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내용은 전통적인 제례(祭禮)의 방식을 전해드리면서 조우제가 생각하는 의견을 말한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집안 나름대로 간소화하고 변형하여 제사를 지내면 좋겠습니다.
제사(祭祀)란 신령(조상신)에게 정성을 표하는 예절입니다. 사대봉사(四代奉祀)라 하여 고조(高祖)까지는 가정에서 기제사를 지내고 그 윗대의 조상에 대해서는 문중 후손들이 모여 음력 10월 중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하여 시시(時祀)=묘사(墓祀)를 지냅니다.
1. 제사준비와 제수진설(祭需陳設)
(1)영신(迎神) : 조상신을 맞이하기 위해 우선 목욕재계한 다음, 대문을 열어놓고 집에 불을 밝히며 제사를 지낼 장소(마루, 방)에 병풍을 설치하고 지방(영정사진 혹은 신주)으로 신위를 모신다.
-제사이건, 지방이건, 무덤이건 모두 남좌여우(男左女右)이다.
-전통방식의 지방 : 유인(孺人)은 부인의 높임말이고 처사(處士)는 벼슬하지 않은 선비이다. 處士대신 쓰는 학생(學生)은 덕을 쌓으면서 배우는 선비를 말한다.
上 | 顯妣孺人密陽朴氏神位(현비유인밀양박씨신위) 顯考處士府君 神位(현고처사부군 신위) |
-한글식 지방
上 | 어머니(혹은 할 머 니) 박정순 님 신위 아버지(혹은 할아버지) 김영철 님 신위 |
(2)제상(祭床)과 제수진설
-병풍 혹은 신위를 모신 곳을 무조건 북쪽으로 취급한다.
-제물을 차릴 때 조율이시 혹은 어동육서 등은 오늘날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기 좋게 진열하면 될 것입니다.
------------병--------------------------풍------------ 촛대 영정사진 혹은 지방(신주) : 남좌여우 촛대 |
제1열(메갱잔) : -반서갱동(飯西羹東)과 술잔 제2열(탕) : 육탕, 어탕, 소탕(두부) 중 선택 제3열(적전 炙煎) : 육적, 어적, 소적 중 선택 – 어동육서(魚東肉西), 동두서미(東頭西眉) 제4열(나물) 제5열(과일) - 조율이시(棗栗梨柿), 홍동백서(紅東白西) |
축판(축문) 향로(향합) 시접(수저) 모사기(모래그릇) 술주전자 및 퇴주기 |
2. 제사의 순서
(1)강신(降神)과 참신(參神)은 천지신명에게 고하여 조상의 혼령을 맞이하는 순서인데, 강신은 주인이 촛불을 켜고 분향하여 천신(天神)에게 고하고, 잔에 술을 조금 부어 모사기에 부어 지신(地神)에게 고한 다음 재배하는 것이고, 참신은 참배자 모두 조상의 혼령에게 재배하는 것이다.
(2)초헌(初獻)과 독축(讀祝) 및 아헌(亞獻)과 종헌(終獻) : 주인이 첫 술잔을 올리고 재배하고 축문을 읽으며, 주인 다음 사람 혹은 주부가 둘째 잔을 올리고 재배하며, 그 다음 사람이 마지막 잔을 올리고 재배한다.
-옛 부터 축문 없는 제사는 없다고 했다. 미리 축문을 작성해 두어야 한다. 한글식 축문의 예를 들어봅니다. 집안마다 그때의 사정에 따라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축 문
-년 –월 –일 저녁 손자 ---가 할아버지 김영철 님과 할머니 박정순 님 전에 삼가 고합니다. 세월이 흘러 별세하신지 벌써 –년이 지났지만 저희들은 추모의 정을 잊지 못합니다. 금년에는 온 가정이 편안한 가운데, 모두 열심히 잘 살고 있으며, 특히 –월-일에 귀여워하시던 둘째 손녀 김아란이가 성산이씨 이민식 군과 결혼하여 새살림을 차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음덕으로 생각하면서 이에 맑은 술과 간소한 제수를 마련하여 올리오니 부디 흠향(歆饗)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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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유식(侑食)과 삽시정저(揷匙整箸) 그리고 합문(閤門) : 숟가락을 밥그릇에 꽂고, 젓가락을 반찬위에 놓아 이제부터 혼령이 음식을 드시도록 하고 문이 있으면 일정시간 닫는다.
(4)계문(啓門)과 헌다(獻茶) 및 철시복반(撤市覆飯)과 사신(辭神) : 문을 열고 반찬 위에 놓여있는 젓가락을 거두어 시접에 모으고, 이미 차려진 물그릇을 비워서 숭늉으로 교체, 숟가락을 걸쳐 마시게 하고는 밥뚜껑을 닫는다. 그리고는 참배자 모두가 마지막 작별의 인사(재배)를 한다.
(5)철상(撤床)과 음복(飮福) : 제사상을 물리고 참배자 모두 고인을 생각하는 대화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는다. 특별히 조상의 뜻을 계승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철상과 음복도 엄연하고도 중요한 제례의 절차임을 명심하자.
3. 제사의 현대적 계승
(1)오늘날은 집안이 흩어져 있으므로 옛날과 같이 온 집안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한 가정에 4대봉사를 하려면 1년에 최소한 8번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집안이 의논하여 1년 중 가장 잘 모일 수 있는 날짜(돌아가신 날의 전후)를 선정하여 1-2번으로 모아서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우제는 조상의 돌아가신 날짜는 기억하지만, 함께 지낼 사람도 없어서 제사는 설과 추석뿐입니다.
(2)제사의 절차나 제수의 진설이 간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있는 내용 중에서 참례자들이 상의하여 취사선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방이나 축문 등이 한글식으로 변경되어야 하고, 특히 제례절차에 남녀평등의 정신이 구현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3)숭조목종(崇祖睦宗)의 정신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조상을 숭배하려면 우선 자기 조상의 내력에 대해 잘 알아서 윗대 조상의 묘사에 참배하고, 또한 일가가 함께 모여 성묘(벌초)도 하면서 문중 후손들 간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제사의 현대적인 해석이 들어 있는 좋은 글을 작성해주신 조우제 아제님, 감사합니다.
상세한 정보! 고맙습니다!
이화여대 정신과 의사였던 85세인 이근후 씨는 그의 책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에서 제사에 대해 이렇게 썼다. 형제가 의논하여 부모님 제사만 지내고 그 윗분에 대해서는 설날과 추석에만 지낸다고 했습니다. 그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후세계나 조상신의 존재를 말 그대로 믿지 않는다면서 제사란 산 사람에게 즐겁고 의미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 전에 그의 어머님의 주장으로 조상 산소의 무덤을 파서 모두 화장하여 낙동강 물에 산골해버렸다고 했습니다. 부모 제사에는 한 가정이 한 가지 음식을 마련해 와서 제사상을 차리고 각자의 종교에 따라 최대한 경의를 표하는 방법으로 한다고 했습니다. 조상의 무덤과 제사에서 해방되어 오로지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여 살아간다고 했다. 참고할만한 내용이어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