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행지는 민둥산이었어요..가을도 아닌 겨울, 아니 봄에..
사실 민둥산 오르는 길에 있는 발구덕마을을 꼭 가고픈맘에..
하지만 일정이 갑자기변경되버렸네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처음의 어긋남과는 달리 무엇보다 머리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던거 같네요...
저희가 탄 열차는 최동섭여객전무님과 김덕근 차장님이 수고해
주십니다..저희가 먹고 있는 과자를 여객전무님께 건네드렸을때
자연스레 말벗이 되어주시더군요..
여객전무님은 고1, 중2의 아들만 두신 멋진 분이셨습니다..
기차를 타고다니시면서 느끼시는 감상의 단편들을 적은 수첩을
저희에게 보여주시더군요..
겉으론 약간 근엄함이 느껴지지지만 실제론 달리는 음유시인이신듯...
저희가 민둥산을 간다고 하니까 자미원에서 내려주신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저희의 차림새가 등산을 하기엔 특히 친구가,
부적절했는지 산은 눈이 다 녹으면 오르라고 하시더군요..
하긴 남쪽에 봄이 왔다고 이곳 강원도까지 봄이온건 아니니까요...
아직 강원도엔 곳곳에 내린 눈이 아직도 하얗게 쌓여있어 등산준비가
안된 저희로서는 무리가 있는듯..
결국 저흰 구절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쉽게 결정을 내리고 나니 기분이
묘하네요..이렇듯 증산에 1시 50분에 도착해 여객전무님께 인사를
드리고 기다리고있는 구절리행 통일호에 바로 올라탔습니다.
바로 정선장날이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인 송대관의 네박자 노래가락이 열차안에서
흘러나오네요....관광버스에서 많이 듣던 그런 풍경을 기차안에서
느끼니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오석주차장님이란 분이 탑승하셔서 대용승차권이란걸 끊어줍니다...
대학생인듯 보이는 젊은이들이 무리지어 탔네요..
그리곤 맨 뒤로 가서 사진을 찍느라 바쁩니다..
기차안이 너무 더워 나가고 픈 맘이 굴뚝 같습니다...
정선역에 다다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고 몸이 불편하신 장애인
한분이 훨체어와 농기구 한짐을 이고 올라타셔서 친구와 전 타시는걸
도와드립니다..열차안에는 10여명도 채남지 않았네요..
드뎌 저흰 열차맨뒤로 갑니다..이렇게 맨뒤에서 열차의 철길을 보는건
첨입니다..(영화 박하사탕 말고는..)
이리저리 고부라지는 철길, 컴컴한 굴속에 들어갈때 점점 멀어지는
빛들..그리고 다시 굴밖으로 나왔을때 내리치는 봄햇살들...
자그마한 철교들을 그렇게 지나치며 다시 열차안으로 들어왔을때
차장님의 본격적인 개인가이드시작!!
차장님 설명을 들으며 저희는 왼쪽 오른쪽 밖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마을과 논밭들은 이미 파릇파릇해 오는데 저멀리 산의
흰눈이 그대로 남아잇는 풍경과 묘한 대비를 이루네요...
이렇듯 구비구비 달리고달려 구절리역에 드뎌 도착....
저희와 등산객 세분..그리고 장애인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분이
전부 내리십니다..
장애인아저씨께서 내리는걸 도와드리니 대뜸 명함을 내미시며 ,
"아가씨들,여름에 다시와요.내 그때 꿀맛보여드리외다!" 하시네요...
양봉을 하시는 분인듯..꿀먹으러라도 꼭 다시 와야겠네요..^^
구절리역...그렇게 언젠가 오고 싶은던 곳인데 이렇게 서있다니
믿겨지질 않네요...역사만 덩그러니...역무원도 아무도 없는 한켠에
휭하니 걸려잇는 거울이 무색할뿐..
아직 겨울이 남아있는 구절리엔 잿빛이 가득합니다..
15분후에 다시 출발하는 열차때문에 친구와 전 바삐 움직입니다..
역앞 한일상회에 친구가 음료수을 사러간사이 전 가게옆에 묶인
개 3마리와 재미있게 놉니다..시골의 개들은 왜이리 순박할까요?
꼬리만 칠뿐, 낯선 사람이 와도 짖을줄을 모르나봅니다..
서로 자기와 놀아달라고 낑낑대네요..
옆에서 봄볕을 째시던 할머니한분께서,
"정이 그리운게야..서로 안아달라고 샘나서 어쩔줄모르는구만.."
그런 할머니의 옆모습에서 당신의 사람 그리운 정을 잠시나마
느꼈다면 거짓말일까요?
구절리역에 머문 시간은 10여분 남짓이지만 저의 머리속 잔상은
한참동안이나 머물러있었던거 같네요..
3시 26분에 다시 출발하는 한량짜리 통일호에 다시 몸을 싣고,
오석주차장님이 아는척을 하십니다..
그러시곤 통일호 승차권 몇장과 정선관광 팜플렛을 기념으로
주시네요...그리고 열차는 다시 우리를 증산역에 실어다놓습니다..
증산역에서 돌아갈 표를 끊고 시간이 2시간여나 남아서 증산역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아침, 점심을 모두 굶어서 밥먹을곳을 찾는데
마땅치가 않습니다..
주변이 너무 조용하고 썰렁해서리..
결국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숙이네식당(제 이름에 끌렸는지)
에서 들어갑니다..손님은 저희외에 한참이나 없었는지 잠깐 조시던
아주머니가 화들짝 놀라시네요..
저흰 조금 미안해하며 김치찌게 2인분을 주문합니다..
배가 고팠던지 김치찌게가 나오자마자 국물도 남김없이 밥을 몽땅
비웁니다...
그리고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도 잊지않았지요..
그리곤 식당을 나와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립니다..
그다지 볼것은 없지만 옛날 탄광지대라 그런지 아직도 연탄을 때는
곳이 많은가 봅니다..집집마다 연통에서 나오는 코끝을 찌르는
연탄가스특유의냄새가 정겹네요...
어..그런데 조금가다가 신기한걸 발견했습니다..
연탄무덤!! 이름은 저희가 붙인거지만 아마도 연탄재를 공동으로
버리는 곳인듯 학교운동장만한 넓이에 연탄재가 쌓여있는모습이
이채롭습니다..기념이다 싶어 사진한장 찰칵!!
이제 슬슬 역으로 향합니다...증산역을 오르는 계단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니 마침 저녁식사때여서 그런지 철도원 복장의 한무리의
직원들이 내려오시면서 찍을게 뭐있는지 저희를 힐끔힐끔 이상하게
쳐다보시네요..그리고 바로 계단옆에 골목에서 호떡을 파시는
아주머니옆에 귀여운 하얀 강아지 한마리가 눈에 띄였습니다..
개라면 사족을 못쓰는(?) 성격탓에 그냥 못가고 장난을 쳐봅니다..
주인이신듯 아주머니께서,
"새끼였을땐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요..털이 다 하얘서 흰둥이라
지었는데 지금은 시커매져서.."하시며 멋적게 말을 걸어오십니다...
지나가는 차먼지,석탄먼지때문에 지금은 하얗던 털이 거뭇거뭇해져
버려 지금은 흰둥이가 아닌 검둥이가 되버렸지만 그런 흰둥이가
제 눈에는 더 예뻐보이는건 왜일까요?
아마도 겨우내내 장사하시는 아주머니옆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멀리 도시를 떠나 외지에서 만난 사람들이지만 모들들 정겹고
따뜻한 맘씨를 가지신 분들..
우리네 고향을 여전히 지키고 계신분들이 있기에 여행길이
외롭지 않나봅니다..
거의 텅텅 비다시피한 530열차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워 조금은
지친 몸을 추스리며 다음엔 아디로 갈지 여행을 계획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