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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주 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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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마산(天摩山·812.4m) 들머리인 남양주시 호평동 마을을 가로질러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지방도로라지만 어지간한 국도보다 넓고 직선화된 4차선 도로다. 경춘선 철길을 건너 호만 마을로 들어섰다. 산중턱에 아파트가 있어 산중의 콘도 같은 분위기다. 잘 지어진 호평초등학교가 이웃해 있고 길 위에 버스가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늦가을, 눈을 들어 쳐다보는 천마산이 하늘에 닿아 있다. 공원 주차장을 지나 개울 따라 오르는 산길은 찻길이 크게 휘는 곳에서 도로를 버린다. 잣나무가 빼곡한 숲 속에 삼림욕을 즐기도록 의자 다섯 개가 놓여 있다. 침엽수림에서의 삼림욕이 가장 좋다던가.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향성 물질인 테르펜을 발산한다. 이 테르펜 속에 피톤치드(Phytoncide)가 함유되어 있어 살균·살충·항생·혈압강하·강장·이뇨 등의 효과가 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삼림욕하기에는 6월부터 10월까지, 아침 10시부터 12시가 가장 좋다고 알려진다. 잣나무 숲은 낙엽송 조림지로 이어졌다. 길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개울을 건너서 도로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찻길이 ‘천마의 집’까지 나 있다. 천마의 집은 야영교육장으로 쓰이는 곳이다. 천마의 집에서 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산 아래 호평동과 평내동의 아파트촌과 뒤로 남양주 벌판이 아른거린다. 수량이 풍부한 샘에서 물 한 모금을 달게 들이키고 능선으로 든다. 헬기장에서 찻길은 끝나고,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온통 참나무가 울창한 산길이 이어지고 급경사를 올라 다시 넓은 빈터가 나왔다. 헬기장으로 쓰이는 곳, 한 귀퉁이에 늦가을 산을 찾은 이들이 음식을 펴놓고 시끌벅적하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바위 위에 쌓여 있고 밧줄이 매어져 있다. ‘위험’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 곳을 올라 ‘꺽정바위’라 불리는 바위와 바위 사이에 너른 바위굴이 있다. 이곳은 한양(서울) 가까이 있고, 산이 높고 산세가 험해서 임꺽정이 이곳을 본거지로 하고 마치고개를 주무대로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최근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백 개가 넘어 보이는 나무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섰다. 바위봉 위에 의자가 두 개 있어, 앉아 쉬며 굽어보는 세상 풍경은 막힘이 없다. 조망이 기막히다. 남양주 벌판 뒤로 삼각산과 도봉산이 ‘한 일(一)’자로 도열해 있고 흐르는 한강 물은 햇볕에 반짝인다.
고려 말, 이성계가 이 산에 사냥을 나왔다가 이름 모를 촌부에게 산 이름을 물었다고 한다. “소인은 무식하여 모릅니다.” 촌부, 주눅 들어 모기 소리만 하게 답했겠지. 이성계 혼자말로, “인간이 가는 곳마다 청산(靑山)이 수없이 많으나, 이 산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에 홀(笏·벼슬아치가 왕을 뵐 때 조복에 갖추어 쥐는 물건. 신분에 따라 상아나 나무로 만듦)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고 말했다. 이후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고 하여 ‘천마산’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한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땅에 다리를 세워 천지(天地)를 잇고 세상을 살피다가 찬바람 맞으며 정상으로 향한다. 마석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부터 바위능선이 이어진다. 늙은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바윗길을 지나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에 섰다. 까마귀 떼가 환영이라도 하는 듯, 하늘을 휘돌고 있다. 산노래까지 하면서.
바위봉인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건설교통부에서 세운 안내판과 구맥회에서 세운 동판이 놓여 있다. 사위로 둘러보니 조망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천마산 북쪽으로 철마산(711m)·주금산(813.6m) 능선은 크게 ‘에스(S)’자를 그으며 이어졌고, 서리산(825m)·축령산(865m)이 수동천을 에워싸고 있다. 동으로 북한강 건너 화야산(754.9m)·통방산(649.8m)·중미산(833.9m)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 용문산 줄기가 백운봉으로 이어지고, 고만고만한 산들이 키 재기를 하고 있다.
경춘 국도를 따라 골마다 아파트가 무리지어 서 있고, 길마다 차들이 줄지어 달려간다. 산은 깎여 집터로 변하고, 고층 아파트 숲이 되었으며, 비탈은 헐려 골프장으로 둔갑 중이고, 스키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에서 산으로 전깃줄이 연결된다. 산은 숨차고 헐떡이며 신음하고 있다. 개발이란 이름 아래 파헤쳐지는 산들이 후들후들 넌더리를 내는 듯 하다. 저 산을 좀 쉬게 할 수는 없으려나…. 여전히 머리 위를 감도는 까마귀 떼들을 두고 샘을 찾아 나섰다. 약물바위 밑에 ‘약물바위 샘’이 있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무엇이든 잡지 않고는 쑤셔 박힐 것 같은 된비알이 300미터 정도 이어진다. 시꺼먼 바위 밑에 샘이 있다. 한 평은 되는 웅덩이에 물이 가득하다. 바위 천장에서 떨어지는 샘물은 차기가 얼음 같다. 한 모금 마시니 온 몸이 쪼그라지는 느낌이다. 천마산이 산세는 험하고 샘이 많지 않아 ‘소박맞은 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이 샘은 천마산을 대표하는 참샘이다. 1970년, 돌핀산악회원들이 공들였다고 해서 ‘돌핀샘’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 샘에서 곧장 내려가면 천마의 집으로 갈 수도 있다.
된비알을 거슬러 정상으로 향한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 정상에 선다. 정상의 태극기를 매달고 있는 깃대가 길게 그림자를 긋고 있다. 이미 해는 서산에 기운다. 서둘러 하산이다. 하산은 호평동쪽으로 잡는다. 마석 천마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 방향의 능선길은 방화선을 쳐놓았다. 방화선 친 길을 버리고 마치고개를 향해 비탈길을 곤두박질하듯 내려간다. 30분을 내려가 완만한 능선을 달려 작은 봉우리에 선다.
삼거리, 마치고개로 가는 길을 버리고 낙엽에 발목까지 빠지는 산길을 걷는다. 호젓한 산길은 천마의 집 오르는 찻길을 건너 다시 참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커다란 봉분과 묘비가 과거의 호사를 이야기하듯, 가문의 영화를 나타내는 듯, 줄지어 늘어선 무덤들을 지나쳐 마을 가운데까지 산줄기는 이어진다. 산줄기 끝자락, 마지막 무덤의 비문을 읽다가, 잠시 쳐다본 천마산은 석양볕에 붉게 물들은 채로, 하늘을 만지고 있었다. 늦가을 하늘을!
산행 길잡이 천마산은 평내 방면에서 오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열차나 버스를 이용해 산행들머리에 접근하기 쉽기 때문이다. 깨끗한 계곡을 끼고 오를 수 있고, 천마의집을 지나 능선에 오르면 조망이 뛰어나다. 천마의집에서 능선으로 오르면 곧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 길로 오르면 돌핀샘으로 곧장 이어진다. 물 맛 좋은 참샘을 맛볼 수 있으며, 이 길은 계단을 피해 오를 수 있다. 또 마석의 천마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 방면에서 오를 수 있다. 남양주시가 시로 승격되기 전에 지정되어 군립공원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8만 6천평 자연림 속에 조성된 심신수련장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마치고개에서 오르는 길은 천마산스키장을 지나 정상에 오르는 가장 긴 코스다. 산행은 마치고개 구 도로에서 시작한다. 철마산까지 종주할 수 있는, 겨울철에 해볼 만한 훈련코스다. 그러나 천마산 동쪽에 자리한 보광사에서 배랭이고개로 오른 후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길은 폐쇄되었으며, 가곡리에서 동릉(480.1m)을 타고 천마산을 오를 수도 있으나 그리 많이 이용되지는 않고 있다.
○ 천마산 천마산은 산이 비교적 높고 산세도 험준하며 서울서 가까워 오래 전부터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한북정맥이 남서쪽으로 달리다가 운악산에서 갈라져 나온 한 지맥이 남쪽으로 뻗어가며 철마산, 천마산을 솟구친다. 그리고 이 산줄기는 남,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서쪽의 운길산, 예봉산까지 이어진다.
야사에 의하면 조선조 명종 때 임꺽정이 천마산에 본거지를 두고 마치고개를 주무대로 활동했다고 전해질만큼 깊은 산이었다. 요즘에는 산자락이 많이 개발되어 깊은 맛은 없어졌으나 교통 등의 제반 여건이 좋아져 서울에서 당일치기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천마산에는 정상을 중심으로 각 방향에서 다섯 개의 등산로가 나 있다. 보통은 남양주시 호평동 쪽을 들머리로 잡는다. 호평동 버스종점이나 평내역에서 내려 북으로 향하면 천마휴게소와 도원사에 닿는다. 이곳을 지나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은 천마산기도원으로 올라가는 길이므로 오른쪽 시멘트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조금 오르면 상명학원생활관 앞에 이른다. 버스정류소에서 약 1시간 거리다.
매표소를 지나 계곡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군데군데 쉼터가 있는 길을 오르면 계곡 끝에 있는 '천마의집'에 이른다. 이곳에서 능선 남쪽으로 오르는 길로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한편 능선 북쪽 사면으로 난 길을 택하면 정상에 거의 다가갔을 때 샘에 이른다. 돌핀산악회에서 다듬었다고 해서 돌핀샘으로 불린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바위틈새로 난 급경사길이다. 정상까지 약 30분 걸린다.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괴라리고개 너머 철마산(711m)과 주금산(814m), 수천동 건너 축령산(880m) 등과, 남쪽으로는 발아래 천마산스키장 슬로프와 마치고개 너머로 백봉(590m)이 보인다. 저 멀리 운길산, 예봉산 등 경기 중부지역의 산들이 첩첩이 솟아 있는 장관도 볼 수 있다.
하산은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가도 되지만 그것이 싱겁다면 가곡리 쪽으로 한다. 정상에서 795봉까지는 암릉이다. 795봉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길은 잘 다니지 않는 길이다. 왼쪽 길을 택해 20분 정도 내려가면 괴라리고개 안부에 도착한다. 오른쪽(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으로 내려가면 폭포를 지나 곧이어 보광사에 닿는다. 보광사 앞에는 넓은 터가 있어 쉬기에 좋다. 보광사에서 40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가곡리 버스정류소에 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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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창으로 등산지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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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동-(40분)-천마의집-(50분)-정상-(30분)-삼거리-(1시간)-호평동 호평동 버스종점-1시간-상명학원 생활관-1시간-천마의집-30분-정상-40분-괴라리고개-45분-보광사-30분-가곡리 정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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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사 고려 광종 초 949년에 혜거국사가 창건하여 몇 번의 화재로 소실된 것을 중건했다. 한국전쟁 때 소실되고, 1960년 대웅전의 화재로 폐허가 된 것을 1982년 다시 세웠다. 남양주시 진전읍 부평리에 자리한 조계종 봉선사의 말사다. 공손수 화도읍 가곡리 가오실에 있는 은행나무로 550년 된 나무다. 경기도 제1호 보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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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춘 국도(46번)를 따라 평내로 진입 후에 호평동 호만 마을로 들면 된다.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여 퇴계원에서 390번 지방도로로 진입 후 호평나들목에서 나오면 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서울 청량리에서 수시로 운행하는 165-1번 버스를 이용하여 호평동 종점에서 하차하면 된다. 마석 방면은 청량리역 앞에서 일반버스나 330번, 765번 좌석버스를 타고 마석에서 내려, 마석에서 36번 마을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더 가면 천마산 들머리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열차를 이용하여 들머리가 어디냐에 따라 평내역, 마석역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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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평내동은 신도시로 개발되는 곳이다. 천마산 남쪽 산마을에 거대한 도시가 형성 중이다. 천마산모텔(031-593-2737), 천마산 심신수련장(593-1060). 호평동 마을 끝에 한가람(591-6161)은 전통 토속 음식점이다. 정식 13,000원이며, 정갈한 음식과 야생화가 있다. 숙박 가능. 산악인이 운영하는 천마산 손두부집(559-8849)의 두부 음식도 맛있다. 순두부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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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산 글쓴이 안재홍 필명 오원. 한국등산학교 정규반 13기(1980), 산악동인 돌뫼 창립(1982), 제5회 한국산악문학상(중편소설 부문) 수상(1994), 현재 주얼리 컨설턴트로 활동 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