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 과제 <1930년대 서양철학의 수용과 오리엔탈리즘 문제>의 연구 대상은 다음과 같다. <1930년대 서양철학의 수용과 오리엔탈리즘 문제> 연구는 1년간의 연구과제이기에 한국 근현대 철학사 전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연구과제는 일제하 1930년대 서양철학을 수용하여 철학적 활동을 전개했던 선배 철학자들의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철학적 담론 텍스트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첫째, 이 연구 과제는 일제하 서양철학을 수용했던 한국의 근대 철학적 지성들의 철학적 텍스트들을 정리하고 철학적 담론의 성격을 정리한다. 이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정리된 철학적 텍스트들은 대학 철학과 강좌를 위해 앞으로 현대어로 수정하여 출판하고자 한다. 1930년대 활동했던 선배 철학자들로는 신남철, 박종홍, 박치우, 한치진, 서인식, 김오성, 김두헌, 김기석, 소철인, 김계숙, 전원배, 이학인이다.
둘째, 일제하 한국 민중이 지향했던 시대 인식에 기초한 시대 과제를 준거로 삼아 그들 철학적 지성들이 학술지와 대중매체에서 행한 철학적 작업성과물들의 개념적 지도를 그린다. 이 개념적 지도 작성에서 연구 신청자는 1930년대 한국의 근대 철학자들이 서구 근대문명 및 서구 근현대철학의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리고 왜 수용했으며, 수용에 대한 주체화 전략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당대 사회사 및 일본 식민지주의와의 관련 속에서 살펴볼 것이다. 서양 철학의 수용과 그 주체화 전략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수용된 서양철학이 어떤 정치적 문맥에서 사용되었는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중요하게 다룰 1930년대 철학적 담론은 시기상으로 일별하면 <철학 대중화 담론>, <동서양사상 담론>, <조선학 담론>, <전통론과 동양문화 담론> 등이다. 이들 담론 속에 일본형 오리엔탈리즘의 요소가 잠재해 있는지 없는지를 비판적으로 담론 분석할 것이다. 원래 일본에서 처음 창안된 「동양」의 문화 이념, 아시아주의는 서양에 대항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정체성, 아시아인의 연대를 주장하는 이면에 일본의 문화적 우월성, 국가적 패권을 주장하는 제국주의를 그 본질로 삼고 있었다. 따라서 과거 조선과 중국의 아시아주의에 대한 논의가 동아시아 연대에 공감하면서도 그 토대로서 민족적 독립과 평등을 강조한 것도 당연하다. 중-일전쟁 시기 「대동아공영권」의 이론적 배경을 이루는 동아협동체 이념 역시 일본의 중-일 전쟁 철회가 주장되지 않는 한, 침략주의에 대한 호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전후 일본의 아시아론에도 일본 근대화의 결함에 대한 반성은 있지만 과거 아시아주의의 침략적 과오에 대한 청산은 불가피하다. 본 연구 신청자는 일본의 동양주의 혹은 아시아주의를 일본형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명명한다.
또한 1930년대의 철학 연구자들이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 이후의 근대 유럽 문화와 사상적 특징에 대해서, 근대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행하고 있었는지, 또 어떤 실천적 지향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검토할 것이다. 그리하여 <1930년대 서양철학 수용과 오리엔탈리즘 문제> 연구는 일제 강점기 한국의 철학적 지성들이 학술잡지와 신문 및 대중잡지에 기고한 논문 및 단편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 철학사상의 개념적 지도 속에 놓여 있을 수 있는 오리엔탈리즘적 잔재와 탈오리엔탈리즘적 지향을 분석 비판하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철학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자양분을 추출할 것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에 전개된 철학사상 가운데 오늘날까지 현존하며 영향력 있는 철학사상과 맞닿아 있는 주요 철학사상(신칸트주의, 생철학, 독일관념론, 하이데거 철학, 마르크스주의 등)의 형성과정을 해명하고 일본을 통해 수입되었던 경로가 오리엔탈리즘의 문제를 낳았던 문제점을 해명함과 동시에 탈오리엔탈리즘적 지향을 행한 철학적 문헌을 발굴하여 분석 검토하고자 한다.
이 연구 과제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을 동아시아의 근대 일본에 적용하여 오리엔탈리즘의 이론적 확장을 꾀하는 시도도 행할 것이다. 이 연구는 일본형 오리엔탈리즘이 유럽중심주의적 오리엔탈리즘과 어떤 동일성 및 차이성을 가지지는지를 해명하는 데도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일본철학계가 1930년대의 서양철학연구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러나, 서양철학 연구 1세대가 철학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일본철학계의 동향 혹은 일본의 대표적 철학자들을 의식하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 못지않게 그들에 대한 반발 혹은 사상적 대결의식을 지녔다는 점을 동시에 고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