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키 증후군>은 정신 지체를 동반하는 선천성 다발성 기형 증후군으로, 이 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의 얼굴 모습이 <가부키>라는 일본 대중 연극 배우들의 화장한 모습과 유사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의 가부키 증후군 환자에서 심장발달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 보고되어 있지만, 이러한 선천적 심장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적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오리건의대(OHSU)의 이승희, 이수경, 이재운 교수 팀이 가부키 증후군을 비롯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이해하는데 초석이 될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UTX라는 단백질이 태아의 심장 발달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핵심조절인자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UTX는 유전자 발현이 원활하게 일어날수 있도록 크로마틴의 구조를 열어주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후성유전조절 효소인데, 최근에 가부키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유전자중 하나로 보고되었다.
지금까지 태아의 심장발달에 SRF, GATA4, TBX5, NKX2.5로 명명된 네 종류의 전사조절인자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왔지만, 이들의 정확한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교수팀은 UTX 유전자를 제거한 줄기세포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UTX가 없는 줄기세포는 심근세포로 분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UTX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 모델을 만들어 후속 실험을 수행한 결과, UTX가 결여된 생쥐에서는 심장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UTX가 심장발달에 필수적인 인자라는 사실을 유전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교수팀은 SRF, GATA4, TBX5, NKX2.5가 심장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촉진하는데 있어 UTX에 의한 크로마틴 구조 개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도 밝혀내었다.
이승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심장발달에 관여하는 다양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한꺼번에 관장하는 ‘최상위 핵심인자’를 발견하였다는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수경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UTX의 효소활성을 조절하는 약물의 개발을 통해 가부키 증후군을 비롯한 다양한 선천성 심장발달 질환을 치료할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그동안 배아줄기세포에서 후성유전조절 효소들이 하는 기능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실제로 동물 개체의 장기(organ)발달 과정에서의후성유전조절 효소들의 역할을 밝힌 논문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동 논문은 유전자발현조절 분야에서 이정표가 되는 중요한 논문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동 연구 결과는 <Developmental Cell> 2012년 1월호 출간을 앞두고 12월 22일자로 온라인에 발표 되었다.
출처 : 브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