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큰귀떼기골을 S산악회에서 간다고해 따라 나선다. 날은 잔뜩 흐렸지만 비는 오지않고 한계령 바로 밑의 도로에서 버스는 조용히 선다. 도로 밑으로 내려가 시멘트 배수로를 통해 들어가면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내려온다. 철조망 사이를 조심해서 통과하고 도둑바위골로 들어간다.
도둑바위골은 물도 별로 많지않고 상투바위골 처럼 위험한 곳도 없다. 완만한 계곡을 올라가면 찬 이슬에 옷이 금방 젖는다. 서북 주능선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곧 바로 귀청으로 향한다. 바람 부는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귀떼기청봉(1577.6m)을 오르니 일출이 시작되고 저 멀리 높게 솟은 안산이 보인다.
같이 선두에서 올라온 분이 소주 한 잔을 건네는데 아무리 술을 좋아해도 새벽에는 몸이 술을 받지 않는다. 정상에서 찬바람에 떨다가 후미들과 합류해 귀청을 내려간다. 너덜지대를 벗어나자 마자 오른쪽으로 희미한 숲길로 들어간다. 대장의 말로는 대개는 능선을 타고 쉰길폭포를 우회해서 안전하게 내려가지만 우리들은 계곡을 통해서 직접 쉰길폭포를 내려 갈 예정이란다.
울창한 밀림을 들어가면 희미하게 족적은 있지만 표지기는 보이지 않는다. 잠시 내려가면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하고 야영을 한 듯 부탄가스 통도 버려져 있고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넝쿨과 잡목들을 뚫고 내려가면 물줄기가 많아지고 너른 바위들이 보이는데 쉰길폭포 상단이니 조심하라고 한다. 대장과 가이드들은 밧줄을 설치하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맑은 물가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폭포 상단에서 울창한 수림을 지나면 시야가 트이며 큰귀떼기골을 형성하는 수직 협곡들이 나타나는데 마치 그랜드캐넌을 보는 듯 웅장하고 가파르며 쭉쭉 뻗어내린 절벽들과 분재 처럼 바위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송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처음에는 절벽 지대를 7-8 미터 정도 트레버스 하는데 밧줄이 걸려있어 쉽게 통과한다. 짧은 절벽을 밧줄을 잡고 내려가면 4미터 정도의 오버행 바위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대장이 한명씩 밧줄로 몸을 묶어 안전하게 내려준다. 두세 군데 까다로운 곳을 지나면 폭포를 우측으로 돌아 내려가는 급경사 길이 나오는데 워낙 가파르고 낙석 위험이 많아 천천히 나무들을 잡고 내려간다. 조심스레 사면을 내려가면 드디어 쉰길폭포로 내려서는데 까마득한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폭포에서 아침을 먹고 계곡 따라 미끄러운 바위 길을 내려간다. 계곡을 건너는 미끄러운 길은 보조 자일로 내려가고 삼중폭포의 10여 미터 절벽은 밧줄을 매고 차례차례 내려간다. 이후로는 완만한 계곡 길 따라 내려가서 옛 축성암터를 지난다. 작은귀떼기골과 합류하는 곳에서 알탕을 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으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다.
조금 내려가면 백담계곡과 만나고 백담사에서는 도로가 아닌 산속 지름 길로 내려간다. 버스 승강장에는 일요일을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웅성거린다. 버스를 포기하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면 20여분 만에 주차장에 닿는다. 매표소 옆의 식당에서 감자 부침에 조막걸리를 마시면 큰귀떼기골 협곡의 장관이 자꾸 눈에 어른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