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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포항 내연산" 6개봉 종주기[여름산, 여름능선!]
〈내연산 개요〉
내연산(710m), 향로봉(929.9m)은 경북 포항시 송라면, 에 있는 산이다.
산릉을 보면 바위가 인색하여 그저 밋밋하고 부드러운 육산의 모습을 하고있는 산이지만 아래 계곡은 장장 20리가 넘는 골짜기에 그 유명한 보경사 12폭포골을 간직하고있는 산이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12폭포골은 빼어난 계곡미와 함께 관음폭포, 연산폭포, 잠룡폭포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소와 협곡을 연출하는가 하면 기와대,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이 절경을 뽐낸다.
'청하골'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골짜기는 1폭포 쌍생폭(상생폭), 제2폭포 보현폭, 제3폭포 삼보폭, 제4폭포 잠룡폭, 제5폭포 무풍폭을 거쳐 제6폭인 관음폭과 제7폭포 연산폭 일대가 이 계곡을 대표하는 곳으로 절정을 이루고있다.
쌍폭인 관음폭은 쌍굴인 관음굴과 폭포 위로 걸린 연산적교(구름다리)는 층암절벽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983.10.1 '군립공원'으로 지정하여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으며, 신라 진평왕 25년 지명법사가 창건했다는 걸죽한사찰 보경사의 명성이 이산의 유명세에 가세를 더하고 있다.
보경사에는 보경사 원진국사비(보물 제252호), 원진국사부도탑(보물 제430호)등 보물과 유형문화재들이 있고,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11호인 고목의 탱자나무가 있다.
내연산 근교에는 화진, 월포, 칠포, 도구, 구룡포 등 5개의 해수욕장이 인접해 있는 관계로 산과 계곡,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여름등산의 적격지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와보면 산을 오르는 등산객보다는 거의 계곡을 찾는 인파가 대다수다.
보경사 에서 연산폭 까지는 약 3㎞, 1시간 남짓한 오솔길로서 많은 행락객이 이용하기에 적격이며, 일반 등산객들은 주로 계곡등반을 병행하여 향로봉을 많이 오른다.
〈산행요약〉
오늘 산행코스는 이산이 간직한 계곡의 매력들을 모두 무시하고 오직 내연산을 통틀어 형성하고 있는 6개봉(우척봉, 삿갓봉, 매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봉) 산봉들을 등정하는데 그 목적을 두었다.
아직은 덜 복잡한 계곡이라 지금이 계곡산행을 병행하여 해 봄직한 좋은 적기인 것은 틀림없으나 '6개봉종주' 또한, 능선을 더 좋아하는 나로선 조금이라도 덜 더운 지금이 적기에 해당된다.
능선 총 길이만도 약 25Km에 달하는 만만찮은 산길이지만 유순한 산세에서 느끼듯, 전반적인 길 상태는 부드럽고 굴곡 또한 심한 곳이 없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길 자체가 숲길이라 그늘이 좋았고, 이 숲길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다만, 여름등산의 최대 관권인 식수확보와 더위 문제에 있어서는 능선상의 식수는 거의 없다는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한여름 무더위에는 최대한 식수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본 산행에선 다행히 샘재 도로가에 있는 민가(사람이 없으면 못구함)에서 물 보충이 가능했고 더위도 숲 그늘이 계속 좋은데다 바람까지 잘 불어 어려움을 많이 덜었다.
마지막 아내의 체력소진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긴 했지만 늘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힘들고 어려운 산행을 잘 견디어준 아내의 덕이 컸고, 이 종주산행을 아내의 승리로 돌리고 싶다.
◆ 산행일시 : 2001 년 06 월 03일, 날씨 : 맑음,(오전, 바람불어 시원함, 오후, 더움)
◆ 산행코스 및 시간 : 천령산들머리(06:30)~안동권씨묘(06:54)~전망바위(07:40)우척봉(08:00)~조식끝(08:33)~148번지점(09:00)~삿갓봉(09:57)~샘재(10:20)~샘재출발(10:54)~매봉(11:12)~꽃밭등(12:11)~중식지점(12:50~중식끝13:20)~향로봉(13:37)~밤나무등(14:07)~마당미기(14:24)~삼지봉(15:05)~문수봉(15:47)~보경사(16:28)
◆ 총 산행시간 및 거리 : 약 10시간(휴식, 식사시간 포함) 거리 : 약 25Km.
〈산 행 기〉
얼음물 1통(1리터), 맹물 1통, 작은 생수1통, 물은 이정도...,
식사 각 두끼 분, 과일 등 간식, 그리고 막걸리1통... 오늘 산행의 준비물들이다.
산행시 마다 이것저것 챙겨야하는 아내의 일이 만만찮다. 그래서 나보다도 항상 1시간이상 먼저 일어나는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아내는 어제 사온 릿치화를 신고 가겠단다. 사실 내일모래 릿치등산을 위해 사온 건데 아무래도 새 신발이 가볍고 좋으니까 어린애모양 신고싶어 안되겠던 모양이다.
04시 30분, 대구를 떠나 산행들머리인 천령산(우척봉)입구에 도착하니 06시 30분이다.
천령산 들머리는 보경사 입구 주차장을 들어서자마자 좌측에 보면 식당가 동네로 들어가는 차도가 있다. 동네에서 가다보면 좌측으로 다리를 건너는데 반드시 3번째 다리를 건너면 거기가 바로 들머리이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눈에 많이 띈다.
입구에서 주차장 관리인은 우리가 주차장에 주차 않고 저쪽동네에 간다해도 막무가내로 주차비를 달랜다. 보경사 쪽으로 들어가면 사찰하고 아무관련 없는 등산객들과 계곡에 가는 사람들에게도 길을 막아놓고 사찰관람료와 문화재관람료 2,000원을 받는 곳이 이곳이다.
난, 그것이 싫어서 이쪽으로 왔는데도 주차비는 달랜다. 쩝..!
불합리한 징수에 몇 마디 따져보지만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일관한다.
아내는 실갱이가 싫어 후딱 돈을 건네주고는 그냥 가자고 떠민다.
06시 30분, 초입을 들어서면 이내 길이 두 개로 갈린다. 아무길이나 가도 허름한 농장 앞에서 두 길이 만난다.
오른쪽 숲을 향해 산길을 따르게 되고, 5분 정도가면 그늘이 시원하고 기분좋은 숲길이 시작된다.
연인과 가족들이 산책하면 딱 어울릴법한 정겨운 산길을 아내와 나, 한껏 분위기를 잡아가며 걷는다.
시작부터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은 분위기에 발맞춰 산객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한다.
18분만에 포항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걸어놓은 141번 지점, 스텐간판 앞을 지난다.
이 간판은 내연산 등산로 전구간에 걸쳐 지점번호를 매겨놓았고 번호는 일정하지 않았다.
등산로가 완만하여 오르는 길도 그리 힘드는 줄 모르고 오른다.
16분만에 능선 둔덕에 올라서니 안동권씨 묘지가 있고, 이제부터 제대로 된 능선 날등이다.
연신 불어오는 바람은 날등에선 더욱 시원하다.
능선에서 봉우리를 만나면 어김없이 트래버스 한다. 그래서 급경사 오름길을 줄이고 완만하게 돌아가도록 길이 나있다.
안동권씨 묘에서 20여분을 더 가면 넓은 둔덕에 비석없는 묘, 한기를 다시 만난다.
마치 밋밋한 봉우리 같은 이곳을 지나 다시 10분쯤 가면 144번 구조 지점을 통과하고 곧 이어서 능선인지 평지인지 구분이 안가는 펑퍼짐한 숲 속 길을 들어서게 된다.
애써 우측 날등으로 올라서니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 한 더미가 나온다.(전망대 07:40)
마치 귀한 보물을 찾은 듯 바위위에 올라서자 세찬 바람이 불어댄다. 처음으로 관망하는 향로봉의 산줄기들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듯, 산들이 하나같이 부드러운 모습이다.
바위가 귀한 육산에서 이정도의 바위에도 변화를 맛본다. 눈앞에 정상을 확인한 뒤 과일하나 깎아먹고 바람 잘 부는 날등을 따라 10여분 올라서자 우척봉 정상이다.(08:00)
천령산(우척봉, 775m)정상엔 정상석과 함께 '형산산악회'서 설치한 스텐 이정표 하나가 서있고, 그리고 조금 아래에는 포항시청에서 세운 정상안내문이 있다. 거기엔 천령산의 옛이름이 '신구산' 이었다는 글귀도 있었다.(이정표: 주차장 4.1Km, 삿갓봉 3.7Km, 삼거리 2.3Km)
포항에서 오셨다는 산객 한 분을 반갑게 인사로 맞이한다. 그분은 잠시 후 왔던길을 다시 내려가고 그분과 인사 나눈 뒤, 우린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여름철 도시락이란 별로 가지고 다닐 만한 것도 없어 아침은 간단히 주먹밥으로 해결한다.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뭉친 주먹밥을 물김치와 곁들여서 먹는 맛도 별미의 하나다.
08시 33분, 식사를 끝내고 삿갓봉을 향한다. 약간 흐릿한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둔덕 한곳에서 길은 우측(서)으로 꺾인다.
직진하여 능선을 타면 호화봉(559m)을 거쳐 유계리로 가는 길이다.(길 희미함)
오랜만에 급경사를 치달으며 떨어지던 길은 다시 잠잠해지고 이제부터 제법 가파른 고갯길로 이어간다.
식사 후 27분만에 148번 지점을 만나고 계속 올라가면 밋밋한 봉우리에서 다시 평탄한 길을 이어간다.
완만한 봉우리 하나 더 올라 638봉을 지나고 제법 왔다 싶을 때, 숲 속 빈터에 이정표 하나가 나타난다.(09:35)
스텐으로 만들은 이정표 기둥엔 '송암산악회'란 글씨가 써있었다. 아마, 지역 산악회에서 외지인들 위해 개인적으로 설치한 것이리라... 생각된다.(149번 지점임)
이정표엔 "샘재 1Km, 우척봉 3.6Km," 그리고 좌측으로 '유계리' 방향 표시만 되어있다.
이곳을 지나자 길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22분만에 삿갓봉에 올라선다.(09:57)
생각해보니 시간이 약간 이상하다. 3.7Km를 1시간만에 온 것도 그렇고 400m 정도를 22분 걸린 것도 이상했다. 그렇다면... 이정표 위치가 잘못 서있다는 계산인데...?? 잘 모르겠다.
삿갓봉(716m)정상엔 돌 축대를 쌓아만든 헬기장이 있고 한쪽 모서리에 정상임을 알리는 작은 쇠기둥이 박혀있다.
삿갓봉에서 펼쳐지는 전망은 사방으로 거침이 없었다. 지나온 우척봉과 매봉, 향로봉..등 6개봉이 한눈에 보이고 겹겹이 둘러싼 산릉들이 관망되니, 이곳도 꽤 오지임을 실감케 한다.
삿갓봉이란 이름은 수없이 많다. 원래 산이란 그 골격이 삿갓 모양을 하고 있는 게 그 특징이고 보면- 어쩌면 당연히 그래서 아닐까... 생각 든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건너편 봉우리에 산불감시초소를 확인하고 그쪽 방향으로 내려선다.
별로 고도를 죽이지 않고 이어지던 길은 작은 봉우리 전에서 둘로 갈라진다.
왼쪽으로 트래버스하는 길은 감시초소 방향길이고... 봉우리 오르는 직진 길을 택해야한다.
봉우리를 살짝 올라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오면 청하면에서 죽장면으로 가는 923번 도로를 시야에 둔 채 내려오게 된다. 산에서 쭉 미끄러지면 금방 도로에 닿을 것만 같다.
2년 전, 초봄에 도로공사가 한창이더니 지금은 도로가 말끔히 닦여져 있다.
이 도로는 영일군 죽장에서 청송군 옥계계곡으로 이어지는데 이중 상옥리와 하옥리는 포항근교에서 가장 오지에 속하는 곳이라 과거엔 찻길도 없는 산간벽지 동네라 했다한다.
도로를 내면서 산비탈엔 토사를 막기 위해 작은 공원조정을 계획한 모양인데... 곳곳에 형식에 그친 흔적이 역려하다.
인위적으로 만들은 희귀수목 보호구역엔 묘목들이 잘 자라지 못한 채 고사직전에 있고, 거기다 흙이 노출되어 큰비가 온다면 토사유출 우려가 다분히 있어 보였다.
능선에 설치된 벤치에서 잠시 놀다가 곧 안내판이 서있는 샘재에 도착한다.(10시 20분)
아무래도 물이 문제될 것 같았다. 안배를 잘 하면 될 것 같기도 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여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래 민가에 빈 물통을 들고 내려 가본다.
옆에 크고 잘 지어진 건물은 '수목관리연구소' 라는 현판이 걸려있으나 빈 건물이었다.
개가 짖어대는 민가엔 현대식 건물로 현지주민이사는 민가 같지는 않았다.
한 건물에 3가구가 살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는 이곳은 어쩌면 관사 같기도 하고... 혹 빈집인가..? 하고 주인을 찾으니 총각 한 분이 나온다. 다행히 물 한 통을 얻고서 다시 샘재로 돌아온다. 물도 얻었겠다 느긋한 마음으로 그늘에 드러누운 채 잠시 여유를 가진 뒤 이곳을 떠난다.(10:54)
샘재 안내판에는 "매봉 0.9Km, 향로봉 6,9Km, 우척봉 4.7Km, 삼거리 2.9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삼거리라 하면 계곡 삼거리를 말한다.)
샘재 사거리에서 숲길을 들어서면 앞에 매의 머리처럼 생긴 뾰쭉한 봉우리를 향해 오르막이 시작된다.
어이쿠! 소리가 날 정도로 높이 보이던 매봉 이였지만 막상 오르고 보니 어느새 다 왔다.
봉우리 직전에서 곧장 가는 길을 따르면 매봉을 지나치게 되고 우측 경사를 타고 조금 오르면 정상에 서게된다.
매봉(816m)정상은 역시 헬기장에다 '매봉'이라고 적혀있는 스텐이정표가 있다.(11:12)
샘재에서 0.9Km, 시간은 18분이 걸렸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상의 매봉 표시는 분명 잘못 표시되어 있는 게 확실하다. (지도엔 약 1Km더 가서 표기되어 있음)
향로봉 6.0Km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매봉을 살짝 내려오면 우회길을 다시 만난다.
시종일간 좋은길, 무리 없는 숲길을 또 따라간다. 약 23분만에 봉우리 한곳을 올라서니 오른쪽으로 급히 꺾이는 지점이 나온다. 직진하면 능선을 계속타고 아마 상옥리로 갈 것 같다.
지형도에 표시되어 있는 '매봉'이란 곳이... 지금 있는 이곳이 아닌가 추정된다.
좌측 봉우리 사면을 한참 돌아서 다시 능선으로 이어간다 싶더니 작은 봉우리 두 개 정도를 넘고는 신나는 내리막길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내리막이 멈추자 얼마안가 모처럼 흙이 드러난 안부 한곳을 만난다.
이곳이 바로 '꽃밭등'안부이다.(12시 11분, 매봉에서 59분)
'꽃밭등' 이 산의 지명 중 '등'이란 지명이 자주 나타나게 되는데 주로 계곡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일컬어 주어진 이름 같았다. 희미한 꽃밭등을 내려서면 계곡삼거리에 갈 수 있다.
배가 점점 고파온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직 식사 생각이 없댄다.
향로봉에서의 점심을 예상했다만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고 좀더 가다가 마땅한 장소에서 식사키로 한다.
오후에 들면서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 듯, 오전 같지 않다. 길은 그다지 힘든길은 아니나 줄곧 오르막으로 이어가고 간간이 햇볕도 노출되면서 물을 자주 먹는다.
꽃밭등에서 40분 정도 온 거리에서 적당한 자리를 잡고는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12:50)
점심메뉴는 맨밥에다 두부조림, 김치와 젓갈, 등이다. 나와 아내는 맨밥에 물을 말아먹는다.
샘재에서 얻어온 물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그냥 먹어서야할 밥을 물에 말아먹으니 목도 마르지 않고 아주 맛있게 잘먹었다. (아내는 약간 남김. 내가 처리하려다 배가 불러서...)
13시 20분, 식사 후, 디저트까지 해결하고 떠난다.
잠시 내려가던 길이 서서히 오르막을 향한다. 향로봉을 향해 고도를 높이는 길이다.
이 종주코스의 최고봉을 오르는 기분은 색다르다. 어지간한 오르막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왜냐면 이곳만 오른다면 굴곡은 더욱 줄어들 것이고 쉬운길을 갈 수 있을 테니까...
뒤에 쳐지는 아내를 기다려 천천히 오르다보니 삼거리표지판이 눈앞에 나타난다.(13:34)
'시명리'에서 오르는 주 등산로다. 이곳에서 100m, 3분을 오르자 드디어 향로봉이다.(13:37)
향로봉(930m)정상은 역시 헬기장이고 여럿 산객들이 올라와 있었다.(식사 후 43분 소요)
샘재에서 6,9Km, 약 7Km의 거리가 까마득히 언제 갈까 했더니... 어느새 우린 여기와 있다.
이럴땐, 정상주 한잔이 제격이라- 아내와 나, 남겨두었던 막걸리를 이곳에서 모두 비운다.
향로봉 정상에서는 멀리 배가 떠있는 동해바다 까지도 잘 보였다.(단, 깨끗한 조망은 아님)
정상주로서 최고봉등정을 산신(?)께 신고 드리고 이곳을 떠난다.
"삼지봉 3.7Km" 표지판을 뒤로하고 완만한 내림길을 내려서는 동안, 시원한 숲길그늘 곳곳엔 산객들의 식사풍경과 휴식을 즐기는 풍경들이 한가롭고 여유롭다.
실잔듸풀이 지천으로 뒤덮은 풍성스런 산길을 발걸음도 가볍게 내려간다.
이따금씩 땀을 흘리며 오르는 산객들과 인사들을 나눈다. 모두 우릴보고 부러운 눈치 같다.
밋밋한 봉을 한번 올랐다 싶을 때, 삼거리 하나가 나온다. 주능길은 왼쪽으로 나있으며 무심코 가다보면 자칫 직진하기 쉬운 곳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밤나무등' 삼거리다.(14:07)
밤나무등길을 한번 쳐다보고는 왼쪽으로 꺾어가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약 15분을 가면 흙이 드러난 여유있는 공터에 '마당미기'라고 쓴 작은 나무판대기 하나가 눈에 띈다. "마당미기"란 뜻은 모르나 아마 그렇게 부르는 지점인 것 같다.(14:24)
등산객 한 팀이 정상까지 얼마 걸리느냐고 물어온다. 난, 우리가 내려온 시간(47분)을 알려주면서 10분 정도를 가산하면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그런데- 에쿠! 급히 알려준다는 게 그만 10분 줄인 시간(37분)을 얘기해 버렸다. 쯧... 그분들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작은 것이지만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 시간정보다.
산행중인 사람에게는 상대방이주는 시간정보는 중요한 역할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층 더 넓어진 길을 15분 가량 진행하면 다시 '미결등'삼거리를 만난다.(14:40)
이곳 역시 우측 표시방향을 따라 길이 아주 잘나있다. 능선상의 "등"으로 빠지는 길은 모두 계곡 가는 길로서 등산객의 체력에 맞춰 등,하산로로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길들이다.
따라서 이산의 계곡산행은 생략할 수 없는 곳으로 산과 계곡을 적절히 엮어서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곳이라 하겠다. 미결등을 지나자 25분만에 삼지봉에 오른다.
내연산 삼지봉(710m)정상은 아담한 헬기장으로 되어있고, 전망은 별로 없다.
정상석과 함께 "보경사 5.4Km"란 표지판이 서있다. 아내는 거리표시를 보고는 휴! 하고 한숨을 쉰다.
정상에 머물고있는 여러 산객들을 뒤로하고 삼지봉을 내려온다.
봉우리를 우회하여오는 길이 만나는 넓은 안부엔 포항시청에서 세워놓은 안내간판에 봉우리 안내문이 적혀있고 좌측 편으로 눈을 돌리면 동대산으로 이어가는 산길이 잘나있다.
신작로 같은 길을 따라가면 숲 속의 요정들이 노닐 것 만 같은 멋진 숲길이 전개된다.
13분만에 '거무나리'라는 이름을 가진 계곡가는 길이 갈리고 잠시 후 '조피등'가는 길도 지난다.
발목이 빠지는 낙엽길을 지나는가하면 너덜경지대도 한곳 지난다. 허물어진 돌길에 잘 다듬어놓은 축대 쌓은길을 돌아서면 '문수샘'을 만나지만 예상대로 샘은 말라 삐틀어져 물 한 방울 없다.
계속되는 가뭄이 안타까움을 더하는 순간이다.
샘을 지나자 곧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를 장식하는 문수봉이다.(15:47 삼지봉에서 42분 소요)
문수봉(622m)은 '문수산'이라고도 부른다지만 아무래도 문수봉이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정상 17m"라는 팻말을 지나 느릿한 내리막을 내려오면 평지 같은 날등길이 이어진다.
흙이 패여 드러난 돌길을 따라 25분 가량을 내려오면 능선둔덕에"보경사 0.9Km, 삼지봉4.5Km"표지판이 서있다.
돌길을 내려오던 아내가 기어이 불만을 터뜨린다.
장시간의 운행을 잘 견디어오다 다 왔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리면서 가끔 험한 내리막길 같은데서 무릎의 하중으로 인해 고통이 오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0.9Km남은 지점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 뒤 하산을 한다. 금방 끝날 것 같은 하산길은 나무뿌리가 드러난 급경사 길로 바뀌면서 또 한번 아내를 고통스럽게 하더니 드디어 땡볕에 덩그래서있는 보경사의 '원진국사부도탑'을 만나면서 하산길이 끝난다.
부도탑을 잠깐 내려오자 일견에 보아도 사세가 엄청난 보경사 절마당에 자연히 들어선다.
지루하고 멀기만 했던 내연산 6개봉종주가 모두 끝나는 순간이다. 완주를 끝낸 아내는 아무 일 없었던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난 아내와 함께 절마당 인파 속으로 나란히 걸어간다.
--끝--
작성자 : 이 한성, Email : bjc22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