 책 만든 서울문화사가 아마 수정 같은 거 안 할거에요. 그래서 벌써 몇 년된 이야기가 버젓이 사실로 기록된 이상한 백과일 겁니다. 편집 방식이나 내용 자체는 나쁠 거 없는 책이죠. 그게 단행본 아니고 전집인게 화가 나는거지요.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심리적 충격을 주는 책은 다 나쁜 책이죠. 전 예림당에서 나온 '내동생 김점박' 이 책 정말 싫어해요. 도서관에서 우리 아이가 이 책 읽어달라고 해서 읽어줬는데 아이가 충격 받아서 화가 나요.
이번에 수정판 나왔던데.. ^^
루나님 말씀이 맞아요. 그나마 전 개정이 좀 되고 나서 사서 덜한편. 태양계에서 명왕성이 없어지고, 화폐도 최근 사진으로 바뀌고 그렇더군요. 개정 안된거이 대부분이지만 그나마 쬐끔 바껴있었어요.
요즘 화가 구하기 힘들대요? 솔깃솔깃~
혹시 별빛님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니메이션 작가? 아님 동화 작가? 그림책 작가? 뭡니까?
말레샤~ 화가셨어요? ㅎㅎ 근데 화가는 또 너무 마나서 먹고살기 힘들어요.ㅠㅠ 숙련된 작가는 귀하구요.
걍~ 외국인근로자랍니다~ 훔~ 듣보잡이 붓쟁이 몇 명 친구로 두긴 했죠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괜찮아서 구매할려는 책들은 대개 절판이거나 품절이예요. 초판 3000부 찍고 땡이죠. 중쇄부터는 위험부담이 넘 커서 안찍더라구요. 아니 못 찍는거겠죠 -.-;
누굴 옹호해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 글 읽으니까 더더욱 꼬마작가님이 "전집 쓰레기, 전집 쓰레기" 외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악순환의 연속이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예 퍼가셔요. 제 글 복사되거나 스크랩 되는 것은 따로 말씀안하셔도 퍼가셔도 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