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마지막 문답
어렵게 개그맨들을 만났는데, 쉽게 인터뷰를 끝내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 그래서! 수도 없이 많은 질문들 중에서 알짜만 묶어버렸다. 미처 다하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보자. 어떻게? 섹시하게~!
박지선 Q 세상에서 가장 웃긴 개그맨은 누구? A 박성호 선배님이요! 무대에서만 웃기신 게 아니라 사석에서도 진짜 웃겨요. 톤이 높은 편인데 은근슬쩍 지나가면서 툭 던지는 말들이 너무 재밌어요. 특유의 말투로 “열심히 하거라아~! 열심히 해서 나처럼 스타가 되어라아~!” 식으로 말씀하시면 너무 웃겨요.
Q 개그하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A NG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근데, ‘조선왕조부록’ 7회인가, 10회였던가. 녹화 날 아침에 장염에 걸려서 진짜 아픈 거예요. 일어나질 못하겠더라고요. 또 제가 피부 알레르기가 심해서 선크림도 못 바르고, 분장도 못하고 양약을 먹거나 주사도 못 맞는 체질이거든요. 병원 가서 겨우 링거 맞는데 괄약근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녹화는 해야 하니 어쩌겠어요. “윽, 감독님! 괄약근 조절이 안 돼요” 했더니 감독님 왈, “만약 녹화 중, 일을 보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말고 웃음 포인트인 양 넘어가라.” 바짝 긴장해서 다행히 실례?하지는 않았지만, 어휴~ 진짜 아찔했어요. 그때 유난히 제 대사에 “윽!” “헉!” “으억!” 탄성이 많았더랍니다. 하하하.
안윤상 Q NG가 났을 때는 어떻게 수습하나? A 주로 성대모사를 해요. 그러면 분위기가 확 살더라고요. 오히려 그럴 때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웃음) 사실 성대모사란 게 잘 흉내 내는 것보다 ‘나만’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해요. 그런데 저는 전매특허로 열 개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온 교감선생님 성대모사는 대한민국에서 저밖에 못할걸요.
레이 Q ‘18번’을 ‘버퍼링스’에서 부른 적이 있나? A 아니오.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이나 윤종신의 ‘오래 전 그 날’처럼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곡이죠. 그런데 감독님이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윤상이가 알아서 자체 검열을 하더군요. 뭐, 한국 사람들이 워낙 고음을 좋아하니까 조용한 노래는 우리 개그에 안 어울린다나요.
유세윤 Q 입만 열면 썰렁한 사람들에게 한 말씀? A 아니오.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이나 윤종신의 ‘오래 전 그 날’처럼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곡이죠. 그런데 감독님이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윤상이가 알아서 자체 검열을 하더군요. 뭐, 한국 사람들이 워낙 고음을 좋아하니까 조용한 노래는 우리 개그에 안 어울린다나요.
송준근 Q 신체 부위에 사람 이름 붙이는 건? A 처음에 파리가 막 날아다니길래 ‘샘’이라고 이름을 붙여줬죠. “샘~, 이리 와서 앉아봐~.” 근데 이게 뻥뻥 터지더라고요. 그 뒤부터 신체 부위에 이름을 붙여봤죠. 배는 제임스, 가슴 털은 스티브, 무릎은 케빈과 줄리아, 겨드랑이는 로버트와 수전, 이런 식으로. 그런데 가끔 나도 얘네들 이름이 헷갈려요. 크하하!
Q 개그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A 음,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관찰하기도 하고, 영화나 연극, 다른 개그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죠. ‘준 교수’는 저희 아버지를 좀 참고했고. 아버지가 평소에 영어를 많이 쓰세요. 나한테도 “하이~ 준~” 이렇게 말을 거세요. 또 아버지가 진지하게 웃긴 멘트를 많이 날리세요. “여기 음식 맛있다고 해서 시골에서 새벽차 타고 올라왔습니다”라고 농을 거는 식으로. 나는 이제 좀 질리는데.(웃음)
김병만 Q 혹시 지금 이 순간에 생각하는 개그가 있나? A 지금 딱 생각이 드는 건데, 질문을 던지면 엉뚱한 대답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기자님이 저한테 “요즘 바쁘시죠?”라고 물어보면, 저는 정말 진지하게 “네. 저희 누님은 서른네 살이신데요”라고 동문서답하는 식으로요. 그러면 기자님은 또 진지하게 하나하나 다 받아 적고~ 흐하하! 이런 상황들이 웃음을 주지 않을까요? 뭐, 아님 말구요.
한현민 Q 가장 웃기는 개그맨은 누구? A 우선 컬투 형님들! 개그맨이 웃음을 주는 직업이다 보니 낮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풍토를 바꾸려고 하시는 분들이죠. 세종문화회관에서 <개그야> 공연하는 게 꿈인 분들이에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동심을 잃지 않는, 독도에 개그 공연장을 세우고 싶어하시는 전유성 선생님. 녹슬지 않는 입심으로 후배들을 확 밀어버리는 이경규 선배님 모두 다 존경스러워요.
Q 개그맨 생활을 하던 중 가장 긴장되던 순간은? A 긴장하면 이상하게 손이 족발처럼 변해 버려요.(웃음) 다시보기 찾아보면 ‘형님뉴스’ 할 때 긴장해서 족발 손으로 벌벌 떨고 있는 걸 볼 수 있죠. 그리고 신인 시절 문세윤 씨랑 아이디어를 준비하는 데 검사 시간은 다가오지, 준비는 하나도 못했지 죽겠는 거예요. 그래서 선배님들 올라오는 길목을 막고 캔커피 하나씩 드리면서 아이디어를 공수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주리 Q 정말 좋아하는 개그 프로는? A 한현민 씨와 저는 <개그콘서트>를 완전 좋아해요. ‘대화가 필요해’는 정말이지, 그건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코너죠. 그리고 ‘닥터 피쉬’는 정말 보자마자 ‘역시 유세윤이다’ 하면서 감탄했고요. <웃찾사>랑 <개그야>랑 같이 밖에서 조인트 공연할 때 앞에서 관객들 바람잡이를 <개그콘서트> 개그로 한다니까!(웃음) 방청객으로 구경가고 싶어 죽겠어요.
Q 존경하는 선배가? A 지금 활동하고 계신 여자 개그맨 선배님들 모두! 사실 이경실 조혜련 정선희 선배님 이후에 그만큼 위치에 올라온 여자 개그맨이 없잖아요. 그만큼 여자 개그맨이 활동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고요. 그래서 더 존경스럽고 멋진 선배님들인 것 같아요.
김대희 Q 라이벌 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개그맨? A 시청률 경쟁은 방송사끼리 하는 거지, 개그맨들끼린 그런 거 없어요. 서로 잘되길 바랄 뿐. 물론, 라이벌 의식 느껴져서 더 열심히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저 녀석 밟고 일어서야지 하는 건 정말 없어요.
Q ‘개콘’의 맏형으로서 후배들에게 충고의 말씀을. A 변기수는 말로 웃기죠. 이수근은 노래로 웃기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는 뭐 개인기도 하나 없어요. 그냥 연기로 승부하는 수밖에…. 그렇다고 또 내가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거봐요. 내가 무슨 충고를 하겠어요. 알아서들 잘하고 있는데.
장동민 Q 사람을 웃기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A 글쎄, 무엇보다 친근감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사람이 앞에서 친한 척하면 어색하잖아요. '뭐 이런 놈이 다있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 안 된다 이거죠. 무대에 오를때도 현장 분위기를 발리 간파하고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순발력이 필요해요.
Q 관객과 호흡이 일치된다는 느낌은? A 군대에서 탁구를 쳤는데, 왜 탁구공이 허공에서 멈추는 순간에 내려치라 하더라고요. 그게 뭔 소리냐 했는데 계속 연습하다 보니 정말 눈앞에서 딱 멈추더라고요. 이때, 그까이꺼 대~충~ 라켓을 갖다대기만 하면 뭐... 말로 설명하기 힘든데 개그도 마찬가지예요. 나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순간의 느낌이 바로 그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