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식빵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옥수수, 호밀, 보리가루 등을 함께 사용하므로써 상호 보완적인 영양원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또한 아몬드와 호두, 밤, 건포도등을 넣기도 하는데 빵과 함께 씹히는 건과류의 색다른 맛과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옥수수식빵은 옥수수가루의 특유한 맛 때문에 인기리에 판매되는 식빵입니다. 옥수수식빵은 밀가루 80%에 옥수수가루 20%를 혼합하여 만듭니다.
옥수수는 1492년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그곳에서 담배, 옥수수, 감자, 토마토를 보게 되었고 이것을 유럽에 전한 이래 전세계로 전파 되었습니다. 옥수수는 8종이 있으나 대체로 단옥수수(Sweet corn), 초당옥수수(Super sweet corn), 찰옥수수(Waxy corn), 튀김옥수수(Pop corn)로 구분하고 제빵용으로는 단옥수수와 찰옥수수가 사용됩니다.
옥수수에는 필수 아미노산 성분인 트립토판(Tryptophane)과 라이신(Lysine)이 거의 없으며, 비타민 B복합체의 하나인 나이아신(Niacin)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옥수수를 주식으로 사용했던 민족들은 나이아신의 부족으로 펠라그라(Pellagra)에 걸려서 죽어가기도 했습니다.
펠라그라병에 걸린 사람은 피부병(Dermatitis), 설사(Diarrhea), 치매(Dementia), 죽음(Death)에 이르는 4D’s 현상이 나타납니다. 펠라그라는 18세기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흔하게 발생하던 병으로 이탈리아어로 ‘거친피부'(rough skin)를 의미합니다.
그 이유는 햇볕에 노출되는 피부에 반점이 나타나고 특히 목부분의 피부가 거칠게 되는 피부염이 나타나기 때문에 카잘의 목걸이(Casal’s necklace)라고도 합니다.
그 당시 이탈리아는 무역의 퇴조와 자연재해로 인하여 밀이 귀하게 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사를 많이 하였습니다. 따라서 부유한 지주와 도시의 부자들은 밀을 먹을 수 있었으나 가난한 농민들은 옥수수와 메밀을 갈아서 만든 죽인 ‘폴렌타’를 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탈리아는 1871년에 펠라그라병의 발병율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식(主食)이 쌀이며 모든 음식의 기본으로 콩을 사용한 반찬을 먹기 때문에 펠라그라병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먹는 옥수수식빵은 괜찮은 것일까요?
옥수수는 다른 식품과 함께 먹어야 균형된 영양을 섭취할 수가 있는데 옥수수식빵을 만들 때 밀가루와 우유가 혼합되므로서 식품의 궁합을 맞출 수가 있습니다. 특히 밀에는 인체내에서 나이아신으로 변환할 수 있는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있고, 우유에는 8가지의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 A와 B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옥수수가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완해 줍니다.
오히려 빵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옥수수가루의 고소함이 구미를 당기게 하지 않습니까?.
보리식빵은 매우 한국적인 빵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미 15세기경에 영국의 농민들에게는 보리로 만들어진 빵을 주식으로 먹고 있었습니다. 보리(Barley)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재배되는 작물로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헌상에 나타난 보리의 역사는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三國遺史)에 처음으로 보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에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이 부여를 피하여 남쪽으로 내려 왔을 때 어머니 유화부인이 비둘기를 이용하여 보리종자를 아들에게 보내 주었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보리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나이가 드신 분들은 ‘보리고개’가 먼저 생각이 날 것입니다. 춘궁기(春窮期)를 의미하는 궁핍한 생활의 표현인 보리고개는 아련한 기억 저편의 아픔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굶주림에 먹을 것이 없어서 푸슬푸슬하게 지은 보리밥에 시퍼런 열무잎 김치를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던 보리비빔밥은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혹시 ‘보리개떡’을 아십니까?
보리개떡의 주재료는 보리가루가 아니라 보리등겨였습니다. 등겨는 보리를 방앗간에서 빻을 때 나오는 밀기울 같은 가루입니다. 이것을 체로 쳐서 아주 거친 것은 소여물로 사용하였고 그나마 고운 것으로 보리개떡을 해서 먹었습니다. 보리등겨에 의해서 솥에서 쪄내면 그 색깔이 개똥처럼 새카맣게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인데, 이름만큼이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개들의 고통도 옅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군것질 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비록 볼품없는 보리개떡이었지만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보리개떡은 떡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찐빵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소다와 막걸리를 사용하여 반죽을 한 후 부풀리게 하는 발효과정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굽는 것이 아니라 솥에서 쪄서 먹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설탕이 귀해서 사카린을 사용했습니다. 사카린은 인공감미료로써 사용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단맛이 설탕의 300배 정도로 강하며, 무엇보다도 설탕이 귀하여 쉽게 구할 수가 없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요.
모두가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린줄 알았는데, 요즘 들어서 보리개떡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별식으로 인식이 되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고 하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그러나 몇 년전에 건강빵으로써 만들어진 보리식빵은 제품판매에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보리식빵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료에 대한 연구와 소비자의 시식과정을 거쳐야 함을 일깨워 준 교훈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도에서 만들어져 인기리에 전국으로 팔려 나가고 있는 제주 보리빵은 좋은 사례로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밤식빵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빵중의 하나지요. 밤식빵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하여 재료 중에는 강력분 80%와 중력분 20%를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사실 밤식빵은 기본적인 식빵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게 구분해야 합니다.
부재료로서 당조림이 된 밤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다른 식빵과는 달리 빵의 윗면에 크림상태의 토핑(topping)을 짜주고 슬라이스된 아몬드를 뿌려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식빵으로서의 맛보다는 부재료와 토핑의 단맛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밤식빵 속에 들어가는 밤(栗)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겨울철의 비타민 공급원으로 휼륭한 식품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