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빠리에서 SALON DU CHOCOLAT (살롱 듀 쇼콜라) 에 갔던 날... 대부분의 빠리 날씨가 그렇지만 그날은 유난히 추웠었고, 입김을 호호 불어 초컬릿 전시회가 진행중이던 Porte de Versailles 에 도착하여 입장하였을 때 , 그 때의 열기란 상상을 초월하는 화려한 것이었기에 프랑스인들의 절절한 초컬릿 사랑을 확인하며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세계 초컬릿 소비시장 1위가 미국이고, 2위는 독일... 우리나라는 아시에서도 6번째란다. 그만큼 우리나라 초컬릿 시장이 경쟁력이 없기도 없다지만 문제는 초컬릿이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아니다보니 달콤한 디저트가 발달한 유럽의 식탁에 비해 수요가 적은 것이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식 대형공장에서 만들어낸 질낮은 초컬릿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
초컬릿은 여자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는 기호식품이기도 하지만 종종 살을 찌운다는 오해를 받는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실제로 살을 찌우는 지방은 전체 초컬릿의 약 20% 밖에 안되고 특히 값싼 초컬릿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까... 그러니 제 역할을 하는 양질의 초컬릿을 정량 먹는다면 살찔까봐 걱정하는 염려는 필요하지 않을듯...
초컬릿을 떠올리며 벨기에, 스위스를 여행할 용기가 있다면, 제주도 여행할 때에는 반드시 초컬릿 박물관에 들러보자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초컬릿, 그 중에 특히 비싸기만 하고 몇 개 들어있지도 않은 수제 초컬릿을 산다는 건 정말 아까운 일인가...
어제 날씨가 화창하여 다녀온 초컬릿 박물관... 맛있는 초컬릿을 먹을 상상을 하며 가겠다는 나를 의아하게 보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볼게 없는 곳' 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직접 만든 초컬릿을 먹을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을 믿고 일단 가보기로 결심했다.
특산물 감자로 유명한 서귀포 대정이라는 어느 공기좋고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초콜렛 박물관... 인근에 차귀도 잠수함과 수용횟집 배낚시를 할 수 있고, 전망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고산 수월봉이 인근 관광지에 있어 제주도 여행하며 구석구석 둘러보기에 특이하고 좋은 곳... ^^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가 수상하다. 아니, 이런 독특한 안내판을 봤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곳인지 아니면 관광객 스스로 방문을 자제하도록 만드는 것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아 관계자에게 질문하다.
"왜 도대체 이런 안내판을 입구에 세워둔 것입니까?"
"아.. 네... 이곳이 워낙에 볼게 없다고 소문난 곳이라 그렇습니다" -.-;;
나는 다만 말을 잃었을 뿐이고, 잠시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안에 들어가 직접 만든 초컬릿을 살 수 있는지를 알고 싶다고 하자 바로바로 만드는 초컬릿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라 알려준다. 오오~ 그럼 좋다고 말하며 주저하던 걸음을 계속 가다.
어릴 때부터 외국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초컬릿에 빠진 한 여성이 나중에 초컬릿 박물관을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가꾸었던 꿈을 정년퇴직 후 30여 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털어 세웠다는 국내 최초의 초컬릿 박물관...
입장권 대신 나눠주는 원두커피 위에는 다크 초컬릿이 하나 올려져 있는데 50g의 다크 초컬릿에는 오렌지쥬스 17잔을 마셔야 얻을 수 있는 양의 발암 억제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스어로 '테오브로마'라는 신들의 음식이란 뜻으로 불리어던 코코아는 최음제 효과과 있어 연애에 상당히 유용한 음료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아즈텍의 몬테즈마 왕은 초컬릿을 불로장생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여 하루에 50잔 이상을 마셨다 하니 그의 찬란한 시절은 최음의 시간이었다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으리라...
때문에 가톨릭을 믿던 이른바 식민지 개척단인 스페인 원정자들과 동행한 선교사들은 처음 카카오 음료를 맛보았을 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것을 '육신의 죄로 이끄는 음료'로 여겼지만, 아무리 마셔도 전혀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고, 수도자들은 특히 이 음료를 금식기간을 버텨내기 위한 강장제로 썼다고 한다.
1664년 프란체스코 마리아 브란카초 신부는 단호하게 "음료는 단식을 위반하지 않는다. 특히 영양이 풍부한 와인은 절대로 금식을 깬다고볼 수 없다. 초컬릿 음료도 마찬가지이다. 초컬릿 역시 영양을 섭취하게 하므로 거부할 이유가 없다' 초컬릿은 결코 음식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 라고 선포했다고 한다.
따라서 17세기에 멕시코에 거주했던 스페인 사람들은 두 시간마다 코코아를 마실 만큼 코코아에 탐닉하였고 심지어 미사 중에도 수녀들이 신부들에게 코코아를 가져다 나를 정도였다니 당시에는 나름대로 논쟁을 불러 일으키키도 했단다. 이후, 1743년 교황 베누아트 14세가 자신을 호위하는 이들에게 초컬릿 드롭스를 선물로 줌으로서 초컬릿의 신성한 분위기를 되찾게 되었고, 17세기에 이르러 초컬릿은 성탄절이나 부활절처럼 중대한 종교 축제와 관련을 맺게 되었다 한다.
초컬릿에 관한 역사와 방금 만든 초컬릿을 먹을 수 있다는 재미 뿐만 아니라 한 여성의 환상적인 꿈을 이뤘다는 그 의지가 존경스러워졌다.
돌로 만든 앙증맞은 건물로 들어가는 기분은 환상적인 제주도 여행의 한 부분~ ㅋ 마치 유럽의 어느 성과 같은 느낌이지만 제주의 돌로 지은 퓨전한 느낌... ^^
입구에 들어서자 카카오 열매를 주렁주렁 단 나무 모형이 세워져 있고, 벽에는 카카오 원산지 현지에서 찍어온 사진들이 걸려 있다.
카카오를 생산하는 남미국가들과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Cote d'Ivoire (꼬뜨 디부와)에서는 전세계 카카오 70%가 생산된다고 한다. 참고로 내가 찾은 최고의 파인애플은 맛은 바로 Cote d'ivoire 에서 생산된 것... ^^;;
스페인에서 시작된 식민지 개척시대에 고대 아즈텍에 발을 디딘 코르테스 비롯한 스페인들... 얼굴 하얗고 수염을 기른 백인들을 본 고대 아즈텍국가 사람들은 그들이 믿던 전설 속의 케찰콰토르가 돌아왔다고 생각했고, 몬테즈마 왕도 그를 궁전으로 맞아들여 극진히 대접했다 한다.
그러나 순진하게 그를 자신들의 신으로 믿고 두 손 벌려 환영한 아스텍 인들과는 달리 코르테스의 야심은 미지의 나라 아스텍과 몬테즈마 왕의 부 富를 차지하는 데 있었으니 바로 이 덕분에 스페인인들이 그토록 쉽게 아즈텍 문명의 모든 것을 허물어 내고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이유였단다.
이것을 가리켜 '코르테스의 야심' 이라고 한단다.
그들이 믿던 신의 재림으로 여겨 극진히 대접한 것을 이용하여 식민지화에 박차를 가했던 코르테스의 야심을 나타낸 그림...
고대 아즈텍과 마야 문화를 초컬릿의 역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는 사진자료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고대 마야, 아즈텍 문명이 증발된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기에 감정이입이 되었던 까닭인지 점점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하다.
오~ 초컬릿 역사에 있는 이런 가슴아픈 역사적 사실들을 이전에 몰랐다는...
몰리니오로 카카오 분말을 저으면서 불에 달구어야 하는데 이 상태로 뜨겁게 한 잔 마시는 것은 이 지역에서는 아침마다 하는 일상적인 음료인 셈이란다.
코코아를 음료처럼 마셨던 것은 스페인 식민지 개척으로 시작되어 서유럽으로 넘어왔고, 귀족들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렇게 생긴 찻잔으로 두 손으로 잡아 뜨거운 코코아를 훅~ 마셨을 상상을 하니 갑자기 급 부러워짐... ^^
<과일, 담배, 카카오와 바닐라를 황제에게 선사함> 1920-1950, 벽화, 멕시코, 국립재판소 소장
마돈나가 집중적으로 작품을 사 모아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었고, 유명한 민중벽화를 그리기에 유명했던 멕시코 벽화작가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최고의 맛을 가진 초컬릿을 먹을 수 있다는 나라 벨기에... 그곳에서 최고의 초컬릿 제조기법 교육을 이수한 분들이 국내 유일한 초컬릿 박물관에서 초컬릿을 직접 만들고 계시단다. 나에게 안내를 해 주셨던 이곳 관계자 분께서도 직접 벨기에에서 이 과정을 이수하고 오셨다고 하시는데 그래서였나...
유리창으로 비쳐진 초컬릿 제작과정에 몰두하신 분에게서 느껴지던 자부심과 당당함...
제주도 초콜렛 박물관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일주일 세 번 항공편으로 서울 직영점에 보내 판매를 하고 있단다. 창덕궁점, 압구정점, 경복궁점 이태원점이 있다는데 슈퍼마켓에서 파는 초컬릿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질의 초컬릿을 맛보길 원한다면 방문해 보시길...
경복궁점 : 서울 종로구 통인동 147-9 02-3210-3171 압구정점 :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6 02-3445-2171 창덕궁점 : 서울 종로구 와룡동 74 02-742-3171 이태원점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16 02-798-3171 설악솜 다리점 : 강원도 낙산 설악해수욕장 7번 국도 (전진리 67번지) 033-672-3171
나오는 길에 나도 하나 구입하다. 가격은 32,000원이었는데 할인을 받아 28,000원... ^^ 기꺼이 기쁜 맘으로 초컬릿을 구입한 이유는...
빠리에 있을 때 우울해지면 마들렌 성당 뒷편에 있는 포숑 Fauchon에 들러 촉촉한 마들렌과 초컬릿을 낱개로 사먹고 돌아오곤 했었다. 비싸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수많은 초컬릿 상자를 바라만 보다 그저 낱개 초컬릿을 몇 개 사먹고 돌아오던 그 마음은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뿌듯하고 행복한 것이었었다.
여자는 초컬릿을 사랑하고 늘 그 사랑의 댓가로 살이 찌지는 않을까 고민해야 하는 이브가 먹어버린 선악과와 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때로는 어느 잊을 수 없는 정성들인 초컬릿 하나 덕분에 우울증을 씻어내고 행복할 수 있었던 그 때 그 아련했던 추억(?) 혹은 아픔이 떠올라 굳이 남들이 가지 말라고 만류했던 초콜렛 박물관에 온 것인지도, 또 어쩌면 요즘 내 아픔을 씻을 수 있는 약을 찾아 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진열장에 놓인 다양한 초컬릿들... 정성을 들인 수제품이란 이렇게 강한 힘을 발휘하는 법... 초컬릿 하나를 먹더라도 장인정신이 들어간 초컬릿으로 품격을 먹는 입을 위한 사치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하나씩 먹어보다 다 먹어버리고야 마는 내 우아한 하루동안의 사치... -.-;; 그래도 우울함을 버리고 행복했다면 패스~
마치 잠시 동화 속 초컬릿 집에 다녀온 느낌... ^^ 나오는 길에 굉장한 전리품처럼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곳... 손에 쥐여진 초컬릿 종이상자가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다는...
동양에서 단 하나뿐인 초콜릿 & 카카오 전문 박물관
제주도 초콜릿 박물관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551-18 064-711-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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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날아라 병아리 닭이 될 때까지~ 원문보기 글쓴이: 뿌쌍 Pouss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