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 허 웅 이사장님이 쓰신 "우리 말과 글에 쏟아진 사랑"을 읽어 보니 세종대왕님의 한글 창제의 지혜와 백성을 사랑하는 크신 뜻을 새삼 되새겨 볼 수 있었고, 주 시경 선생님을 비롯한 선배들의 우리 민족의 사랑과 일제 식민지 아래에서의 생명을 건 한글 보존을 위한 노고를 다시금 깨우치게 되었습니다.
이미 서 재필 선생과 주 시경 선생님과 같은 선각자에 의해서 1896년 4월 7일 한글 전용으로 독립신문을 발행하였는 데, 아직도 한자 병용과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배우고 아는 사람들인지 알 수 없습니다.
허 웅 이사장님의 글에 의하면 세종대왕께서 월인천강지곡을 몸소 지으실 때, 한글전용 방식으로 지으셨다니 세종대왕님의 민족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한글을 사랑하시는 그 깊은 뜻은 정말 가늠하기 어려운 듯 합니다.
최근의 한자 초등학교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만들고 반포 하실 때 반대한 최 만리의 논조와 그렇게 닮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모화사상으로 머리 속이 가득찬 최 만리의 상소문에서 나타난 주장을 여기에 적어 봅니다.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한글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진정 한글을 사랑한다면 최 만리와 같은 생각을 하루 빨리 접고 한글전용 대열에 참여하여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꽃 피우기를 기대해 봅니다.
다음은 허 웅 이사장님이 1976년에 쓰신 "자주 정신의 승리"라는 글에서 담고있는 최 만리의 상소문 요약 입니다.
첫째, 우리 나라는 옛날부터 중국을 섬기고 그 제도를 본 받아 왔는데 이제 글과 법을 같이 할 때에 언문을 만든 것을 보고 듣기에 매우 놀랍다. 만일 중국에 들어가서 비난이라도 받는다면 어찌 큰나라 섬기고 중화를 사모하는 데 부끄럽지 않겟는가?
둘째, 옛날부터 오랑캐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새로이 글자를 만들어 쓰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새로운 글자를 만든다는 것은 중국의 꽃다운 문화를 버리고 자진해서 오랑캐 무리와 같아지자는 것이니, 이 것은 문명의 큰 해라 아니할 수 없다.
세째, 이두 글자가 속되고 천하다 하나, 이것은 오히려 한자를 빌어 썼기 때문에 이로 말미암아 문자를 배우게 되니 학문을 일으키는 도움이 된다.
우리가 만일 중국의 글자를 모르는 야만적 상태에 있다면 혹시 언문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언문으로써 임시 방편을 삼는 것보다는 오랜 계획을 세워 중국에 통행하는 글자를 배워야 한다는 바른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두는 수천년 동안 쓰여서 우리 글자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데, 무엇 때문에 이 폐단 없는 글자를 고쳐 따로 천하고 상스럽고 이익이 없는글자를 만드느냐?
언문을 배워 차차 이로써 모든일이 처리되고 이로써 능히 관리도 될 수 있다면, 모두들 무엇 때문에 성리의 학문을 애써 하겠는가?
이렇게 되면 한갖 언문에 재주가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우리 나라의 오랜 문화가 없어질 것이다.
우리 나라 뜻있는 사람은 이두도 버리자 생각했는 데 한갓 항간의 속된 말이나 적는 언문은 말도 못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문은 한가지 신기한 재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학문에 방해가 되고 정치에 유익함이 없다.
네째, 재판을 함에 있어서 언문으로 직접 말을 적어 듣기게 되면 원통한 판결을 받는 일이 없다 할지 모르나, 중국에서는 글과 말이 같은데에도 원통한 재판이 있다. 재판의 불공평은 말과 글이 같지 않은 데에 있는 것이 아닌 즉 언문으로 재판의 공평을 기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다섯째, 모든일은 성급히 서두를 것이 아니다. 설사 언문을 마지 못해 만들었다 하더래도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듣고, 또 중국에 상고하여 부끄러움이 없어야 비로서 시행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하지 않고 관리 몇 사람을 가르쳐 익히게 하고, 옛 사람의 운서를 고쳐 근거 없는 언문을 갖다 붙여 곧 천하에 펴려하니 뒷날의 공론이 과연 어떠할까?
여섯째, 언문이 유익하다 하더라도 이것은 선비들의 여섯가지 재주의 하나에 지나지 않은데, 동궁이 이로 말미암아 바른 학문은 못하게 되니 학업에 큰 손실이 된다.
이상의 최 만리의 상소문을 읽어 보면 최 만리가 얼마나 모화사상에 푹 빠진 자인지 알 수 있으며, 세종 대왕의 자주독립 정신과 애족 애민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인가를 뚜렷이 알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한자 초등학교 교육론자들이 그 주장의 타당성으로 내세우는 이유들이 최 만리의 주장과 너무나 비슷하여 놀랄 뿐입니다.
생각해 보면 세종대왕의 철학과 사상이 한글전용으로 계속 꽃 피우고 최 만리와 같은 모화론자들이 우리 민족의 정신 문화 발달의 발목을 잡지 않았었다면, 우리 민족이 현대적인 인권을 실현한 프랑스 영국보다 1-2백년 앞서서 세계 최초로 오늘 날과 같은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실현하고 세계의 강대국으로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자교육론자들이여, 최 만리와 같은 모화사상에서 벗어나 그 주장을 버리고 한글전용 대열에 빨리 참여 하십시요.
그 길만이 그네들이 민족의 번영과 함께하며 이 시대를 살만한 가치를 부여 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