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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의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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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가정교사 스크랩 마냥 부러운 프랑스 고등학생의 시간표
양효성 추천 0 조회 112 16.04.30 07: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주,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학부모회의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때에도 입학식과 운동회,졸업식에만 갔던 엄마였는데 고등학생이 되고보니

일년에 한번 있는 학부모회의에 의무적으로 가게 되는군요.

워낙 정보에 어두운지라 학교에라도 와서 정보를 얻어가라는 딸아이의 간곡한 청이 있었지요.

가보니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더군요.

학창시절 그렇게나 어렵고 멀리 계시던 선생님들이 강당에 모인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허리굽혀 인사를 하는 모습에 역시 학생들이 상전은 상전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어쩌면 선생님이라는 직업도 더이상은 소명감이 아닌- 이제는 서비스를 전제로 하는 직업군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2010년부터 고교선택제가 도입되면서 각지역 고등학교들은 소위 명문대로 가는 발판이 되기 위한 자구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학원이나 기타 기관에서 하는 입시 설명회에 가본 적은 없으나 그 곳엘 가더라도 아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부모총회가 끝나고 각반 교실로 이동하여 담임선생님을 만나 뵙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앞자리의 책상에 놓인 달력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군지 참 공부를 열심히 하는구나싶더군요.

영자신문부 홍보라는 글귀가 눈에 띄길래 우리 딸과 같은 부서라 딸에게 물어보려고 사진을 찍어왔어요.

ㅎㅎ 집에 와 확인을 해보니 이게 바로 우리 딸의 달력이랍니다.

핏줄이 켕겼을까요?

아무자리나 앉았는데 그 자리가 바로 우리 딸의 뒷모습을 그려볼 수있는 자리였어요.

아~!!

그런데...평소 집에서 초등학생 동생과 싸우기나 하고 놀기만한다고 제가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제3자의 입장에서 저 달력을 보니 그런 잔소리가 쏙 들어가더군요. 그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말이죠.

 

 

엊그제 반가운 편지가 왔습니다.

딸아이의 프랑스 펜팔친구가 snail mail을 보내 왔더군요.

이메일로도 메신저로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눈치던데 제법 충실한 내용의 편지를 보낸

프랑스 친구가 참 이뻐 보이더군요.

이 편지를 받아본 주인공인 우리 딸은 또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런데 편지를 보던 우리 딸의 얼굴에 그늘이 졌습니다. 

저 시간표를 보고는 한없이 부러워하더군요.

같은 고등학교2학년인데 시간표는 초등학교 5학년인 우리 아들의 시간표보다도 여유작작합니다.

등교시간도 일률적이지 않건만 젤 일찍가는 날이 8시15분이고 거기에 수요일은 점심시간 전에 하교랍니다.

 

 

아~!!

우리 딸의 시간표입니다.

7시 50분까지 등교이고 집이 먼 우리 딸은 날마다 6시30분에 집을 나섭니다.

거기에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있는 야간자율학습이 10시까지.

그많은 시간이 거의 국영수에 할애된 것을 보면 더 기가 찹니다.

오늘 뉴스에 보니 우리나라 학생들의 더불어사는 능력이 세계최하위라고 하더군요.

인격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를 시간표에 묶여 끌려다니며 교과서만 보고 있으니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점수이외의 다른생각을 할 여유가 얼마나 있을까요?

작년에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한달에 한번, 엄마의 책부족과 함께 같은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는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저 시간표를 보니 저도 더이상은 강요하지 못하겠어요.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 씻고 다음 날 학교갈 준비를 하면 12시.

다른 친구들은 새벽까지 학원도 다니고 개인 과외도 한다던데 그런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듭니다.

5시 30분이면 반사적으로 일어나 반쯤 감은 눈으로 등교준비를 하는데 거의 자동입니다. 

피곤하고 잠도 더자고 싶겠지만 그나마 날마다 굶지않고 아침밥을 먹어주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난 방학동안 놀아도 너무 놀고 있다고 혀를 찼던 엄마였는데

오늘도 1박2일과 개콘을 챙겨보며 깔깔웃는 우리 딸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엄친아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하며 분신자살까지 하는 우리 현실속에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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