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란?
우리나라에서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우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social withdrawal)는 방이나 집 등의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거나 나가지 않는 사람과 그러한 현상 모두를 일컫는 일본의 신조어이다. 도지코모리(閉じこもり)라고도 하며 일본 인터넷 사이트에서는‘힛키(ヒッキ-)’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본에서 1970년대부터 도래 하였지만 히키코모리의 개념은2005년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齋藤環)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최초로 소개하였다. 그는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문화의존증후군에 의한 증상 중 하나로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며 다양한 개인적·사회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상태로 보았다. 그리고 일본의 출판사 이와나미 쇼텐에서 간행하는 일본어 사전 고지엔의 2008년 1월 출간되는 여섯째 판에‘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가 표제어로 최초 수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 다듬기에서 히키코모리를 ‘폐쇄은둔족(閉鎖隱遁族)’이라는 말로 다듬어 사용하였으나 보통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1990년대 말부터‘방콕족(방 안에 콕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 최근에는‘귀차니즘(어떤 일이든 다 귀찮아 함)’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히키코모리’와‘방콕족’은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고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생활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3-4년, 심하게는 10년 이상을 방 안에 갇혀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은둔형 외톨이 또는 히키코모리와 비슷한 용어로 오타쿠(オタク)가 있는데 오타쿠는 특정 문화 분야나 취미에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타쿠가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에 몰입하면서 고립된 것이라면, 은둔형 외톨이와 히키코모리는 세상과 담을 쌓고 병적으로 은둔하는 외톨이다. 오타쿠는 서양의‘코쿤(cocoon)’과 비교되는데 누에고치에 빗댄 코쿤족은 취미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나홀로 즐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코쿤족이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비해 오타쿠들은 취미생활만 같다면 덜 배타적인 것이 다르다. 그러나 코쿤족은 오타쿠처럼 취미생활 분야에 광적으로 빠지지는 않으며 히키코모리처럼 극도의 사회성 결여를 수반하지도 않는다. 코쿤은 취미생활 이외의 업무에 관해서는 정상적인 사회성을 유지한다.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는 오타쿠나 코쿤과 달리 엄청난 사회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대인관계가 원만치 않으며 친구가 전혀 없거나 한명밖에 없는 사람을 외톨이로 정의하지만, 유형에 있어서는 활동형(기본적인 사회활동은 하는 사람)과 은둔형(기본적인 사회활동조차 거부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은둔형 외톨이의 증상
은둔형 외톨이는 일체의 사회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방안이나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지낸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낮에는 자고 밤에 일어나 TV나 인터넷, 스마트폰에 탐닉하는 행태를 보이고 6개월 이상 외출하지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지낸다. 은둔형 외톨이는 대부분 우울증, 대인기피증, 폭력성,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 이는 고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특성들이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인 고립상태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무감각하다. 그 결과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자행하게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해 ‘묻지마 살인’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이 나타난다.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에 대한 의견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종합적으로 정리하면다음과 같다. 학교 또는 회사에서 당하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왕따 등)을 피하기 위해서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 가족들로부터의 지나친 간섭으로 인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성장한 경우, 사회에 압도되어 인생의절망 가운데에서 벌이는 자해 행위의 일종으로 자신이 보기 싫어하는 현실, 사람(들), 장소 등을 보지 않기 위해서, 속마음을 겉모습이라고 합리화시켜 사회나 어떤 상황이 기대하는 역할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운 경우 등에서 기인된다. 특히 핵가족화로 이웃·친척들과의 단절,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급속한 사회변화, 학력 지상주의에 따른 압박감,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데 따르는 심리적 부담감, 갑작스런 실직, 사교성 없는 내성적인 성격 등이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의 치료
첫째,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관심
요즘 은둔형 외톨이들의 범죄성향 또는 공격성향에 대해서 논란이 많은데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내면에 애정과 관심에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발달 및 상황적 위기에 직면한 많은 청소년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해서는 그들을‘잠재적 문제아’라는 시선이 아닌 귀중한 한 인격체로서 사랑과 온정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정과 사회에서 받은 상처로 인한 분노를 지닌 외톨이들이 분노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 그리고 이 땅에서 실존적 고아로 살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의 돌봄에 대해 모두가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둘째, 상담치료
대부분의 심한 은둔형 외톨이들은 바깥출입을 전혀 하려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 방문을 통한 1:1 상담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외톨이가 질병은 아니지만 그냥 놔두면 신경정신과적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신경정신과나 상담소에 치료를 의뢰하거나 각 공공기관의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를 통한 멘토링(mentoring)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상담을 받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한다.
셋째, 가족지원과 돌봄
은둔형 외톨이가 된 상당수의 청소년들에게 가족문제는 은둔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모자가정에 비해 부자가정일 경우 아버지가 직장생활로 늦게 귀가하기 때문에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해 자녀가 혼자 집에 있는 동안 게임에 중독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정을 위해 주위에서 지지그룹과 도우미를 결성하여 각 가정에 파견한다면 이들 가정의 은둔형 외톨이를 치유하고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부모 가정 내의 필요와 어려움을 이해하고 부모들을 위한 지원과 부모역할교육 및 훈련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넷째, 지역 공동체와의 연계
현재 정부의 여러 기관에서 이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심리검사와 상담 전문가를 통한 운둔형 외톨이의 위험성 인식, 자기통제감과 사회적 문제해결능력 향상, 진로탐색과 신경정신과 전문의에 의해 제공되는 낙관주의 교육과 분노조절 훈련프로그램, 레크리에이션 전문가와 함께하는 대안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들의 수는 매우 한정적이다.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회적응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회적응능력은 일시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나 상담을 받는 것 만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지역사회 속에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 역할을 담당하게 될 때 그 사회 네트워크 속에 포함될 수 있고 사회적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이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반조성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복지기관을 비롯한 공공단체의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와 공조 방안이 요구된다.
마음수선공
상담심리학박사/ 교육학박사/상담심리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