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2007년 7월에 나온 책입니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전에서 피습을 당한 뒤
새로운 삶을 살며 지난 삶을 돌아봤다고 합니다.
책 제목은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바로 ‘박근혜의 일탈(?)’입니다.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았을 것 같은 박 위원장도 일탈이 있더군요.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다닐 때 얘기입니다. (1969년으로 추정됩니다.)
박 위원장은 신분이 특별한지라 항상 긴장하며 지냈답니다.
그 흔한 미팅 한번 나가지 못했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려본 적도 없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단 하루, 경호팀의 눈을 피해 일탈을 감행합니다.
강의실로 가는 척하다가 뒷문으로 빠져나갔답니다.
번뜩 영화 ‘로마의 휴일’이 생각나더군요.
일상에 싫증을 느낀 공주가 궁을 빠져나와
신문기자와 짧은 사랑을 나눈다는 달콤한 얘기죠.
박 위원장이 간 곳은 명동입니다.
거리를 걷다가 중앙극장 앞에서 영화포스터 한 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바로 ‘천일의 앤’입니다.
박 위원장은 영화관으로 들어갑니다.
평일 오전이라 박 위원장을 포함해 관객은 단 3명뿐이었답니다.
영화 ‘천일의 앤’은 16세기 튜더 왕조의 국왕 헨리 8세와
왕후 앤 볼린의 이야기입니다.
헨리는 앤을 얻고자 왕비 캐서린과 이혼하고,
이혼에 반대하는 가톨릭과도 결별합니다.
하지만 앤이 왕자를 낳지 못하자 또 다른 여자를 찾고,
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훗날 앤이 낳은 딸이 영국의 전성기를 이룬 엘리자베스 1세 여왕입니다.
박 위원장은 앤 볼린의 기구한 운명에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졸였다고 합니다.
영화관을 나온 박 위원장은 아이 쇼핑을 즐깁니다.
쇼윈도에 걸린 옷을 구경하다 옷가게로 들어섭니다.
그러자 점원이 묻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분 같아요. 혹시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으셨어요?”
박 위원장의 순발력이 돋보입니다.
“흔한 얼굴이라서 누구랑 닮았다는 말 많이 들어요.”
다음은 찻집입니다.
창이 넓어 햇살이 잘 드는 찻집이었다는군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글쎄…
맞은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책을 읽고 있었답니다.
정말 ‘로마의 휴일’이 시작되는 걸까요?
웬일이니…
서로 눈까지 마주칩니다.
남자가 먼저 웃음을 짓습니다.
박 위원장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그 남자의 웃음을 접하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고 합니다.
찻집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게 끝입니다.
책에는 더 이상 아무런 설명이 없더군요.
언젠가 박 위원장을 만나면 뒷얘기를 꼭 물어봐야겠습니다.
명동성당에 들러 저녁 미사까지 보고 나니
거리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답니다.
꾸중을 들을 각오로 집에…
(여기서 집은 청와대를 말하는 거죠.)
집에 들어갔는데, 의외로 부모님의 표정이…
(여기서 부모님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죠.)
부모님의 표정이 담담했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저녁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박 위원장은 얼마나 불편했을까요.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는 나름대로
미팅 한번 맘대로 할 수 없는 딸이 안쓰러웠겠죠.
박 위원장은 어버이날인 8일 정당 대표로 라디오 연설을 했습니다.
5월 15일 새누리당의 새 대표가 뽑히니 이날 연설이 당 대표로서는 마지막입니다.
첫 시작이 이렇더군요.
“저는 부모님께서 떠나신 지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
부모님들이 계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뼈저리게 느끼곤 합니다.”
첫댓글 언제부턴가 책을 가까이하지않는 습관이 생겼어여,,나이탓은 아닐진데...술탓인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