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날씨 흐리고 바람불다.
코스 : 운남면 성내리에서 77번국도 따라 망운면. 현경면을 지나 함평읍까지 32Km이상
어제 따뜻한 곳(도원마을회관)에서 잘자고 아침식사는 누룽지(숭늉)를 먹고 6시30분에 출발했다.
이장님께 인사드리지 못하고 나선것이 못내 미안했다.(아마도 이해하시겠지.)
운남면은 가는 곳곳이 적황토였다. 원주는 황토가 없어 인근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곳은 천혜의 자원같다.
섬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농촌풍경이다. 높은 산도 없으며 나즈막한 시골이다. 황토밭에는 어느곳을 막론하고 청록색을 띤 양파가 즐비했다.
조용하고 마을이 평안해 보였다.
걸으며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었다.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 꽃들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을 알고 싶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은 현종에게 물어보기도 하는데 우리네 지식으로는 한계에 이른다.
이름을 불러주면서 걸어가고 싶은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소나무와 잣나무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일 뿐.
(이것도 서곡에 이사오면서 부터이다. 열심히 공부하자.)
많이 걸은 탓일까? 현종이는 오른발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고, 나는 왼쪽 무릅과 네번째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함평읍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 지면서 쉬고 가자고 현종이는 되풀이 한다.
(나도 물집때문에 걷기에 힘들어서 숨김없이 현종에게 얘기했다.)
짐을 더 줄여야 겠다.
원인은 쌀(2Kg)이였다. 나의 배낭무게를 알고 있는 현종이는 나를 걱정해 준다.
하지만 어떠하랴...가지고 가야지.
걸어가고 있는데 들판에서 할머니가 논을 태우고 있다.
할머니의 모습을 사진을 찍자. 험한 얼굴이라며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신다.
어디서 왔냐며, 어디까지 가냐고...
할머니 왈, "어메 못살것다" 왜 이런 고생을 하냐며...
"학생은 핵교에 안댕겨"
"휴학하고 세상공부하러 다닌다"고 답하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도시로 떠났고 혼자 사신다고 한다. 농사도 혼자서...
현종이가 배낭의 쌀을 드리고 가자 한다. 우리 할머니랑 나이고 같고.
방도 험하지만 한칸밖에 없는 방이라 재워 주고싶어도 그럴수 없다며...저멀리 보이는 주유소에 가서 묵고가라고 하신다.
쌀을 덜어내고 나니 가방이 한결 가벼워 졌다. 자!! 걷자.
(현종이와 이발을 하기로 했다.)
함평읍에 도착 후 우리는 미용실에 가서 이발을 했다.
우리 차림을 보고 미용실 아주머니가 이것저것 물어온다. 간단히 대답해 주고 있는데...
아저씨 한분이 들어오셨다.
아주머니는 당골인 아저씨께 "이차해서 목포에서 고성까지 간다고 전했다."
아주 멋진 생각이라고 하시면서 지도를 펴고 함평에서 영광가는 길을 상세히 안내해 주신다.
몇마디 말을 주고받는데 자기도 언젠가는 하겠다면서...(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람같았다.)
학교공부보다는 세상살이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나에게 주소를 부탁하고 그분은 명함(김경출 부장, 레미콘회사)을 주시면서 오늘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데 집안에 행사가 있어서 도리어 미안하다며..먼저 나가셨다.
현종이 머리깍고 내 차례다.
얼마후 아저씨가 다시 돌아왔다. "초면에 실례가 안된다면 커트 비용을 내시겠다"며
원주에 가게되면 술한잔 사주시면 된다고...비용을 지불하고 가셨다.
미용실 아주머니 왈, 참으로 내가 겪어본 몇안되는 진국이여, 진국이 진국을 알아보제.
그 아저씨는 레미콘하기전에 사회봉사 단체 국장일도 하고 장애인모임 위원으로...의리있는 사람이라고...
(내일 그분을 만날 수 있다면 함평에서 하루 더 있고 싶어 졌다.)
미용실을 나오며...(현종에게) 우리가 쌀을 드렸기에 좋은 아저씨도 만나는 것이 아닐까? 맞다고...
비가 주룩주룩 오고있다.
몸이 먼저 추위를 느끼고 있었고 우리는 각1만원 짜리 여관에 들어갔다.
길위에서 만난 인연을 생각하며...

[운남면] 무안군 운남면 양파밭 입니다. 너무 아름답네요.

[] 광주형님이 도우미로 찾아주셨다. 점심까지 챙겨주셔서 감사요.

[다리옆]현종이가 발바닥이 아프다며 쉬고가자고...

[]할머니와 잠깐 얘기나누다. 배낭이 무거워 쌀을 드렸다.

[]현종이의 머리까기 전의 모습...

머리깍은 후의 모습...올리지 마라고 했는데 올렸음.

깍은 누리의 모습...

깍지전의 누리의 모습...
첫댓글 헉 뭥미 ??
현종아 멋지다(누리도)!!! 돌아올땐 긴머리의 원래 모습으로 보겠지!! 비가 오는데 감기나 걸리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감기도 현종이와 누리의 강인함에 무릎꿇고 항복할거야!! 파이팅!1
현종이 머리가 익숙치는 않지만 잘 어울리네.머리카락은 또 자라니깐.길위에서는 뭐든 가능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는군요.건강들 하시고 양파밭이 정말 아름답네요.개인적으론 삶의 무게 많큼이나 머리에 이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멋져보이네요.
얼굴모습이 편안해보이고 정말 멋지다.~~~~ 길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을 만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길.....
길위에서 만나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건강하게 잘 다니고 있습니다.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