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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보다 아름다운 양푼소리 외 1편
김은숙
이른 아침 눈을 뜨니 찍찍, 짹짹…….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요란하다. 휴일이라 늦잠을 자고 싶었는데……. 창 밖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저들의 노래 소리는 평일에는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서 지나치기 쉽지만 오늘 같이 공휴일이나 늦잠 자고 싶은 토요일엔 자명종 소리와도같이 일어나기 싫은 나를 재촉하여 깨운다.
새소리에 이어 어딘가에서 스테인리스 양푼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소리는 또 무얼까? 4,5초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들리다가 간혹 잠시 쉬었다가 다시 4,5초 간격으로 계속 들려온다. 아침잠을 깨우는 그 소리로 인해 오늘은 휴일임에도 일찍 일어났다.
아까 그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휴대폰을 찾으니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딸아이의 휴대폰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봤지만 진동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 퇴근 때 차에 두고 온 것 같아 가 보기로 했다.
1층을 향해 거의 내려갔을 무렵, 양푼에 무엇인가를 던져지는 소리는 더욱 크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파트 화단 옆에 한 여인이 은박 돗자리를 깔아놓고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무언가를 쓰며 엎드려 있다. 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어 위로 치켜 올려서 커다란 핀으로 고정시키고 검정색 반바지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은 젊은 그 여인의 반복되는 손 움직임이 매우 규칙적이다. 가까이 가니 여인은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를 한껏 벌려 놓고 무언가를 꺼내어 양푼에 덜어 놓고 다른 큰 양푼에다 골라서 던지는 것이었다.
아, 그 소리가 그 소리였구나. 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출근하기 바빠서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아……, 네.”
그녀는 쑥스러운 웃음을 띠고 대답을 하면서 잠시 눈을 들어 쳐다봤을 뿐 여전히 하던 일을 반복했다. 옆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나는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어, 너였구나. 안녕! 여기서 뭐하니?”
아이는 그때서야 바시시 일어나 앉더니 ‘안녕하세요?’라며 들고 있던 연필을 놓는다.
“아, 공부하고 있었네. 구몬수학 하고 있었어?”
아침 일찍 나와서 엄마 옆에 엎드려 수학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여인은 아이와 나와의 얘기를 들으며 가끔씩 흘깃흘깃 대견하게 아이를 바라보기도 하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여인을 향해 궁금하던 차에 ‘그건 뭐예요?’하고 물으니 커피콩이란다.
“난 커피콩이 까만색인 줄 알았는데…….”
난 들릴 듯 말 듯한 혼잣소리로 말을 하며 그녀의 손놀림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녹색 빛을 띠고 타원형으로 길쭉하며 반은 갈라진 듯이 보이는 게 커피콩이란다. 얼듯 보기에 커다란 수입 해바라기씨나 호박씨처럼 생겼는데……. 반이 갈라진 해바라기씨 일종인 줄 알았다.
“그걸 이렇게 많이 골라서 무얼 하세요?”
“저 아래 내려가면 죽집 있잖아요? 그 옆에 새로 생긴 커피집이 있는데 그 집 아르바이트 하고 있어요. 지금은 이 정도지만 장사 잘되면 꽤 많아질 거예요.”
여인은 이미 ‘장사가 잘 되면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며 꿈꾸는 자의 눈빛을 보였다.
“아, 그러세요? 이거 다하면 얼마 받으시는데요?”
“Kg당에 2천원이에요. 이게 7Kg이에요.”
“그럼 만사천 원? 이거 다 하려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금방해요. 아침에 벌써 이만큼이나 골랐는데요.”
그러고 보니 벌써 삼분의 일 정도는 고른 것 같다. 아이는 그 옆에서 누웠다 앉았다하며 구몬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얘야, 여기에다 조그만 찻상이라도 가져다 놓고 하면 엎드려서 공부하는 것보다 좋을 텐데……. 바닥에 엎드려서하면 불편하지 않아?”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러고 보니 등굣길에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를 잘 하던 까까머리 그 아이다. 행복한 엄마와 천진한 아이의 다정스런 눈빛, 그들의 사랑스런 모습이 휴일 아침의 나를 행복감에 젖게 한다. 계단을 오르며 그 여인이 부업꺼리를 가져오는 커피집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어서 올라가서 늦잠 자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을 맛있게 준비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내려 마시고 싶다.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소리보다도 늦잠을 방해하는 스테인리스 양푼과 커피콩의 부딪힘이 더 아름답게 들리는 아침이다.
마음까지 치료하는 물리치료사
워크샵을 위해 오랜만에 오대산을 향해 달리고 있는 버스 안이다. 언뜻언뜻 차창을 지나가는 마을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가만히 생각하자니 지난 4개월 동안의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어르신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하나 둘씩 그려지니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젊고 발랄한 직원들과 함께하면서도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사랑하는 얼굴들이 있어 이 여행에 행복감을 더한다.
워크샵을 기대하는 직원들은 벌써 일주일 전부터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면, 지난해 워크샵에 대한 이야기와 오늘 있을 행사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웠었다. 그 중에서도 장기자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어느새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신입인 나에게는 올해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 행사가 얼마나 의미 있고 재미있기에 저럴까 내심 궁금하면서도 섬기는 교회에서 성가대 임원으로 20여 년을 섬기며 주일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기에, 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하였었다. 확실히 참석하기로 결정을 못하면서도 며칠 안절부절했다. 첫 행사인데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교회 일을 다른 분에게 부탁을 하고 가기로 결정하였다.
관광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가는 소박한 여행이 새로운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시끄러운 버스 속에서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일인 것 같다. 그렇게 2010년의 봄은 나에겐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왔었다. 이제 2010년 겨울의 마지막 자락에서 나를 일깨워 주시고 사랑의 자리로 인도해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우연히 한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인애가병원을 알게 되었고, 김덕호 이사장님의『역경의 열매』를 읽으며 말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때마침 물리치료사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이런 병원이라면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내가 오랫동안 속해 있었던 곳처럼 이상하리만치 따뜻함이 느껴졌다. <사람을 사랑하는 집>이라는 이름이 좋아 꼭 ‘인애가병원’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나는 대학원에서 3년여 동안 상담공부를 하고, 상담코칭센터에서 대학생과 일반인 상담을 하며 심리상담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는데, 고모의 간곡한 부탁으로 압구정동에서 기업형 헬스케어센터를 운영하는 고모회사의 상담실장으로 일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곳엔 많은 사람들이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정말 날씬하고 예쁜데도 불구하고 더 날씬하고 더 예쁘게 가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 살을 정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며 그 대가로 멋진 몸매를 갖고, 상품화된 몸으로 돈을 벌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사는지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있던 신촌이 낭만이 있는 곳이라면, 압구정동은 그와는 또 다른 곳이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고 그 많은 돈으로 자신을 여러모로 가꾸기 위해 아낌없이 쓰고, 보통 사람들이 추구하는 풍요롭고 멋진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돈이 필요한지, 그래서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인애가병원 사이트를 방문한 후에 머릿속에는 그 무언가가 계속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사랑이 어디로 가는지 점검해보게 됐다. 토요일이면 강남구청 소속으로 중고등학교에 가서 자원봉사 교육 강사를 하던 나는 그 일이 좋았고, 봉사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 수 있었기에 혼신을 바쳐 일하고 싶은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났다. 그날로부터 나는 ‘인애가에서의 나’를 꿈꾸기 시작했다. 일단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하루라도 빨리 보람 있게 나를 불태울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벤츠와 BMW가 흔한 압구정동 일을 정리하게 되었고, 하나님은 오금동에 있는 인애가를 알게 하셨고, 꿈꾸게 하셨다.
더운 여름에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서 출근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있는 이곳으로 말이다. 내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이 ‘바로 여기다’싶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력서를 내게 되었고, 나는 드디어 인애가의 가족이 되었다. 병원에서 치료를 하면 우리의 육체가 좋아질 수 있지만 인간의 마음까지 치유하기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난 내가 배운 상담을 통해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회 닿을 때마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아프고 시린 마음을 읽어드렸다. 어르신들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면서 그 분들과 친숙해지고, 어느덧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어느 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아침이면 ‘오늘 만날 사람에 대한 기대가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난 정말 그런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원장님이 어김없이 직원들 책상을 닦아놓으시고 약간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선생님!”하는 목소리가 참 듣기 좋다. 어떤 기관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기에 가능하면 원장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다 보니 정말 정이 많이 들었고, 고슴도치처럼 인애가의 매일 매일이 사랑스럽다. 어떤 때는 안쓰러운 생각에 아무 말 없이 허그를 하곤 한다. 말 안 해도 다 알고 이해한다는 무언의 행동이다.
방마다 매일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지만, 그때마다 직원들이 협조하며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사랑으로 헤쳐 나간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 모두가 사랑스럽고, 매일 만나도 새롭게 반가우며, 각자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어르신들도 한 분 한 분 소중하고 사랑스러우시다.
너무도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인애가에서의 지난 봄날 목련이 아름답게 피던 날 쓴 글 중에서 생각나는 글이 있다.
4월의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내 마음에도 봄꽃이 피었다. 만발하였다. 가슴이 벅차게 뛰며 얼굴이 따뜻하게 달아오른다. 창문을 열어보니 아침나절만 해도 봉우리로 남아있던 수줍던 목련마저 꽃망울을 터뜨리며 ‘내가 더 잘났다’고 뽐내기를 하는 듯하다. 내가 더 예쁘다고, 내가 봄꽃의 전령이라고, 서로 어깨를 으쓱대며 내 자랑하기에 바쁘다. 저들의 키재기 모습이 나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흐르게 한다.
요양원의 어르신들에게도 봄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 이 가슴 뛰는 벅참의 환희를 어르신들과 누리며 나누고 싶다. 월요일 아침 일찍 어르신을 뵈러 병실로 가면 “선생님 빨리 만나게 해 달라고 밤에 잠도 조금만 자고 새벽에 깨어서 기도했어요.”라며 함께 찬송을 몇 곡이고 부르시던 어르신들. 요 며칠 몸 상태가 안 좋아지시며 기분이 많이 다운되신 장 어르신, 너무 마르고 아프셔서 살이라고는 만져지지도 않고 뼈만 앙상한 홍 어르신, 따님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시던 이 어르신, 따님이 와야 아픈 배가 낫는 김 어르신……. 이 어르신들의 가슴 속에도 봄꽃의 향기로 가득 채워지시길 기도드리며 하루의 생활을 시작했다. 네 명이 살아가는 작은 병실에서도 힘의 작용이 대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에는 인지가 가장 좋은 어르신과 상담을 하다가 이제는 오른쪽 마비로 말씀이 어눌하신 분도 말씀을 못하셔서 눈짓으로만 의사소통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꾸준한 대화와 사랑으로 마음을 읽어 드릴 수 있게 되었다. 한 분 한 분 질환과 특성에 따라 물리치료를 하고 상담을 하다가, 왼쪽이 마비가 왔든지 오른쪽이 마비가 왔든지, 아니면 무릎이 안 좋든지 건강한 팔이나 다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기능을 살려 건강한 팔로 아픈 팔을 받치고 운동을 하고, 엉덩이를 들어서 기저귀 갈기에 좋은 자세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운동을 같이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또 서로 경쟁하기도 하여 더 열심히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불길처럼 인다. 최대한 어르신들을 공평하게 대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어르신들을 안아드림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드린다. 그런 중에도 수시로 변하는 어르신들의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고 그 속에서 어르신들끼리 미움과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힘의 균형을 위해 좋은 역할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인애가에서의 생활 중에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깨달을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사람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랑해야 할 대상인 인간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사람이 무엇으로 구원을 얻을까?’라고 했을 때 행위로 구원을 얻는다면 ‘천국에 들어갈 자가 몇이나 될까?’ 반문해본다.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랑스러운 사람,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만 사랑을 한다면 선택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받은 사랑을, 내 마음에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인해 사랑의 대상이 생기고 마음속에 더 깊은 사랑의 샘이 생겨감을 느낀다. 전심을 다해 사랑을 주어도 못 받아들인다면 몰라도 무조건적으로 주는 사랑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사랑이 아닐까.
저녁시간에 병원 별 장기자랑을 열정적으로 마치고 오대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푹 잤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밤새 내린 비로 저 멀리 하얀 물안개 피어오르는 오대산 자락의 녹음이 참으로 신비롭다. 지난 여러 날 동안 계속 무덥고, 구름이 끼고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장마철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된다며 투덜거렸었는데 모처럼의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대하는 나의 가슴은 왜 이리 콩닥거리며 뛰어대는지……. 울렁거리는 마음을 안고 비 오는 아침에 산책을 하였다. 부슬부슬 내리나 비, 녹음 우거진 나무들, 귀를 간질이는 나뭇잎들의 소근대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 왜 이리 마음이 설레는 걸까? 아, 정말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고요와 평안함인가…….
이런 평안함은 모든 일을 주님께 하듯 하고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시고 섬기시는 나의 엄마에게서 느꼈던 그런 느낌이다. 주님의 우리를 향한 따뜻한 사랑을 여기에 와서도 보았고 계속해서 삶 가운데 느끼게 된다. 아침 식사 후 예배 시에도 힘찬 찬송을 부르며 우리 주님의 살아 계심을 체험하고 장경동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은혜 받는 귀한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나에게 과연 어떤 분이실까? 나에게 예수님은 엄마와 같은 분이시다. 나의 삶 가운데 늘 살아계셔서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 내 삶의 방향을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으로 정한 것은 아마도 엄마의 따뜻한 사랑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사랑을 나눔으로 인생의 깊이를 더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어머니 같은 주님의 사랑을 나누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기도하며 나아간다. 인애가에서의 삶이 사랑의 깊이를 더해가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허락하신 좋으신 우리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은숙
경기도 포천 출생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수필 동인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을 졸업
연세대학교 연합신학 대학원에서 임상심리상담 전공
임상심리치료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현재 일맥의료재단 인애가 서울병원 근무 중
수필 동인지 『아버지와 자작나무』
<심사평>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것이 수필의 참모습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부업을 하고 있다. 커피콩을 골라 양푼에 던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만도 한다 작가는 아름답게 듣고 있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아줌마 시끄러운데 왜 아침부터 소리를 내고 그래요?”라든지, “왜 시끄러운데 여기서 그래요. 집에 들어가서 할 것이지!”라며 핀잔을 줄 것 같다. 그런데 김은숙 작가의 생각은 다르다. 열심히 해야 하루에 삼사만원밖에 벌 수 없는 부업꺼리로도 행복해하는 아주머니와 그 옆에서 수학공부를 하는 어린 아이가 너무나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 부자라고 다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가난하다고 해서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조금 벌어 조금 쓰더라도 어떻게 행복한 마음을 지니느냐가 인생의 척도인 것을 작가는 글로써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현재 인애가병원이란 곳에서 노인들을 돌보며 근무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사명인지를 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겉치레를 좋아한다. 깨끗한 일을 선호하고 명분 있는 일에 목숨을 건다. 그런데 작가는 힘없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며 그들이 하는 일을 아름답게 여긴다. 수필은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처럼 하찮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것이 수필의 참모습이란 생각이 든다. 그간 마음훈련을 충실히 해온 작가에게 수필가로 추천하는 일은 당연하다. 기쁜 마음으로 추천해드린다.
심사위원 : 이현복 라대곤 김순진
<당선소감>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
제가 소중히 여기는 우리말 중에 ‘배려’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와 내가 경쟁하는 삶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할 때 이 세상에서 모두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습관적인 삶을 잘 반추하여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자연과 사물과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이야기 심리학을 통하여 거룩한 꿈, 하늘의 꿈을 갖는 자, 꿈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가 되라고 가르쳐 주신 연세대 정석환 교수님, 감사합니다. 저도 대리석 안에 숨어 있는 다윗을 발견할 수 있는 미켈란젤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늘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수필이라는 문학을 통해 한 인간이 완성되고 성숙한 존재로 성장하며, 글을 통해 미력하나마 독자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입니다.
정처 없던 습작시절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수필이라는 문학적 장르를 통해 작품속의 자아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며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토리문학을 통해 창조적 자아가 성장되고 내면의 정신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고, 문학의 깊이가 더해가는 삶이되길 소망합니다. 성경 속 바울의 말처럼 ‘매일 갈고 닦아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문학의 세계에 가고자 노력하렵니다. 얼마 전 혈압으로 쓰려지셨다가 일어나신 아버지, 그리고 늘 노심초사 나를 사랑하는 어머니, 남편과 딸, 병원 식구들……. 나를 아는 모든 분께 이 자릴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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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글은 스토리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작품입니다.
소중한 선물
작년 6월, 비가 주저리주저리 내리는 이른 새벽, 둘째아이 통근버스 타는 곳 까지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일어난 일이다. 주유소에 들러 주유를 하고 좌측 깜빡이를 넣고 5미터 정도 나가고 있었는데 과속하던 택시가 무섭게 달려오더니 운전석 옆구리를 들이받아 차가 심하게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구겨진 차에 몸이 끼인 나는 운전석 쪽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아 도저히 나올 수도 없었고 조수석을 통하여 겨우 차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차에서 내리긴 하였으나 어깨며 목이 너무 아프고 현기증이 나서 도저히 이대로 집에 가는 것이 힘들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까지 왔으나 통증이 너무 심해서 바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혈압이 몹시 떨어지고 놀란 가슴이 진정 되기 까지는 여러 날이 걸렸다.
x-ray 결과 경추 5,6번 염좌이며 디스크 증상이 나왔다. 환자들을 치료하던 내가 병원에 입원을 하여 환자가 되고 보니 아픈 사람들의 답답한 심정이 여러모로 헤아려졌다. 침을 맞을 때 환자의 반응이나 통증 정도를 물어가며 세심하게 침을 놓는 여자 한의사선생님, 물리치료를 할 때 따뜻한 마음과 정성으로 환자를 안심시키고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함으로 꼭 나을 것이라는 신뢰를 주는 물리치료사 선생님, 환자들의 불편함을 없게 하기 위해 수시로 병실을 찾아와 점검하고 약을 주고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시는 간호사님, 때마다 땀을 ‘뻘뻘“흘리며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나누어 주시는 식당여사님과 영양사님, 병원시설이나 서류 등을 꼼꼼히 챙겨주시는 원무과 직원들 모두가 감사한 분들이고 고마움을 전해야 할 분들이다.
몸이 아플 때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되고 의료인으로서 환자들에게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환자로서 지켜야 할 예절 등……. 그렇게 여러 관점에서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친구나 친지, 교회식구들이 많이 찾아와 위로와 사랑을 주심에 감사드리며 입원 기간 동안에 잊혀지지 않는 선물이 있으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우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준 사랑하는 주은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우리교회 박동용 지휘자님의 귀한 딸이다. 대학생 오빠가 있고 초등학교 3학년이니 늦둥이인 셈이다. 주은이는 생긴 것부터 동글동글, 초롱초롱……. 뽀오얀 얼굴에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서 예쁜데다가 쌍꺼풀이 없이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지고 있으며 입술은 발그레하니 도톰한 데다 아주 감칠 맛나게 귀여운 목소리를 가진 아이다. 엄마 아빠를 닮아 감수성이 엄청 발달해 있고 순진하며 모습 그 자체가 ‘순수함’이다.
그런 주은이가 아침 일찍 주일학교 가서 주일예배 마치고 엄마아빠 성가연습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일 오후 예배드리고 난후 몹시 피곤할 텐데 엄마 아빠와 병문안을 와주었다. 때마침 성가대원들이 찾아온 때였는데 생글생글 웃으며 신기한 듯이 나를 바라보더니 대원들이 다 가고 난 다음 준비해 온 공연이 시작되었다. 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해 있으며 크게 웃을 일 없는 나를 위해 갖가지 ‘개그’를 오는 차안에서 연습을 했단다.
준비한 것은 많고 마음이 급해서 웃기에 바쁜 주은이……. 하나라도 준비해 온 걸 잊지 않고 다 이야기하려다 보니 숨이 가쁜 주은이……. 거기다 노래와 율동까지……. 나의 5번의 경추와 6번의 경추는 너무 웃기고 즐겁고 재미있어서 흔들흔들 웃다가 경추가 제자리를 찾아 다 나은 것 같았다.
몇 시간 동안을 그렇게 있는 재주와 사랑을 다 쏟아놓고 주은이는 하품을 하며 떠났다. 지휘자님 내외분의 따뜻한 마음이 저렇게 사랑스런 주은이를 있게 한 것 같다. 살아오면서 여러 번의 선물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감동을 주는 살아있는 선물은 없었던 것 같다. 주은이에게 받은 사랑의 마음을 나도 주변을 둘러보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며 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내일은 우리 엄마가 일흔여섯이 되는 생신입니다. 주중이라 내일은 부모님과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아 지난 토요일에 가족들이 미리 찾아뵙고 축하해드리고 왔어요. ‘엄마…….’하면 지금도 늘 종종걸음을 치던 바쁜 모습의 어머니가 떠올라 언제나 마음이 짠해 집니다.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열 살 때 어머니를 열병으로 여의고 어린나이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공부를 중단하셨다고 합니다. 이모할머님의 말씀을 빌면 어릴 때 무척 똘똘해서 공부를 잘 하시고 신앙심이 남다른 분이셨다고 합니다. 철부지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어린나이임에도 생각이 깊어서 늘 남을 먼저 배려해 주는 아이였다고 들었습니다. 철모르고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야 할 나이에 두 살 아래 남동생인 개구쟁이 외삼촌을 돌보기 위해 학교도 그만두고 할머니 대신 살림을 하실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외할아버지와 외삼촌과 사시다가 18살 되던 해에 얼굴 한 번 본적도 없는 아버지를 중매로 만나 결혼을 하여 지금까지 1녀 2남을 두고 58년 동안 함께 사시고 계십니다. 그래서인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유별납니다.
가족들에게 잘 먹이고 싶고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다 보니 자신을 위해서는 소홀하셨어요.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집안에 학생이 다섯 명쯤 되어 도시락을 대여섯 개는 싸야 하는데도 새벽 일찍 일어나 도시락 반찬을 위해 이것저것 오밀조밀하게 맛난 반찬을 만들어 싸주셔서 친구들에게 우리 집 반찬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점심시간이면 내 주위에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반찬이 동이 나서 맨밥을 먹다 남겨오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남동생은 남의 반찬은 아예 입에도 안대는 아이라 거의 매일 반찬이 없어 밥을 남겨 왔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엄마는 반찬을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찬합에다가 더 넉넉히 싸 주시기도 했답니다. 혹시라도 아침에 도시락을 안가지고 갈라치면 점심시간에 맞추어 따끈따끈한 도시락을 학교까지 가져오시던 어머니가 벌써 일흔이 넘으셨네요.
장남에게 시집을 오셔서 열 식구가 넘는 대가족들 섬기시느라 엄마는 늘 분주하게 일만 하시면서 사셨던 것 같아요. 새벽에 제일 먼저 일어나셔서 밤늦게까지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으신지 항상 일 하시는 모습만 보며 산 것 같아요. 그 옛날 넉넉지 않은 살림에 많은 가족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게 살게 할까? 맛있는 것을 먹일 수 있을까?해서 늘 쓸고 닦고, 그 자그마한 체구에 가구를 혼자서 요리조리 옮겨 놓으며 ,또한 맛있는 요리를 위해 온갖 수고를 다하시며 참 머리를 많이도 쓰신 것 같기도 하구요.
아침 일찍부터 자주색 감자를 한 바가지 가져다가 오래되어 반 정도는 닳아서 반달같이 생긴 놋숟가락으로 감자를 까서 쌀과 보리쌀을 함께 섞어 새까맣고 반질반질한 무쇠 솥에 넣어 밥을 지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는 얼른 앞마당을 지나 텃밭에 나가 잰 걸음으로 아욱을 한 바구니 뜯어 오셔서 아욱을 다듬고 파를 다듬은 후, 커다란 장독대에서 잘 발효되어 누렇게 뜬 된장을 받아놓은 쌀뜨물에 조리를 받혀 잘 풀어 놓습니다.
조금 큰 무쇠 솥에는 밥을, 그보다 작은 무쇠 솥에는 쌀뜨물에 된장을 푼 국물과 커다란 멸치를 몇 마리 넣고 한 아궁이에서 이 쪽 저 쪽 불을 잘 지펴서 밥과 국을 한꺼번에 끓입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잘 다듬은 아욱을 박박 문질러 씻어서 물에다 몇 번 헹구어 낸 다음 국물에 넣어 푸른색이 누렇게 될 때까지 국을 아주 맛있게 끓여 내십니다. 한 아궁이에서 장작을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가며 잘 조절해야 밥도 잘되고 국도 적당히 국물이 짜지지 않고 맛있게 끓여지게 됩니다.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히 진동시킬 때쯤이면 식구들이 한사람씩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얼른 씻고 와서 엄마 곁에 쪼그리고 앉아 엄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엄마가 밥 짓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밥이 뜸이 들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해 놓으시고는 혹시라도 탈까봐 나에게 단단히 당부를 하시고는 반찬 한 가지라도 더 만들려고 텃밭에 나가 이것저것 장만을 해 오십니다. 뒤틀린 자주색 가지며 맵지 않은 풋고추, 오이, 부추 깻잎 등으로 마술을 부리듯 금방 여러 가지 반찬을 맛있게 만들어 내십니다. 그 중에도 잘 씻은 풋고추에 다섯 손가락에 물을 묻혀서 고추에다 손 분무 질을 한 후, 밀가루를 골고루 묻혀 밥솥에 쪄서 갖은 양념하여 무친 풋고추무침은 정말 맛있었어요. 자주색 가지에 칼집을 넣어 쪄서 똑같은 크기로 잘라 무친 가지무침은 입에서 살살 녹는 것 같았구요. 부추와 깻잎, 풋고추를 썰어서 밀가루반죽에 고추장을 풀어 넣어 만든 장떡도 별미였지요.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남다르게 좋아서 매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주셨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한정식 집의 정식처럼 푸짐한 상을 매일 하루에 세번씩 차려내시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지금쯤이면 돌나물 물김치를 담아 우리집 뒤꼍에 흐르던 도랑물에 항아리를 차게 담가 놓으시고는, 시원한 돌나물 물김치와 열무김치를 자주 상에 올려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일흔 여섯이 되신 지금도 어머니는 김장을 몇 백 포기 하셔서 삼남매에게 1년을 먹을 수 있는 분량을 나누어 주시고 섬기시는 교회 식구들과도 나누어 드신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어린 음식을 먹고 저희는 건강하게 자랐답니다.
그런 어머니가 몇 년 전 수요예배에 가시다가 음주운전자의 차가 인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교통사고가 나서 대퇴골과 요골의 골절을 입어 1년 이상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에 힘입어 경과가 좋아지셔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엄마가 그렇게 다치신 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어요. 평상시 잔병치례도 안하시던 어머니가 크게 다치신 후로 몹시 약해지셔서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이 할머니댁에 가는 걸 좋아해서 가족이 자주 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친정에 갈 때마다 어머니를 침대에 눕혀 놓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옛이야기를 합니다. 워낙 작은 체구인데다 이제는 더 작아지셔서 주물러 드릴 부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마음이 찡해 집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인애하신 구세주여’를 함께 천천히 부르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오케스트라를 하는 둘째 딸아이는 바이올린을 가져가서 할머니께 친절히 가르쳐 드리기도 하며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곡이면 무슨 곡이든 “신청곡 받아요”하며 신청곡을 받아 신명나게 켜 드린답니다. 어머니는 그런 손녀딸을 무척이나 예뻐하시고 그런 시간을 가장 행복해 하구요. 요즘은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여 통화도장을 찍고, 점심식사 후 다시 하루의 일과를 이야기 해 드린답니다.
내일이면 나의 사랑하는 엄마가 태어나신 날입니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하시고 감사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시며 사람답게 사는 일이 어떤 일인지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신 어머니. 자정이 가까운 이 시간, 저는 잠을 못자며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내일이 어머니 생신인데 출근 때문에 생신 아침에 미역국을 못 끓여 드리는 게 마음 아파서 전화를 드리다가 “엄마, 고마워요” 하는 순간 목구멍에 무언가 뜨거운 게 올라오며 목소리가 잠기고 고생하시며 사신 어머니의 옛날 생각에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딸에게 보내는 편지
1.
사랑스러운 다희야! 스무 해 전 오늘이 생각난다. 우리 이쁜 딸을 낳기 위해 눈이 쌓인 그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 병원으로 향하던 날…….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하고 참 많이도 설레고 기대되던 날이었어. 엄마 배 모양을 보고 다들 남자아이 같다고 하였었지. 그래도 엄마는 속으로는 딸을 낳고 싶었어. 엄마가 자랄 때 혼자 커서 언니 혼자 외로울 것 같았거든. 다행히도 이쁜 우리 다희가 태어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어릴 때는 감기를 매일 달고 다녀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자란 것이 늘 감사하단다. 무엇보다 감사한 건 다희가 마음속에 주님을 영접하고 그 뜻을 따라 살기로 했다는 거야. 무엇을 하든지 주께 하듯 성실을 다 하라는 말씀 알지? 엄만 그 말씀을 정말 좋아해. 어떤 일을 해도 주께 하듯 한다면 성심을 다하게 될 것이고 성심을 다한 일의 결과는 주께서 책임지시는 걸 살면서 여러 번 체험 했거든.
다희를 키울 때 내 욕심에 때로는 무리하게, 때로는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다행히도 잘 따라 준 다희를 생각하면 너무 고맙고 대견하단다. 우리 다희 정말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귀하게 쓰임 받는 딸이 되리라 생각하고 기도할게.
스무 번째 생일 너무너무 축하하고 잘 커서 고맙다.
- 다희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2.
우리 다희 21번째 맞이하는 생일이네. 작년에는 눈이 펄펄 날렸었는데……. 예쁘고 지혜롭게 성장해가는 우리 다희를 보며 엄마는 늘 감사하고 있어.
포항에서의 하룻밤 너무 좋았지? 피곤해서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어도 같이 한 시간들 참 아름답고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 물회도 정말 맛있었고. 나의 감사의 이유가 되어 준 이쁜 딸 다희야!
어린 나이에 벌써 남의 마음을 만질 줄 알고, 움직여 줄 수도 있는 우리 다희가 엄마는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도구는 마음뿐이라는 걸, 우리 다희는 참 일찍이도 깨달았더구나. 성숙한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며, 서로 세워주고 양보하고 덮어주는 귀한 마음인 것을 이미 깨달은 우리 다희가 엄마는 많이 자랑스러워.
엄마는 과제로 쓰는 ‘나의 자서전’을 쓰면서 인생에 대해서, 또 진지한 삶에 대해서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단다. 나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 다희가 엄마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고 주님 앞에 감사했어.
살면서 가장 가슴이 따뜻하고 예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걸 많이 생각했는데, 차 한 잔을 마시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기의 삶을 무척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우리 다희가 늘 감사로 사니까 다희의 주변도 삶도 모두가 밝아지는 걸 보게 된단다.
아랫목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우리 다희로 인해 다희가 머무는 곳의 주변이 밝아지고 세상이 변하길 기대하지만 엄마가 말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다희라는 것 잊지 말고 다희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리하고 아끼며 사랑하기를 엄마는 바랄게. 생일 축하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보내요.
- 다희가 많이 보고 싶은 날에……. 엄마가
3
우리 이쁜 딸!
잘 도착했다니 감사하구나. 전화로밍을 안 해가지고 가서 답답하겠다. 모든 여건을 예쁘게 잘 받아들여줘서 고맙고 감사해. 어제 뮤직스쿨로 교회 가니까 다희 보내고 나서 다들 엄마보고 울었냐고 묻더라고. 안 울었다니까 깜짝 놀라는 거 있지. 성숙했다나 뭐래나. 다희는 잘할 거라 믿고, 좋은 친구들과 같이 가니까 조금은 안심이 되었나봐.
다희 비행기 타고 얼마 안 있어서 김형수 지휘자님한테 다희 폰으로 전화 왔었어. 목소리 못 들어서 많이 아쉬워하시더라. 현재 간 교회 목사님 아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유학 가서 신학을 했는데 목사님이시래. 그래서 교회 소개 시켜주고 싶으신가봐.
어제 밤 내내 우리 다희 생각이 많이 났어. 오늘 부터 부흥회 있어서 예배드리고 이제야 집에 왔단다. 새로 오신 지휘자님이 찬양을 힘차게 부르게 해서 조금 힘들지만 에너지가 넘쳐 나는 것 같아. 예배시간에 마음이 보통 때보다 많이 간절해지는데 원인이 뭔가 했더니 우리 다희가 멀리 있으니까 잘 지내길 바라는 소망이 있어서 더 겸손해 지는 건가봐.
다희의 편지를 읽으니까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것 같아서 샌프란시스코 어떤 한 마을의 파노라마가 아름답게 펼쳐지네. 그래서 궁금증이 어느 정도는 다 풀렸어. 엄마가 궁금해 할 만한 것을 자세하게 알려줄 줄 아는 배려에 대해 참 고맙구나.
사랑하는 다희야. 하루하루를 새로운 날에 대한 감사와 기대로, 보람있게 잘 지내다 오길 바래. 엄마도 매순간 우리 다희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낼게.
다희를 보내고 나서 그리운 마음에 엄마가.
4.
그랬구나! 안 봐도 비디오인 우리 다희의 깜찍한 모습이 그려진다. 어디서든 환하고 밝을 수 있는 다희여서 엄마가 자~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방금 부흥회 끝나고 집에 왔어. 고훈이라는 목사님이 강사셨는데 사정이 생겨서 연세대 연합신대 대학원장이신 정석환 교수님이 오셔서 너무 좋았어.
학교에서 들을 때와는 또 다른 집중력과 행복감이랄까? 사람들도 은혜 정말 많이 받고 좋아했구.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일인지 깨닫게 되는……. 거룩한 꿈, 하늘의 꿈을 갖는 자, 꿈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 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또 실생활에서 실제 적용하는 참된 신앙생활에 대해서 아주 리얼하고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었어. 요즘 은혜 정말 많이 받아. 엄마 마음이 정말 간절하고 깨끗해지는 거 같아.
내가 다희에게 바라는 꿈이 다희를 통해서 꼭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그 교수님이 말씀을 해주셔서 새롭게 정리되는 시간이었고. 큰 은혜를 받고. 원하는 것보다 더 큰 비젼을 우리 다희를 통해 하나하나 이루어 주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이신 것을 참으로 감사한단다.
사랑스런 다희야, 엄마는 다희를 보내고 이렇게 흐믓하고 감격스러울 수가 없단다. 다희를 얼마나 귀하게 쓰시려는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야. 그래서 엄마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단다. 우리 다희가 무슨 공부를 하든지 걱정 없게 뒷바라지 해 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졸업 후 당장 유학을 가더라도 보낼 수 있는 큰 능력을 키워서 앞길이 화~알짝 열려지도록 말이야.
우리 다희가 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엄마 마음은 그래. 환경이 조금 불편해도 그 속에서 감사할 것을 찾고, 기쁨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 나가는 우리 다희를 생각하면 마냥 기쁘고 행복해지는 고슴도치 엄마가…….
5.
다희가 벌써 25번째 생일을 맞아 엄마 곁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갔네? 포항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까지……. 이른 새벽에 다희에게 미역국을 끓여주면서 그렇게 뿌듯하고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
두세 살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몹시 귀엽고 사랑스럽고 내 딸인 것이 자랑스러워서 “이 아이가 내 딸이에요. 우리 딸 참 예쁘죠?”라고 소리치고 싶은 딸 다희야.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직장에 가자마자 “우리 딸이 지금 대만에 출장가는데 공항에서 이렇게 예쁘게 문자를 보내왔어요. 한번 보실래요?”해가며 자랑스런 우리 다희의 문자를 보여주며 다희 이야기를 시작하는 고슴도치 엄마를 우리 다희가 보면 뭐라고 했을까?
우리 다희의 탄생이 내가 살아있는 이유이며 살아갈 이유이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할 뿐이야. 엄마 마음에 꼭 들게 자라줘서 고맙고, 엄마 외롭지 않도록 많이 많이 사랑해 줘서 더 고맙고……. 온통 고마운 마음뿐이야.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바라는 것을 알며 가끔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알 수 있게 해주며 엄마가 감사를 잊어버릴 때쯤이면 또 감사함을 알도록 예쁜 눈으로 바라봐 주고 곱고 예쁜 목소리로 "엄마"라고 불러줘서 감사함을 일깨워 주는 우리 다희가 있어 엄마는 늘 행복하단다.
우리 다희 주신 주님께 너무너무 감사하고 다희의 삶을 확장시켜주시고 성장시켜 주실 주님께 더욱 감사한단다. 더 좋은 것으로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아쉬움 많은 엄마의 마음을 오히려 위로해 주는 사랑스런 다희에게 기대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늘 깨달아 지혜롭게 간구하며 나아가는 다희를 한 번 더 기대해도 되지?
많이 보구싶다. 건강하게 웃으면서 돌아오길 바래. 생일 많이많이 축하해요.
- 세상에서 우리 다희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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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세 글은 '수필 동인지'에 실린 글입니다.
한 편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갔네요
풀무사랑님은 사랑이 원래부터 넘쳐나는 분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순간순간 마다에 사랑이 살아 숨쉬고 있네요.
부드러운 인성은 억지로는 절대로 되는 일이 아닌데...
작가님의 고운 심성에 양푼소리조차도 아름다운 소리로,
냄새나고 싫다는 사람들이 많은 노인분들을 그렇게 애잔한 사랑으로 돌보고 계시니 당신은 분명 천사일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대인같은 그 마음을 사랗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반갑고 고맙습니다~
오래참기님!
필명이 참으로 멋지십니다
어쩌면 요즘의 저를 두고 칭하는 말 같기도 합니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죠
모든것을 오래 참음으로 내 안에 계신 그 분이 내 속에 살아계셔 일하시기를 기뻐하며, 참고 인내한답니다.
그 후의 더 빛나는 삶을 기대하구요~~^^
인애가를 찾아주신, 사랑해주시는 님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오래참기님~~♣
커피콩속에 담긴 고운 사랑과 느낌을 아름다운 글로 써주신 풀무사랑님은 진정 고운 심성의 작가이십니다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일을 보고 느낄 수 있는것은 절대로 아무나 하는일은 아니죠.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그런 고운 심성으로 어르신들을 보살피시고 치료하시는 일을 하신다니 글에 나와있는대로 사명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일인것같습니다
사명으로 일한다는것이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되는데 기도하시는 분인것같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따님에 대한 사랑,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주고 받고 사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아마 따님도 어머니를 닮아 보지않아도 무척 사랑스러우실것 같습니다
네~네...
그렇습니다.
요즘들어 더욱 사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일 할 수 있는 여건과 건강을 주시고, 마음을 다 할수 있는 열정을 주신 우리주님께 감사 할 뿐입니다.
이 몸을 사용하여 어르신들이 건강해지고 마음속의 어려움이 해결된다면 더 바랄것이 없습니다
요즘 병실에서 bedside 치료를 하며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어르신들을 가까이 하며 대화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귀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더욱 어머니가 그립고 보고싶어지네요.
노심초사 자식을 위해 늘 기도하는 우리 어머니 한권사님이 사무치게 보구싶은 그런날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애가 예수님사랑을더욱더 넓게 머~~얼리전하고실천하심에 주님크신사랑과축복이형통함이 더하길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안에서 사랑하고 축복드립니다.
인애가가 사람을 사랑할 뿐 아니라, 인애가로 인해 주님의 사랑을 널리 전하는 귀한 사명을 넉넉히 감당해내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운 마음으로...
귀한 걸음으로...
찾아주심에 감사드려요~~
헌시를 읽고 느꼈던 감동이 위의 글을 읽는 내내 순간순간의 잔잔한 물결처럼 퍼져 갑니다.
작가님의 심성이 그대로 전해오는 듯 합니다.
요즘 사람답지 않은 순결한 영혼이 많은 사람이 감동 할 좋은 글을 내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순수한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뛰면서 느끼는 감동어린 순간들이 잘 표현되어 작가님을 더욱 궁금하게 합니다.
인애가라는 병원이 작가님의 사랑으로 인해 레벨업되기를 바랍니다
의술로 뿐 아니라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귀한 역할을 해 내시길 바랍니다
총체적이고 통합적 사고를 가지신 작가님으로 인해 멋진 의료재단이 구축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포근한 밤입니다
온화한 미소로 환자분 한분한분 맞아주시는 어여쁜 선생님..글에서도 따스함과 배려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따스한글 잘 읽고 갑니다..
내일아침 온화한 미소 뵈러 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