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소호갤러리 원문보기 글쓴이: 맬마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추억이 된 것들이 많다. 고고음악이 흘러나오는 롤러스케이트장.
연통이 달린 오랜 난로 위에 양은 도시락이 수북이 쌓여있던 교실. 그리고 삐걱거리던 풍금소리에 입 맞춰 노래하던
코흘리개 내 동무. 어린 자식들이 행여나 찬 방바닥에서 추워하지 않을까 새벽녘 졸린 눈을 비비며 정성스레 연탄을
갈던 어머니의 모습도 콧등 시큰한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칼 갈어~’ 하며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던 칼갈이
아저씨는, 만원버스에서 큰 소리로 ‘오라이~’ 를 외치던 그 때 그 시절 버스안내양은 지금 어디메쯤 살고 있을까. 옛
추억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 강원도 정선엘 가보자. 그 곳에 가면 유년시절의 추억과 향수어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추억 하나. 시내버스, 그리고 차장언니
“타실 분 안계세요? 안 계시면 오라이~탕탕~”
30여 년 전,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버스 안내양이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간 정선버스터미널. 아니다
다를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터미널 가득 울려 퍼진다. 버스가 출발한다는 경적소리와 함께 범상치 않은 외모의 안내
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머리에 핀을 꼽아 고정시킨 빵모자와 손님들의 요금을 받아 넣었던 요금가방, 그리고 파란색
유니폼까지 옛날 버스 안내양의 모습 그대로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도우미로, 어르신들의 말벗으로, 관광안내원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버스안내양
“아시죠? 안내양들 트레이드마크가 껌이라는 거. 호호호.”
추억의 시내버스 안내양인 정인숙(48세)씨는 버스에 탄 손님들에게 껌을 하나씩 나눠준다. 그리곤 유년시절에 보았던
버스 안내양처럼 출입문에 매달려 손바닥으로 철판을 두드리며 기사에게 출발신호를 보낸다. 70~80년대 시골에서
상경해 어린 동생들의 학비는 물론 가족들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던 버스 안내양. 그들의 혹심한 고생과는 별개로
버스 안내양은 그때 그 시절을 산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리지만 정겨운 추억’ 이다.
추억 둘. 마음을 잇는 꼬불꼬불 시골길
|
|
추억의 시내버스는 버스터미널을 출발해 화암동굴로, 이어 정선5일장을 관람하는 코스로 운행된다
정선군에서는 오는 11월 말까지 정선을 찾는 여행객들을 위해 버스 안내양과 함께 아름다운 관광지를 여행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추억의 시내버스를 운행한다. 추억의 시내버스는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 정선버스터미널에서
낮 12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여 화암동굴로, 그리고 화암동굴승강장에서 정선 5일장을 둘러보는 코스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첫 번째 승강장인 정선재래시장에 도착한다. 장을 보러 왔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마을주민
들과 추억의 시내버스를 타고 정선여행을 나온 사람들로 버스는 금세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찬다.
“정선5일장입니다. 내릴 분 안계세요? 오라이~”
“어, 이게 누구래? 옛날에 많이 듣던 목소리인데?”
“네, 아버님. 안내양이예요. 건강하셨어요? 아이고 짐 주세요, 무거우실텐데….”
안내양과 주민들 사이에 정겨운 인사들이 오고간다. 안내양은 어르신들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것 뿐만 아니라 말벗
도 되어준다. 몰운대까지 간다는 할머니는 싹싹하고 상냥한 안내양 덕에 시내버스 타는 재미가 솔솔하다며 칭찬을 아
끼지 않는다. 안내양은 관광 안내원 역할도 톡톡히 한다. 취적봉, 덕우리마을, 석문 등 버스가 지나는 관광지마다 구
성진 강원도 사투리로 자세한 설명을 덧붙인다.
추억 셋. 우리들의 삶의 노래, 정선아리랑
버스에 올라 탄 사람들의 얼굴에는 정감어린 시골마을의 표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하얀 머리의 미소가 고운 할머니에
서, 못난 얼굴이 뭣이 있어 사진을 찍느냐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지만, 카메라를 갖다대니 소녀처럼 부끄러운 듯 볼이
빨개지시는 아주머니까지…. 목적지는 서로 달라도,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정겨운 이야기에 버스 안은 훈훈해진다.
“오늘 막걸리 한사발해서 기분도 좋은데, 아리랑 한 자락해도 되나.”
“그럼요, 다부지게 불러 보드래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석곡리에 살고 있다는 김동하(71세)할아버지의 흥겨운 정선아리랑에 일순 버스 안은 잔칫집 분위기로 변한다. 어르
신들의 박수소리와 깔깔 웃음으로 버스 안은 더욱 시끌벅적해진다. 따스한 햇살이 차안 가득 채운다. 차창으로 비친
산야는 흠뻑 물들어가고 있다. 훈훈한 인심과 사람향기 나는 시골의 풍경에, 굳어있던 마음은 털컹거리는 버스의 진동
처럼 마구 들썩인다.
“다음 정류장은 화암동굴입니다. 자, 내리실 분 안계세요? 안계시면 오라이~~.”
<안내양과 함께 떠나는 추억의 시내버스 코스>
낮 12 : 30 정선버스터미널 출발 - 화암동굴 - 15 : 10 화암동굴 승강장 탑승 - 정선 5일장 - 16 : 30분 아 리랑너머 무료공연 |
◆ 지하세계로의 초대 ‘화암동굴’
|
일제시대 금석 채취용 갱도 작업을 하던 중 발견된 화암동굴은 천연 종유동굴로 특이하게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
에는 따뜻하다. 동굴 입구는 금광 갱도에서 시작되는데 내부는 과거 금광을 채굴하던 당시를 보여주는 ‘역사의 장’, 금
광의 갱도를 따라 가는 ‘금맥 따라 365’, 동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대자연의 신비’ 등 모두 5개의 테마로 구성
되어 있다. 천연동굴에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동양 최대 높이 28m의 유석폭포, 커튼형 종유석, 대형 석주, 대형거북
상, 옥문석 등도 지하세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주차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모노레일을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 뜨거운 인정 살아넘치는 ‘정선5일장’
|
정선 5일장은 전국 최대규모의 재래시장으로 매달 2·7·12·17·22·27일에 열린다. 처음에는 인근 산골에서 채집되는 각
종 산나물과 생필품을 사고파는 작은 규모의 장이었는데, 최근 들어 주위 관광지와 연계한 체험여행코스로 널리 알려
졌다. 가을날의 정선5일장은 산초, 황기, 감자, 머루 등 가을걷이를 하고 나온 나물들로 가득하다. 장터에는 먹을거리
도 다양하다. 곤드레나물을 넣어 지은 밥으로 간장, 고추장, 된장 등으로 비벼먹는 곤드레밥과 끈기 없는 굵은 면발인
메밀국수를 먹다 보니 먹을 때 국수 끝가닥이 콧등을 친다 해서 불려진 콧등치기 국수 등은 꼭 먹어보아야 할 정선의
토속별미다.
◆ 구성진 아라리 가락 ‘아리랑고개 너머’
|
정선 장터와 가까운 정선문화예술공연장에서는 매년 4월에서 11월까지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 관광객을 위한 아리랑
극이 무료로 공연된다. 올해는 ‘아리랑 고개 너머’ 라는 제목으로 올려지는 뮤지컬 형식의 공연으로 일제치하, 한국전쟁
등 격동이 세월을 넘나든 우리 민족이 아리랑을 통해 한과 상처를 달래가는 과정을 구수한 아라리 가락으로 풀어낸 작
품을 선보인다. 진지한 메시지와 함께 정선아리랑의 엮음 · 자진아리랑 중 익살스런 부분을 공연 중간중간 삽입하여 이
야기 전개의 흥미를 더하게 된다. 이 외에도 록과 국악의 음악적 앙상블도 극적 재미를 이끈다. 보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
를 반복할 만큼 재미와 교훈, 감동이 있다.
◆ 옛 뗏꾼들의 추억과 향수 ‘전산옥주막’
|
‘황새여울 된꼬까리 떼 무사히 지났으니, 만지산 전산옥에 술판 차려 놓게∼’ 정선아리랑 가사에도 나오는 전산옥 주막.
동강을 따라 한강 마포나루터까지 목재를 실어 나르던 옛 뗏꾼들이 탁주 한 사발에 목을 축이던 주막 전산옥이 조양강
변에서 복원됐다. 뗏꾼들에게 피곤함을 덜어주고 추억을 남겨 주었던 전산옥은 1970년대 초 뗏목과 함께 사라졌는데,
주막과 함께 전통 나룻배인 뗏목도 복원되어 조양강을 건너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도깨비가 산다는 간이역
인 나전역에서 추억여행을 마무리하면 좋겠다.
<여행 팁>
◎ 추억의 시내버스 안내양 코스안내
* 코스 : 정선버스터미널(화암동굴행버스) - 이동 35분 - 화암동굴 - 화암동굴승강장- 이동 35분 - 정선5일장 관람 -
정선아리랑극 관람(16:30분까지 정선문화예술회관 3층 입장)
* 시기 : 매년 4월 초~11월 말(2,7,12,17,22,27)
* 시간 : 정선버스터미널 12:30분/13:30분 화암동굴행 버스 2회 운행(정선시내버스는 소형버스로 저선 5일장 및 행사가
있을시 버스 내부가 승객으로 혼잡할 수 있으니 참고바람)
◎ 정선으로 가는 방법
* 자가 이용 : 서울- 호법JC - 영동고속도로- 진부 IC - 59번 국도 - 정선
서울 - 중앙고속도로 - 제천IC- 영월삼거리 - 미탄- 정선
* 대중교통(시외버스) : 동서울터미널 - 정선(1일 10회, 3시간 30분 소요)
◎ 정선 여행문의 : 관광문화과 033-560-2363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U 투어정보팀 손은덕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