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있으면 귀신에게도 연자방아를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돈만 있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얘기이다.
이 속담은 한국 학생들의 중국 조기유학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외국인 입학이 불가능한 학교에도 한국 학생들이 버젓이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유학생을 못받는 학교는 명문학교가 아니라는 말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입학은 조기 유학의 끝이 아니라 험난한 시작이다.
한국과 다른 교과 과정과 학습 환경 탓에 조기 유학생들은 재학 내내 긴장해야 한다.
우선 국제학교나 현지 학교 부설 국제반이 아닐 경우 중국어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적당한 수준의 중국어 실력으로는 학과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중국어 과외를 받고 있다.
웬만큼 중국어에 익숙해지면 이번에는 사회주의형 교과 내용과
중국식 애국주의 교육이 이들을 괴롭힌다.
어린 나이에 정체성을 잃어버릴 가능성마저 있다.
조기 유학생 출신인 베이징 29중학 1학년인 김모(14)양은 “친구들과 공부하다보니
내가 자본주의 국가의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교육 수준은 한국 못지 않게 높다. 특히 수학과 과학 과목은
사회주의권 교육의 특성상 한국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중국 학생들이 수학이나 과학 올림피아드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만 영어나 외국어는 국제 학교나 국제반이 아닌 한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아무리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지만 학비도 결코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외국 학생이라는 특수한 신분 탓에 우선 이들은 입학시에
보통 2만위안(元·320만원) 전후의 기부금을 내야 한다.
또 수업료 등 학비도 원래는 무료지만 외국인에게는
최소 연 2만~3만위안(320만~480만원) 정도가 청구된다.
여기에 교재 구입과 기숙사 또는 하숙비 비용 등을 더하면
연 최소 10만위안(1600만원)은 기본이다.
일반 서민들이 자녀 교육비로 부담하기에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초등학교 졸업반 조카를 맡아키우고 있는 대기업의 한 베이징 주재원은
“한국의 부모로부터 하숙비를 포함해 매월 200만원씩 송금받고 있지만 빠듯하다.
내가 부담하는 비용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징〓홍순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