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권씨를 흔히 15파라고 합니다. 이는 '10세15대파(十世十五大派)'를 지칭하는 것이니 잘못은 아닙니다. 시조 태사공(太師公) 이후로 우리 권씨는 10세에 이르러 15개의 큰 파로 갈라졌습니다. 10세에 이르러 태사공의 후손이 15인뿐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서 후손을 이어 번창시킨 파조(派祖)가 15인인 것입니다. 후세에 세보(世譜)를 만들면서 이 15인의 파조에게 고유의 호칭을 붙여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종지순(宗支順), 즉 종계(宗系)와 지차(支次)의 순서에 따라 권수중(權守中)의 종파(宗派)·권시중(權時中)의 부호장공파(副戶長公派)·권수평(權守平)의 추밀공파(樞密公派)·권수홍(權守洪)의 복야공파(僕射公派)·권체달(權체達)의 동정공파(同正公派)·권지정(權至正)의 좌윤공파(佐尹公派)·권영정(權英正)의 별장공파(別將公派)·권통의(權通義)의 부정공파(副正公派)·권인가(權仁可)의 시중공파(侍中公派)·권형윤(權衡允)의 급사중공파(給事中公派)·권숙원(權叔元)의 중윤공파(中允公派)·권사발(權思拔)의 군기감공파(軍器監公派)·권대의(權大宜)의 정조공파(正朝公派)[광석공파(廣石公派)]·권추(權樞)의 호장공파(戶長公派)·권척(權倜)의 검교공파(檢校公派)가 형성되어 두루 불리게 되고 그 파조는 전후의 다른 선대조상보다 특별히 기억되며 존숭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안동권씨에 이같은 15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15대파일 뿐이고 그 아래로 내려오면서 파계는 기하급수적으로 갈리어 15세에 이르면 1백수에 달하고 20세를 넘으면 그 수를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이것을 모두 각기의 '파'라고 부릅니다. 다만 어떤 계통을 말하면서 선대로부터의 파를 두 번 이상 거듭해 말할 때는 무슨 파의 무슨 계(系)라고 말해 파와 계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파나 계나 그 갈래를 지칭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서 또 대(代)와 세(世)를 구분하는 법이 근자들어 정착되었습니다. 대와 세는 다 세대(世代)를 말하는 낱말입니다. 그래서 본디는 이를 구분하지 않고 같이 썼습니다. 초대·2대·3대로 나가는 것이나 1세·2세·3세로 말하는 것이 같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5대조(代祖)·6대조나 5대손(代孫)·6대손 등으로 말할 때는 자기 한 대를 덜고 셈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서양에서 '손아래'의 개념으로 쓰는 주니어Junior를 옮기면서 '아무개 주니어'를 '아무개 2세'로 부를 때는 부자(父子) 2대에서 '자기'와 같은 몫의 '부'가 빠지지를 않습니다. 이 혼동을 명확히 하고자 한 나머지 세로 일컬을 때는 자기를 포함하고 대로 칠 때는 자기를 뺀다는 약속이 생긴 것입니다. 이 약속은 아직도 썩 잘 지켜지는 편은 아닙니다. 안동권씨의 시조후 35세손(世孫)의 경우 다섯오(五)자를 항렬자(行列字)로 씀이 가장 많은데 누구의 물음에 답할 때 '나는 [시조의] 35세'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나 아직도 '35대'라고 하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