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거리 : 중부고속도로 위 → 약 6km ← 벌봉 → 1.5km ← 북문 → 약 1.4km ← 서문 → 약
1.4km ← 남문 → 1.6km ← 검단산 입구 → 1.6km. 상대원 뒤 능선 갈림길 → 약 4km ← 불당리 ⇒약 5km 광지원 중부면
사무소 앞【산행거리 약 17.5km, 하산 후 광지원삼거리까지 약 5km. 총 22.5km】
♠♠♠산행기
들머리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원래 오늘 산행은 백두대간 「갈곶산」종주를 하려고 했었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신다고
연락이 와서 가까운 근교산행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어머니는 강 건너 어린이 대공원 후문 근처 큰형님 댁에 계시는데 칠십 중반
연세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산행도 자주 하시고, 영어공부, 일어 공부에 문화센터에서 노래공부까지 하시느라 항상 바쁘게 사시는 분이다. 그런
중에도 가끔 우리 집에 오셔서 김치도 담아 주시고 반찬도 만들어 주고 가신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한다는 핑계로 아직까지도 어머님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어제는 퇴근길에 K2에 가서 235m/m 사이즈 작고 예쁜 어머니 등산화를 사다
놓았다.
오늘은 빨리 산에 갔다 와서 온 가족이 저녁식사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산행지를 하남시에서 남한산성 벌봉 - 남한산성
성곽따라 돌기- 광지원 코스로 잡고 집을 나섰다.
7:40.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내가 평소 함께 다니는 백두대간 행 버스가 서
있다. 사람들이 아는 체 할까봐 얼른 다음 정거장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
112-1번 버스를 타고 하남시 구시가지를 지나
성광학교 앞에서 하차 했다.
오른쪽으로 성광학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학교 교문을 지나 중부고속도로 아래 굴다리가 나타난다.
굴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조금 따라 가면 또 하나의 굴다리가 보이는데 그것은 성광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하남- 광주간 구길을 따라
광주방향으로 오는 길에 「마방집」건너편 「하남성」 음식점 앞길로 들어오는 길이다.
이 들머리를 잘 몰라서 궁금해했었는데 오늘에야
다 알게 되었다.
♠♠♠산행기
08:20.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깎아지른 낭떠러지에 놓인 철 계단을 세 번
올라가니 비로소 능선 초입이 나타난다.
어떤 분이 검은 비닐봉지에 무엇인가를 잔뜩 담아들고 올라간다. 알고 보니 어머님
산소에 가는 길이란다. 오늘 같이 어버이날을 맞으면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왜 나지 않겠는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나서
총총히 걸음을 옮긴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육산 길이 참 부드럽다. 방울소리가 나도록 속도를 내어 본다. 약간 가스가
끼어 있지만 햇볕도 나지 않고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주니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인 것 같다.
지금쯤 저 건너 검단산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고 있겠지? 내가 일부러 검단산으로 가지 않고 이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없어서 조용하기 때문이다.
조금 알려진 근교산에라도 오르려고 하면 왜 그리 사람들이 많던지???
나는 앞사람 떵꾸녘만 바라보고 가야하는 산행은 아주
질색이다. 이렇게 혼자서 헥헥~ 널널~ ... 내 맘대로 반복할 수 있는 산길이 정말 좋다.
날씨가 선선하고 바람까지 불어
좀처럼 땀이 나지 않아서 『愛馬』에게 채찍질을 해 댄다.
나의 애마 두 다리가 오늘따라 힘이 넘쳐난다. 이랴˘˘˘ 딸랑 딸랑
딸랑...
한참 능선 길을 내 달리는데 길가에 무덤들이 줄을 이어 늘어서 있다.
「生者必滅」이라고 했던가? 나도
언젠가는 죽어갈텐데 아직도 무덤 앞을 지날 때면 가끔씩 무섬증이 들곤 한다. 아직 수양이 부족하여 경지에 이르지 못함이리라...
혼자 산행하기를 참 좋아하는 편인데 그 때마다 우리 산하에는 무덤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모두 매장을
하지말고 화장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산길을 걷다보면 그동안 못했던 이런저런 잡생각(?)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발걸음 따로, 눈길 따로, 생각 따로...
09:51. 어느덧 벌봉 입구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일까?
여기에도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성벽을 끼고 바깥으로 돌아 나간다. 군데군데 성곽 보수공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낡은
성벽에는 잡목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저렇게 방치하면 성벽이 더 빨리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북문이 굳게
닫혀있다.
저 아래 지명이 사창리로 불리는 까닭은 옛날 한강을 따라 팔당아래 모인 군량미와 숯, 무기 등을 성 아래 동네에 보관하던
창고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던가?
10:30. 드디어 「연주 옹성」에 도착했다. 여기 오면 강원도 홍천에서 가져왔다는 맛난
누룽지 막걸리가 나를 반겨준다. 오늘은 단속을 피해 약간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변함 없는 그 맛에 리필까지 받아 먹고 길을
나선다.<10분 휴식>
10:44. 서문 도착. 서문은 송파구 마천동에서 오르는 문으로 원래는 시구문과 같이
지저분한 것들만 드나드는 문이었다고 한다.
1637년 인조가 삼전도에 항복하기 위해 나아갈 때에도 청나라는 남문으로 나가겠다는
우리의 청을 거부하고 곤룡포 대신 白衣를 입고 이 서문으로 나오라고 했다 한다.
11:06. 남문도착 지금은 터널을 뚫어
남문으로 차량이 다니지 않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문을 통과해서 버스까지 다녔었다.
1978년인가? 나는 이 남문 밖에서
불귀의 객이 될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남한산성 안이 온통 개 잡아서 솥에 삶아 놓고 술 마시고 춤추고 놀던 유원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날도 일요일이었는데 나는 아는 분들 총 10명이 승용차 2대로 개 한 마리를 잡아 성안으로 놀러오기로 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웬지 나서기가 싫었다. 내가 일행 중에서 가장 막내이기도 했지만 모두 대하기가 조금은 어려운 분들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아침에야 약속을 펑크 내버리고 함께 남한산성에 오지 않았는데 나머지 총 9명은 하루를 잘 보내고 저녁 때 남문을
지나 성남으로 내려오는 중에 두 번째 차가 하이웨이처럼 뻗은 내리막길에서 오른쪽 언덕으로 굴러 4명 모두가 저 세상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내가 왔으면 바로 그 차에 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때는 성남으로 내려가는 길가에 나무들도 키가 작았고 길가에
제대로 된 콘크리트 장벽도 없었다.
그때 나는 역사적으로 한이 많이 서린 곳에서 개를 잡아먹어서 벌을 받은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다.
산성 안이 온통 막걸리 냄새와 노래 소리가 진동했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1636년
12월 병자호란이 일어나 45일만에 항복을 하던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들은 그 때를 아주 먼 옛날로
알고 잊어버리고 있지만 채 400년도 되지 않은 얼마전의 일이 아니던가?
웬지 남한산성에만 오면 유난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난다.
▶ 胡虜子息 : 호란을 겪으면서 한국의 많은 여인네들이 능욕을 당하거나, 심지어 끌려가기도 했는데 전쟁이 끝난 후, 능욕을
당했던 여인이나, 끌려갔다가 돌아온 여인들 중 임신을 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조선의 남편이나 가족들은 오랑캐의 자식이라 단정하여 여인네는
물론이고 자식까지 천대하고 멸시하였다. 호로새끼(자식)라는 말은 "오랑캐의 새끼(자식)"이라는 뜻이다.
▶화냥년 :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적에게 잡혀 끌려갔다가 절개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 즉, '환향녀(還鄕女)'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선시대 환향녀들은 정절을 잃었다는 이유로 남편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이혼 청구를 받은 여성들이었다.
전란을 겪은 것도, 우리
여인네들이 그런 수모를 당한 것도 결국 모두 남자들이 나라를 잘못 운영한 책임인데 여자들한테 죄를 뒤집어 씌웠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남들도 다 아는 것을 혼자 아는 척(?) 좀 해 봤다.
검단산입구 갈림길을 지나 몇 번의 갈림길을 지나갔다.
「성남시계 종주」코스를 알려주는 표시판도 보고...
불당리 방향 갈림길을 지나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불당리가 아닌 광지원까지
연결되는 능선이 있으면 찾아보고 싶었다.
얼마쯤 갔을까 약수터가 나타났다. 왕기봉 방향으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이제 직진하면 광주 목현리 방향이란다. 계속 진행할까 하다가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내려오다 보니 또 다시 무덤들이 즐비하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쯤일까? 하는 수 없이 왼쪽 계곡 길을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12:20. 드디어 마을이 보이고, 밭에서 일하는 분께 물어보니 여기가 불당리라고 한다.
불당리는 한참 지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걸어도 걸어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구나...
10여분을 부지런히 내려오니 광지원에서 산성 동문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나타났다. 택시도 없고 버스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광지원까지 걷기로 했다. 어차피 많이 걷기로 하고 나온 이상 아스팔트길이면 또
어떠랴!!!
양팔을 힘차게 흔들며 정말 부지런히 걷다가 마라톤으로 내려 왔다. 내가 요즘 마라톤에 입문하고부터 또 다른 멋을
느껴가고 있다.
오전리에서 물어보니 아직도 광지원 큰길까지는 3km는 더 가야 한단다. 버스가 있다고 하는데 그까잇 꺼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13:18. 매표소를 지나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그러고 보니 아침 한 술 먹고 나와서 연주 옹성에서
막걸리 한 잔 먹고 왕기봉 갈림길에서 오렌지 한 개 먹은 거 말고는 없었다.
먹을 거라고는 연양갱 한 개가 남았다. 맛이
좋다.
반주 한 잔 하면서 식사를 할까 하다가 혼자 먹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지나쳐 왔다.
오늘은 배낭 대신 작은 색
한나만 달랑메고 정말 방울소리가 나도록 빨리 걸었다. 빨리 걷다 보니 땀도 적당히 나고 기분도 아주 그만이었다.
♬♪딸랑딸랑딸랑...♪♩
<↑ 산행지도>
<↑ 성광학교앞 굴다리> 이 굴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가야한다.
<↑
하남성 앞 들머리 입구 > 여기서 들어가도 된다.
<↑ 고속도로 위 철계단 > 이런 철계단을 세 번 오르면 능선이 나타난다.
<↑ 하남 검단산 방향> 두 번째 철계단 아래에서 바라 본 검단산과 중주 고속도로
<↑ 08:20. 능선 시작점 > 능선길이 편안하게 시작한다.
<↑ 소나무 숲 길>
<↑ 지나 온 봉우리>
<↑ 광암 정수장에서 오르는 건너편 능선> 저 능선을 타고 오르면 바로 연주 옹성이 나타난다.
<↑
능선 길> 이렇게 편안한 길도 있을까?
<↑ 연주 옹성 가는 길에 바라 본 벌봉 방향>
<↑ 10:44. 서문>
<↑ 남문 가는 길> 여기는 성벽에t 자라는 잡목을 깨끗하게 베어내어 보기가 좋았다.
<↑ 11:06. 남문>
<↑ 산성에서 바라 본 성남 검단산 방향 >
<↑ 얼레지 꽃밭>
<↑
사기막골 갈림길 표지판>
<↑
12:30. 불당리 입구 표지석 >
<↑ 13:20. 광지원리(중부면 사무소 앞) 남한산성 입구>
***오늘 산행
끝***
♠♠♠산행기 날머리
집에 오니 오늘 어머니께서 산악회 일행 분들과 식사
약속이 있어 못 오신단다. 그래서 오랜만에 산행기를 써보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오랜만에 쓰려고 해서인지 자꾸 엉뚱한 얘기만 쓰고
말았다. 하긴 오늘의 산행 코스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길 따라 걸으며 오만 잡생각으로 행복에 겨운 것 말고는... 끝.
첫댓글 검단산가는 버스를 타면 하남시자나 마방집 직전에 좌회전 하기전 버스정거장을 말하는것 같구만,,성광학교 입구 표시판 보았었는데, 좋은 들머리 찾아놨으니 마천역으로 안가도 되어 잘되었네... 혼자 수고했고 5/22 전철에서 만나 함께 사당역으로 가세나 ^^**
광암정수지 방향에서 뻗은능선이 이성산을 지나가고,,, 철계단을 지나 객산을 너머 벌봉까지 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