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된 경전류에 대한 번역을 제외하고 불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 혹은 포교를 목적으로 집필된 근현대 불서들 가운데 최초의 번역서로 손꼽히는 책은 1936년 허영호 스님이 번역해 해동역경원에서 출간한 『불교성전』과 『네 가지 진리-사성제』다. 일본어 서적을 번역해 출간한 이 책들은 개론서 형식의 불교입문서로 일본으로 유학했던 스님이 책을 갖고와 소개하면서 최초의 번역서로 손꼽히게 됐다. 그러나 이후 불서 번역은 그리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다시 한번 주목할 만한 책이 등장하게 된다. 1963년 8월 15일 현암사에서 발간한 『조용한 폭풍-석가전기』가 그것이다. 이 책은 당시 세계적인 위인전기 작가 일본인 무샤고지 사네아쯔가 저술한 『석가의 생애와 사상』을 역경위원이었던 박경훈 선생이 번역해 1961년부터 불교신문에 연재했던 원고였다.
이 책의 출간으로 번역 불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현암사에서는 1970년 ‘현대인의 불교’라는 시리즈를 기획, 『불교개론』 『화엄경의 세계』 『반야·유마경』 등 6권을 번역 출간해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는 성과를 이룩해냈다.
이원섭 선생에 의해 번역 출간된 이 책들은 지금까지 현암사의 명저로 손꼽히고 있으며 이원섭 선생은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효시로 손꼽히고 있다.
불교학의 세계적 거장 나카무라 하지메의 명저술 『불타의 세계』도 번역서로서 한 획을 이룬 명저로 손꼽힌다. 1984년 김영사에 출간된 이 책은 불교의 역사와 가르침을 깊이 있게 다루며 불교의 발생과 성장, 개화의 자취를 더듬어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현주소를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간결하고 평이한 문체이지만 나카무라 하지메를 포함 불교학계 거장들의 연구 성과가 전 분야에 걸쳐 집대성된 초유의 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책이 소개되면서 외국의 불교서적에 대한 관심과 번역 노력이 붐을 이루게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타의 세계』가 불교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면 1986년 경서원에서 출간된 『선학의 황금시대』는 선의 세계를 일반인들에게 펼쳐 보여준 최초의 책이 아닐까 싶다. 달마와 제자들, 혜능, 마조, 백장, 황벽, 임제, 운문, 법안 외 고승들의 가르침과 화두, 깨침의 순간들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는 이 책은 10여년 후인 1997년 증보판이 나온 이후에도 류시화 등에 의해 다시 번역되고 출간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책이다. 말로 설명하고 글로 풀어쓰기 어려운 선의 세계를 담아내 원저술의 탁월함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으로 남아있다.
많은 불교서적들이 번역 출간되면서 명저의 반열에 올랐지만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았는가의 측면에서 보자면 『달라이라마의 행복론』이 단연 첫머리에 오른다. 명상서, 마음다스리기 책 열풍의 장을 연 이 책은 “행복이란 결국 자신의 마음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평범해 보이는 원칙을 일깨워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수연 기자
<2005-01-26/789호>
입력일 : 2005-01-25 09:14 . 자료출처:법보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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