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한반도에 뿌리를 내린 지 벌써 1,600여년이 지났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수승하고 높다는 것은 불법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교는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타종교에 비해 사회사업이나 복지사업에서는 걸음마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그런 이유에 대해 칠보사 석주 큰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보살계나 여러 가지들이 이어져온 것만으로도 정말 불교가 수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만약에 박해만 안 당했더라도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야. 원인이 거기에 있다고 변명을 하지. 우리 스님들은 조선 때에는 도성에도 못 들어오게 했거든. 그러니 신도라는 것이 없을 수밖에…. 더군다나 복지라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 내가 선학원에 열댓 살에 왔는데, 신도라는 것이 없었어. 신도를 만나야 무엇을 하지. 부처님도 복지를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하시거든."
부처님 당시에 급고독 장자(給孤獨長者)라는 분이 있었다. 그는 자비심이 많아 고독한 이에게 보시 하기를 좋아하였다. 그것이 불교 복지의 시초였다고 한다.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나이들어 쉴 만할 때 힘이 없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어르신들, 그런 고독한 분들과 더불어 부처님의 도량에서 기도하며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석주 큰스님이 안양원을 짓게 된 동기라고 하신다.
불교의 육바라밀에서도 첫째가 보시다. 부처를 이루는 바라밀의 첫번째가 또한 보시이기 때문에 우리 불자들은 보시를 해야 한다고 석주 큰스님은 말씀하신다. 그래서 대중 공양하는 것이 큰 복전(福田)이라고 하신다.
"사실이야.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이 큰 보시 아니겠어? 지식이 고픈 사람에게는 지식을 주고. 그리고 외로운 사람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나누고…"
충남 안양원은 그런 노불자(老佛子)들이 아름답게 기도하며 삶을 꾸며가는 곳이다.
소가 편안히 누워 있는 형국을 하고 있는 금병산 앞자락에 매일 부처님 전에 기도드릴 수 있는 보문사의 불사도 한창이다. 파아란 하늘 아래 흰 백로가 안양원의 풍치를 더욱 여유롭게 도와준다,
거기다 근대 선지식이신 석주 스님을 옆에서 친견하며 법회를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스님은 보문사의 불사가 끝나는 대로 이곳에서 노불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사실 것이라고 하신다.
큰스님만 오시면 이곳 노불자들은 신명이 난 아이들처럼 스님의 뒤를 졸졸 따른다.
90세의 나이에도 그 신심과 원력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석주 큰스님….
매일 새벽기도와 사시기도를 노불자들과 함께 하신다고 한다.
큰스님은 효(孝)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부모에게 효를 해야 해. 남의 부모와 노인들을 공경하는 것도 효심에서 하는 것이야. 불교의 근본은 효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부처님도 오종대은(五種大恩)을 이야기하셨지. 첫째가 나라의 은혜고, 둘째가 스승의 은혜고, 셋째가 부모의 은혜라고 하셨어, 부모의 은혜도 한 생의 인연만이 아니야. 다생부모의 오종대은이 있거든. 그래서 가정에 있는 부모는 모두 부처님같이 위해야 해! 보살계에 보면 효(孝)를 계(戒)라고 하였거든.
보통 불교를 모르는 사람은 불교가 부모의 은
혜도 모르는 종교라고 해. 그것은 불교를 모르고 하는 말이야. ≪부모은증경≫에 보면 부처님은 의사도 아닌데 아이가 뱃속에서 10달 동안 자라는 과정과 잉태되었을 때부터 키우는 것까지 그렇게 구구절절 잘 묘사를 하셨는지! 부모 은혜에 대해 부처님처럼 잘 표현한 사람이 없어. 잘 해야 해! 그래서 가정의 부처님은 부모라는 것이야."
사진도 찍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내가 안내해 줄게!" 하시며 이방 저방 노불자들에게 인사를 시키며 안양원 내부를 손수 안내해 주신다. 석주 스님께서 다른 방으로 옮겨 가실 때마다 거기에 상주하는 노불자들은 스님의 뒤를 따른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들을 따라다니는 노불자들, 손수 3층까지 문을 두드리면서 안내를 해 주시는 천진불(天眞佛) 석주 큰스님….
이 모두가 부처님의 자비가 아닐지?
안양원 내부는 부담스럽지 않게 아담하고 소담스럽다.
노불자들은 한 마디로 안양원을 이렇게 표현한다.
"환경도 좋고 경치도 좋고 큰스님과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새벽예불에 한번도 빠지지 않으십니다. 거기다 큰스님께서 계시니 더욱 정진하게 되지요. 큰스님은 밖에서는 가까이 뵐 수도 없는 분이잖아요. 그리고 여기 사는 분들은 모두 친형제 같아요. 큰스님만 오시면 우리가 기가 살아요. 모두 따라다니잖아요?"
여기 계시는 불자들은 여가시간에 금강경 등을 사경하고 아미타불 염불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안정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불교의 유유자적한 삶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