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갱스터 영화 중 최고의 작품들은
윌리암 웰만의 <공공의 적>(제임스 캐그니 주연)
마빈 르로이의 <리틀 시저>(에드워드 지 로빈슨 주연)
하워드 혹스의 <스카페이스>...........들 이었다.
이러한 영화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느와르가 하나의 영화 장르로 잡히는데 기여한 명작 중 명작들이었다.
강우석의 <공공의 적>은,
그 제목 부터가
윌리암 웰멘의 <공공의 적>(The Public Enemy)과 같으며
갱스터라는 점에서 밑바닥을 흐르는 비장미가
일품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지금까지 <투캅스>로 대변되는 강우석 영화들은
그 장르를 코메디라고 봐야되는데
이 <공공의 적>은 그 보다는 상당히 무게가 무거운,
소위 강우석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다.
그리고 최근 많이 유행한 우리나라릐 조폭영화들을
새로이 정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악인 이성재,
그는 펀드매니저로서 수백억원 대의 재산가이다.
아들의 주식투자에 빌려준 돈을
고아들을 돕기 위해 회수하겠다는 부모를
그는 처참하게 칼로 난자해 살해한다.
영화는 미스터리식으로 나가지 않고
살인범 이성재와 그와 맞부딪치는 경찰 설경구.
두 사람의 대립을 캐릭터 표현 위주로 팽팽하게 끌고 가면서
정공법으로 풀어나간다.
이렇게 꽁수를 부리지 않고 밀어 붙이는 데서
<공공의 적>의 미학적 아름다움은 솔솔 일어난다.
이성재의 캐릭터는 성공한 여피족의
엽기적 살인행각이라는 점에서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어느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아들의 범행이 들통나지 않도록
죽어가면서도 현장에 떨어진 아들의 손톱 살점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삼키는 어머니의 모정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설정이 관객들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섣부른 감상이기도 하다.
설경구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그는 악인이면서도 선인이다.
마약을 밀거래하고 경찰의 지위를 이용하여
주위의 약자들을 괴롭히는 부패한 경찰이면서도
공공의 적인 살인범 이성재를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제 비로소
설경구는 그의 출세작 <박하사탕>의 이미지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동안 <단적비연수>에서도, <나도 아내가...>에서도
<박하사탕>에서 쌓아올린 스스로의 그늘에 갇혀
이미지의 반복재생산이나 섬약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진짜 설경구다.
역시 배우란 좋은 감독을 만나면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노력에 따라서 배우들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여성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투캅스>에서는 투캅스걸 지수원이 등장해
쭉쭉빵빵 몸매를 보여 주었었다.
그러나 <공공의 적>은 지극히 남성적인 힘으로 무장된,
강한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남성영화가 되었다.
연출은 확실히 새로운 세대의 감각에 비해
낡았다. 그러나 <흑수선>에서 배창호 감독이
일부러 나이트 클럽씬을 끼워 넣어
자신의 세련된 감각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공공의 적>처럼 이렇게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중년 감독들의 진짜 생존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공공의 적>은 선과 악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악은 이런 식으로 처단해야 한다는 <더티 해리>식의 응징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관객은 더 이상 나약한 주인공을 원하지 않으며
이 혼탁한 세상에 악인들에게
어떤 물리적인 수단으로라도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모두들 설경구 연기가 죽인다고 하는데
물론 잘 했지만
이성재의 성격파 연기는 어떤가?
그 또한 죽이는 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