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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성경대로 살기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산책
악마의 포식, M&A
김진구
특정기업의 소유권을 획득하는 주요한 경영전략 중의 하나로서 인수, 합병을 의미하는 Mergers & Acquisitions의 약자인 M&A라는 것이 있다. 이는 피인수 회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박탈하는 적대적(敵對的) M&A와 피인수 회사와의 합의에 의하여 합병되는 우호적(友好的) M&A로 크게 구별되지만, 기업풍토상 대다수가 적대적 M&A이며, 그 수단으로는 주식의 매집(買集)에 이은 경영진 교체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도 IMF 시대를 지나면서 외환사태를 극복하려는 김대중 정부의 고육지책 중의 하나로 M&A가 전면 허용되어,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 세계의 거대 기업 앞에 거의 무방비로 발까벗겨진 채, 정경유착 등의 온실 속에서는 꿈도 못 꾸어본 세계자유경제시장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내야만 했다. 그간 많은 기업체들이 이 폭풍 앞에서 대응할 시간이나 마음의 준비도 미처 못한 채 감기와 폐렴 등으로 쓰러져 갔으며, 요행히 살아남은 기업체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이 황량한 고원을 피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나라들로 그 터전을 옮기게 되어, 한국은 실업자 양산과 생산시설 부재라는 큰 후유증이 찰거머리처럼 따라 붙게 되었으니, IMF 터널을 빠져나온 후유증치고는 너무 고약스럽지 않는가 말이다.
외국인에 의한 생산, 설비, 고용창출 등의 투자유치가 아닌, 빠른 시간 내에 치고 빠지기 식의 단순투기로써, 순간 거대 이익금의 국외송출로 인한 국부(國富)의 유출은 물론, 각 기업은 R&D(연구, 개발) 등 성장기반 확충에 투자해야 할 자산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하게 함으로써, 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마저 무너뜨리고 마는 M&A는 한마디로, 악마의 포식과도 같은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005년 8월 말에‘소버린 글로벌’이라는 외국계 투자펀드회사는 2년이란 단기간에 (주)SK에서만 9,210억 원의 순이익을 챙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철수하였다. 이 회사의 전주(錢主)인 챈들러 형제는 이렇게 한국에서 번 돈만으로 2005년도 뉴질랜드 최고의 벼락부자가 되었다고 내셔널 비즈니스 리뷰지(紙)가 발표하였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돈은 국가자본과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진수성찬으로서, 포식 후 트림하며 떠난 이들 뒤에 남은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비싼 핸드폰 사용요금을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기업가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면 사물을 볼 수 없으며, 어떤 소리라도 들을 수도 없으며, 말도 할 수 없으며, 분위기를 느낄 수도 없게 된다. 즉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모두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닫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여 기업체에는 이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과 전문인력이 고용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 남이 대신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바로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다. 이 어찌 보면 쉽고도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로 인하여 사람이, 기업이, 가정이, 교회가, 나라가 어려운 시험에 빠졌던 많은 사례들을 우리는 보아왔다.
달콤한 M&A의 유혹은 항생제로 고쳐야 하는 병을 당장의 고통을 피하려 마약을 복용케 하는 것과 같으며, 부지런히 운동으로 빼야 할 땀을 사우나에 편히 누워서 빼도록, 사람이나 기업의 편하고 약한 마음부터 미혹케 하며 살며시 접근해 온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게하여 저를 대적하라”(벧전 5:8-9). 그리고 또 있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잠 4:23).
하나님의 손목을 애써 붙잡는 신앙생활보다는 하나님의 권능의 손에 내가 붙잡혀 사는 것이, 안전지대(safe zone)가 아닌 신앙지대(faith zone)에 거하며 평안히 누울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말씀을 시편 4:8에서 발견한 것은, 5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 무더웠던 지난 어느 여름날 토요일 오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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