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여행은 경남함양으로 떠나볼까합니다. 함양은 지금부터 늦가을까지 여행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흔히 함양을 소개할 때 '정자와 선비의 고장'이라는 표현합니다. 여러분들이 함양의 여러 정자들과 서원, 상림숲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함양은 화림동계곡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농월정,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등의 여러 정자들과 남계서원, 청계서원이 연계된 선비문화가 잘 발달된 고장이에요. 그래서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도 있지요.
함양을 1박 2일로 간다면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짜면 될 거예요. 역사유적지와 트레킹코스가 포함된 알찬 일정입니다. 일정이 빡빡하면 상림숲과 서암정사, 벽송사, 정여창고택 정도만 가도 좋을 거예요.
[첫째날] 화림동계곡의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개평리전통한옥마을(정여창고택)-남계서원, 청계서원-지리산조망공원- 지안재 [둘째날] 함양상림공원-서암정사- 벽송사 -지리산둘레길2코스
◆ 거연정
거연정은 함양군 서하면 화림동 계곡에 있습니다. 뒤로는 나즈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렀고, 앞으로는 맑게 흐르는 계곡물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져 있습니다. 정자와 구름다리가 자연과 서로 상충됨이 없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정자가 지어진 바위들이 제법 높아 아래를 굽어보면 시퍼런 물속에 작은 물고기떼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옛선비들이 이곳에서 시문를 읊조리고 학문을 했다던데 이렇게 산새소리, 물흐르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리는 경치좋은 곳에서 과연 글이 읽혀졌을까요.
◆ 동호정
동호정은 조선선조 때 성리학자인 동호 장만리를 기념하기 위해 후손들이 1890년경에 지은 정자입니다. 장만리는 임진왜란 때 선조임금이 의주로 피신을 하게 되었을 때 임금을 등에 업고 신의주로 피난했던 분입니다.
동호정 앞으로는 엄청나게 넓은 너럭바위들이 펼쳐져 있는데 계곡에 형성된 이 너럭바위들이 차일을 펼쳐놓은 것과 같다해서 차일암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바위에는 무려 500여명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동호정의 특이한 특징으로는 정자에 오르는 나무계단이 나무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기둥 하나를 도끼로 찍어 만든 것입니다. 이런 계단의 형태를 '도끼별'이라고 한답니다. 정자를 둘러 보았으니 선비문화의 산실인 서원 또한 지나칠 수가 없지요.
◆ 남계서원
남계서원은 명종 7년(1552년)에 개암 강익이 정여창을 기리고 후학을 기르기 위해 백운동서원(죽계,소수서원)다음으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창건한 서원입니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시 남겨둔 47개의 서원중 하나기이도 합니다. 사림의 본고장 함양의 기틀를 이룬 정여창선생을 모신 서원으로 오랜 역사와 더불어 명성이 높은 곳으로 옛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 청계서원
남계서원과 5분 거리에 있는 청계서원은 조선 연산군때의 학자인 김일손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서원으로 봄가을로 제향을 하고 있습니다.
◆ 개평리 전통한옥마을의 정여창 고택
함양은 최지원, 김종직, 정여창, 박지원 등 유명한 문인들이 지방관리로 거쳐갔고, 여러 곳에 그들의 자취를 남겼습니다. '좌 안동, 우 함양'의 기틀을 잡은 이가 바로 정여창(1450~1504)입니다. 정여창고택은 상림에서 농월정 계곡 가는 길 중간 함양 지곡면 개평리 전통한옥마을에 있습니다. 1570년대에 지어졌으며 일만제곱미터(삼천여평)의 규모로서 솟을대문을 비롯해 행랑채·사랑채·안채·광채·별당·사당 등이 정연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당시 세간도 비교적 제자리에 배치되어 있어 양반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솟을대문을 지나면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사랑채입니다. 첫눈에 고풍스럽고, 기품있고, 위풍당당 수려한 모습을 한 사랑채를 보자마자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사랑채는 'ㄱ'자 팔작집으로 돌축대가 높고 추녀는 날개를 펼친 모양으로 하늘로 시원스럽게 뻗어있습니다. 사랑채 왼편의 일각문을 거쳐 안채로 들어갈 수 있는데 안채는 'ㅁ'자 구조로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고택이 있는 개평리 전통마을엔 전통한옥들이 비교적 잘 보존이 되어있습니다. 집집마다 대문이 열려 있고, 집 안으로 못 들어 가서 앞에서 기웃거리기라도 하면 어르신들이 어서 들어오라고 먼저 손을 내미십니다. 정이 넘치는 마을이라 언제가도 훈훈합니다.
◆ 지리산조망공원
지리산조망공원에서 바라본 풍경이빈다. 지리산 하봉에서 중봉, 천왕봉을 거쳐 세석평원 벽소령 반야봉까지의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 중 세번째 봉우리가 천왕봉인데 첫번째 봉우리보다 낮아보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높이가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지안재
지안재는 오도재의 아래쪽 도로입니다.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남쪽해안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위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했던 고개라고 합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뽑히고, TV광고에도 방영될 만큼 S자형 도로의 곡선미가 매우 뛰어난 곳이랍니다. 마치 뱀이 구불구불 지나가는 형태와 같습니다.
◆ 상림숲
상림숲은 통일신라 말에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의 태수로 있으면서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숲입니다. 그러니까 천년 묵은 숲이라는 거지요. 상림숲이 조성되기 전 상림 아랫 마을이 홍수로 자주 침수되어 숲을 조성해서 홍수피해를 막고자 한 것이 바로 상림숲입니다. 상림은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등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늦가을 낙엽길의 정취는 전국 어느 명소에 뒤지지 않습니다. 상림숲에는 나무는 많지만 뱀이나 개미같은 해충이없다고 합니다.
최치원선생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효심이 매우 지극했다고 합니다. 하루는 선생의 어머니가 상림에 산책을 나왔다가 뱀을 보고 놀랐는데 그 일을 선생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선생은 상림숲에 달려가 숲을 향해 '이후로 상림숲에는 뱀이나 개미같은 모든 해충은 사라져라'라고 주문을 외웠다고 해요. 이후로 해충들이 사라졌다고 하니 선생의 지극한 효심에 하늘이 감동하고 미물도 감동해서 그렇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전설이 내려옵니다.
이른 아침의 상림숲은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만 간간히 보일 뿐 깊은 산속에 들어온 것 처럼 고요하고 한적합니다. 상림숲에는 함화루, 사운정, 초선정, 화수정 등의 정자, 최치원 신도비, 만세기념비, 척화비, 역사인물공원, 이은리석불, 다볕당 등의 볼거리와 여름엔 연꽃밭을, 가을엔 꽃무릇도 감상할 수 있어요.
◆ 서암정사
서암정사는 서암사 윗쪽에 위치한 벽송사의 전 주지 원옹스님이 이곳으로 옮겨와 1989년부터 시작하여 10여년에 걸쳐 주위의 자연석 암반 위에 대광방문, 극락전, 광명운대, 사자굴 등을 조각하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찰과는 사뭇 다른 사찰의 분위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서암정사는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건물들이 돌로 만들어졌습니다.
서암정사의 법당은 마치 동굴 같습니다. 동굴벽면에 탱화대신 부조들이 새겨져 있답니다. 법당내부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가기에는 좁은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천정과 사방벽면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들은 입이 벌어지게 합니다.
◆ 벽송사
벽송사는 매우 가파른 오르막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 야전병원으로 사용된 곳이었다고 하니 그 위치가 얼마나 첩첩산중이겠습니까. 한국전쟁때 국군과 빨치산의 교전으로 사찰이 불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는 아픈 기억이 있는 절이기도 합니다. 벽송사 입구에는 절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목장승 2기가 서있습니다. 왕방울만한 눈, 커다란 코를 가진 약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소박한 장승은 민중미학이 빼어난 작품이라고 합니다. 사찰 뒤편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도인송(좌), 미인송(우) 두 그루가 있습니다.
◆ 지리산둘레길 트레킹
지리산길은 지리산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둘레 3개도(전남.전북.경남) 5개시군(구례.남원.하동.산청.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이어주는 300여km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입니다. 2007년부터 5년간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둥글게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리산길은 여러 곳에서 출발할 수가 있는데 벽송사를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송대마을까지 약 3.5km를 걸어갑니다. 예상소요시간은 두 시간입니다. 우리가 걷는 구간은 지리산둘레길 제2구간이며 이름이 <소잃어버린 길>입니다.
이 지리산길을 개척하게 된 연유는 무얼까요.이 길을 개척한 이들의 말을 빌어보면 『지금이라도 두 발의 힘만으로 걸으며 우리땅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역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자기 내면과 대화하며 걷는 <걷는 이를 위한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근력의 차이 없이 누구나 쉬이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들과 대화할 수 있는 영성의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속도의 길이 아니라 느림의 길을, 정상으로만 치닫는 수직의 길이 아니라 유유히 걸을 수 있는 수평의 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연뿐만 아니라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간으로서의 길을 찾아내어 복원하고 이어야 합니다. 』
처음에는 경사가 제법 진 오르막이라 힘들지만 초반 약 15분 정도만 그렇습니다. 그 후로는 거의 오르락 내리락하는 정도의 구릉수준이고, 하산길이 바위투성이로 약간 험합니다. 산길 중간에 길안내 표지판도 잘 되어 있고, 벤치도 있습니다. 낙엽위에 앉아 준비해온 간식을 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발목위를 덮습니다. 낙엽위를 걷는다기 보다 낙엽을 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땅위로 낙엽이 얼마나 쌓였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신폭신한 낙엽길이었지요.한 시간 정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산을 오르면 하산길이란 푯말이 보입니다. 하산길을 약 30분 정도 내려가면 목적지인 송대마을이 보입니다. 하산길은 한사람이 조심조심 지나가야 할 정도의 좁을 길에 옆으로는 굴러떨어지면 기어올라오기 힘들 정도의 낭떠러지(?)길도 지납니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순간 깨달은 바가 있어 손뻑을 쳤습니다. 아! 여기서 소를 잃어버렸나보다! 그래서 이 길 이름이 <소잃어버린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약자라면 약간 힘들수도 있습니다. 그외의 사람들은 사색하며 쉬엄쉬엄 걷기 좋은 낙엽길입니다.
(※ 지리산길 안내센터 ☎ 063-635-0850 /이용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무)
◆ <추천맛집> 오곡밥 정식
▷ <늘봄가든>1인분 8천원~1만 원 (☎ 055-963-7722)
함양의 맛집으로 여러 방송매체에도 소개된 <늘봄가든>인데 이 식당은 밥이 매우 특이합니다. 대나무 채반에 각종 잡곡으로 지은 다섯가지 종류의 밥이 나오는데 찰밥처럼 쫀득쫀득 찰져서 밥에 된장찌개만 있어도 밥 한공기 뚝딱 비울 수 있습니다.
- 글·사진 : 토토로의 역사여행 |
첫댓글 지리산 천황봉에 한번 다녀왔습니다.
평생 3번만 가도 참 좋다라고 할 만큼 힘이 들었습니다.
진주쪽으로 가면 좀 더 가까운데 노고단으로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잘 보고 갑니다.
그곳의 저녁노을이 잊지못할 것 같아요...삼십년전에 걸어서 가보고 나중에는 차로 근처까지만 갔었지요..그러나 항상 뇌리에는 그곳의 풍경이 남아있어요..장엄하고 기기묘묘하던 구름과 노을의 어우러짐 현상들이 꽤나 인상적이었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