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좋은 시란 개성과 표현 기법이 뛰어난 시라고 말할 수 있다. 시에서 개성이 있다는 말은 같은 소재를 가지고 시를 쓸 때, 대상이나 어떤 사물을 파악하는 관점이 남의 것이 아닌 자기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해되는 깊은 내면 의식의 세계를 말한다. 그리고 표현 기법이란 시를 쓰는 방법으로서 시의 구조, 운율, 이미지, 시어의 선택, 비유, 상징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통일시키는 일이다. 박철수의<소나기>와 정형석의<봄비>는 같은 소재이면서도 각기 다른 관점에서 시상이 파악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박철수의 <소나기>는 단형시조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시상 전개가 단순한 소재 설명에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현질성과 선명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표현 기법에 있어서 상징적 효과와 절묘한 비유를 통해 주제의식의 심화는 물론 시상 전개의 치밀성이나 뚜렷한 형상화를 이루고 있다. 초장, 중장의 표현도 그러하거니와 종장의 '하늘밖 해를 내쫓고 들이닥쳐 우는 여름'의 표현이야말로 함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 정형석의 <봄비>는 섬세한 언어감각에 의해 표현되고 있어 봄비가 내리는 분위기와 상황이 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초장 중장 종장의 연결이 시상의 전개에 따라 점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단형시조의 묘미와 함께 주제 의식이 심화되고 있다. 박철수의 <소나기>와 마찬가지로 표현 기법에 있어서 뛰어난 상징과 비유를 통해서 시적 형상화는 물론 참신성을 더해주고 있다. 봄비를 맞이하는 들녘의 기쁨을 '꺼이꺼이 우는 들녘'으로 표현한 데서 그의 성숙함을 엿볼 수가 있다. / - 김 준(시조시인.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