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충북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언급에 따라 이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계획이 조만간 도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사업의 핵심시설인 가속기를 놓고 어떤 종류의 가속기가 설치돼야 사업성공을 담보할 지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어떤 가속기가 적합한지, 이에 대한 논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가속기 현황
소형인 사이클로트론(저에너지 3∼50MeV, 소전류 0.1mA 이하) 가속기는 현재 20여 기가 있으며 4기는 국내에서 개발,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양성자)하고 있다.
탄뎀형 가속기(저에너지 1∼6MeV)도 4기가 도입돼 물질 분석용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대형 가속기인 포항 방사광가속기는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로 불리며 지난 1994년에 완공됐다.
2.5GeV 전자선형가속기 및 저장링(방사광)으로 구성돼 있으며 27기의 빔 라인 운영을 통해 물질 분석과 단백질 분석 등에 쓰이고 있다.
국립암센터에는 양성자치료기(230MeV)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성자빔 치료 시설로 지난해 도입돼 운영 중이며 각종 암과 종양 치료 및 관련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 경주에 설치되고 있는 양성자가속기(100MeV)는 오는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나노와 우주, 생명, 반도체, 재료 분야 기술개발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전과 충북이 유치하려는 가속기는 포항 방사광가속기의 3.5세대 종류로 포항 방사광가속기 수명이 4년 남짓 남은 것을 고려해 이들 지역에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중이온 가속기에 무게중심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 과학자들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중형(연구, 의료 복합형) 중이온 가속기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학술연구용 중이온 가속기는 미국(뉴욕)과 독일(다름슈타트), 일본(토쿄)에 설치돼 있으며 의료용 중이온 가속기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프랑스 등에 국한돼 있다.
중이온 가속기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그 활용 분야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중이온 가속기는 핵과 입자 천체물리 연구의 핵심시설로 원자핵의 구조 및 특성연구, 중 원소 생성 규명, 우주초기 진화과정 탐구 등을 수행한다.
여기서 ㅤ▲중이온 암치료 ㅤ▲미생물 유전자원 ㅤ▲고부가가치 화훼류, 채소류 ㅤ▲우주부품 내방사선 특성 평가기술 ㅤ▲입자검출기 기술 개발 및 응용 ㅤ▲의료용 치료기 등을 개발할 수 있다.
이에 중이온 가속기는 기초과학에서부터 응용과학까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결과물을 가지고 신산업동력을 창출, 이를 비즈니스와 연결한다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에 꼭맞는 가속기로 평가받고 있다.
최병호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구축하고자 하는 가속기는 중이온 가속기로, 경주에 건설 중인 양성자 가속기나 포항의 방사광가속기와는 규모, 이용목적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가속기 종류를 선정함에 있어 과학자와 관련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시급히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호범 기자 comst999@cctoday.co.kr
가속기란?
가속기는 물질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시경이라 할 수 있는 데 수소나 헬륨 같은 극미한 물질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서로 충돌시키면 그 물질이 파괴되거나 에너지 변환에 의해 새로운 '미지의 물질'이 생성된다. 이러한 극미 물질을 가속하고, 충돌시켜 생성된 미지의 신물질을 들여다보려면 특별한 장치가 필요한 데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가속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