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에게 8월은, 빈틈없이 꽉 들어 찬 만월(滿月)이요 만일(滿日)이요 만시(滿時)였습니다.
9월 1일(일)입니다. 8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금방 지나간 것같기도 하고, 아주 천천히 쉬었다가 또 머무르다 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4개월 전, 4월도 꽉 찬 한 달을 정신없이 지낸 것입니다. 대한민국 U자걷기 마지막 11구간을 1주일간 걷고와서 사진정리로 1주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5월 8일부터 닷새간 진행될 사진전 준비에 밤낮없이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넉달 후인 8월초엔 산소호흡기를 끼고 숨 가빠하시던 어머니가 8월 5일(월) 운명하셨어요. 정년퇴직한 지 10년이 지난 저를 여러분들이 찾아오셔서 문상하고 위로해주셨습니다. 7일(수) 오전 8시 잠실3동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지내고, 11시에 원지동에서 저 하늘로 연기되어 사라지셨어요. 곧바로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에 안치해드렸습니다. 8월 9일(금) 삼우제에 다녀왔고 와중에 하루를 연기하여 제가 병원에 가기도 하였어요.
8월 상순이 이렇게 지나가자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8월19일(월)부터 12일간 파주 임진각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DMZ 종주 국토순례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태극기와 엠블럼 준비가 제 몫이었어요. 그리고 8월 15일(목)부터 3박 4일간 제주도에 사는 큰애 집을 방문하는 일도 이제 그대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8월 18일(일) 한사모 주말걷기 제300회 걷기와 가념행사가 있었는데, 겨우 잔치에만 참석하고 다음날 꼭두새벽에 문산행 전철을 탔어요.
8월초에는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일을 당하면. 애들과 모처럼 함께 가기로 한 여름 휴가도 포기하고, DMZ 종주에도 참가할 수 없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냈어요. 그런데 조금 차도가 있던 어머니는 하루밤 사이에 나빠져서, 새벽에 중환자실로 옮긴 후 오전 10시에 운명하신 것입니다. 휴! 2년 이상 고생하시던 어머니는 마치 자식들에게 더 큰 짐을 지우지 않겠다는 듯이 홀연히 세상을 떠나셨어요. 하여! 어리는 8월 19일(월) 새벽 4시반에 배낭을 메고 버스편으로 여의도까지 가서 택시로 경의선 출발지인 공덕역 9번 출구에 오전 5시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주님, 시방 비를 뿌려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시려고 하십니까? 아니면, 우리 길을 막으시려는 것입니까?
첫차를 타고 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이구, 허구헌 날 내버려두고 우리가 출발하는 이 날 이렇게 비를 뿌리시면 우리 도보꾼들은 어찌 한 단 말입니까? 이런 한탄이 절로 나왔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바람에 순응하면서 걸어야겠다는 맘준비와 각오를 단단히 하였습니다. 안철주 단장님과 황금철 님이 오셔서 오전 6시 32분에 문산행 전철을 타고 출발했어요.
도중에 박찬도 님과 합류하여 7시 40분경에 문산 도착, 택시로 임진각까지 직행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평화누리길을 따라 동으로 동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한데 괜히 하느님께 불평하다니, 송구스러웠어요. 감사합니다. 첫날 목표는 파주 적성에 있는 황포나루를 지나 감악산팬션까지 30킬로입니다.
DMZ종주단 4명은 330키로 국토순례길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파주 임진각에서 임진강 가에 만들어진 평화누리길을 따라 30키로를 걸어서 적성읍 감악산팬션에서 민박을 합니다. 점심은 장단매운탕집에서 매운탕을 먹고 두어 시간 푹 쉬었다가 다시 걸었어요. 황태돛대집에서 팬션을 찾아 약간 헤매였으나 민박집이 깨끗하고 포근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