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무이행과 유승준 효과
(Korean-American 스티브 유)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 정 자 원장
올해로 광복 70주년입니다. 침략국인 일본은 세계 강대국들 중의 하나로 큰소리치면서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분단국으로 남아 같은 민족에게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니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고 통탄스럽습니다.
재미교포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이라는 가수의 6월 19일 인터넷방송 TV를 통한 2002년 병역기피논란과 입국금지조치에 대한 심경고백 인터뷰가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그의 입국금지 이유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시간을 돌이킬 수 있다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군대를 가겠다. 어떤 방법으로든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 13년 만에 심경을 고백하며 그가 한 말입니다.
유승준은 1997년 데뷔해 ‘가위’, ‘나나나’, ‘열정’, ‘찾길 바래’, ‘연가’ 등의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청소년 금연 홍보대사, 미국과 한국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돕기 봉사, 장애인 돕기 등에 거액의 성금을 기탁하는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 참여했고, 헌금을 모아 불우이웃돕기단체에 기탁하는 등 ‘아름다운 청년’이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던 연예인입니다. 2002년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중 그가 입대를 3개월여 앞두고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기피논란에 휩싸였고, 13년 동안 입국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국방의무이행과 유승준 효과
병무청은 유승준 사태가 첫째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둘째 병역의무 경시풍조가 조장될 수 있으며, 셋째 이를 따라하는 사람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유승준을 출입국관리법 제11조에 의거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파악해 입국금지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유승준 사건 이후 군대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사실이라 합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군입대하는 연예인은 별로 없었고, 언론도 연예인의 군복무 언급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최정상급의 인기 있는 연예인도 군대에 갔다 오면 인기가 내려가고 잊혀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는데 유승준 이후로 연예인 병역비리가 많이 적발되었습니다. 10년 전이면 군대에 가지 않을 연예인도 언제 입대하냐는 끈질긴 질문 때문에 피할 수 없고, 군복무 후 복귀하면 멋있다 칭찬해주고 오히려 인기가 더 올라가는 현상은 유승준 사건 이후 일어난 효과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유승준에 대한 지난 13년 동안의 입국금지조치는 연예인들에게 국방의무이행을 피하다가는 그와 같이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는데 충분한 효과를 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입국금지조치를 해제해주면 모방 범죄가 생길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13년 동안 모국의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는 유승준을 보면서 그와 같은 여건을 가진 젊은이가 이를 따라할 가능성은 없을 것입니다. 유승준 사건 후 특히 연예인들의 병역회피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바로 그 증명이라 하겠습니다. 역설적으로 유승준의 병역기피가 단초가 되어 국가 병역의무이행에 득이 되는 효과를 본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 스티브 유
초등학교 때 존경하고 좋아하던 선생님께서 ‘우리나라는 삼천리금수강산에 우리 국민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과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찬양하고 명성황후의 개화정책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국사시간의 피를 토하는 듯한 강의에 깊은 영향을 받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국수주의자가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미국‧캐나다의 기독교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니 외국에 나가 문물을 익히고 들어오라는 언니의 권유에 다른 나라에 가서 크게 배워올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므로 시찰은 가지만 유학을 가지 않겠다며 그 기회를 잡지 않았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1979년에 미국 및 캐나다의 법률구조기관, 상담소, 법원, 검찰, 교도소, 학교 등에 시찰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와이에 방문하였을 때 그곳 상점들에서는 영어와 일본어가 통용되고, 주지사는 일본계이고, 하와이 자본의 3분의 2를 일본계가 소유하고 있으며, 당시는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미국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어 일본이 일본계 미국인(Japanese-American)에게 자금을 지원하여 재산취득 및 운영을 도와주어 일본인들이 하와이 여행을 오면 일본계가 운영하는 호텔에 투숙하고 그 상점에서 쇼핑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36년 동안 침략하였으나 문화는 우리로부터 전수받았고, 전 세계로부터 경제동물(Economic animal) 취급을 받는 정도라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70~80년대 당시 이민을 가면 부모형제, 국가를 버리고 떠난 배신자, 한국에 있는 재산을 가지고 나가면 매국노, 외국에서 돈을 벌어 한국에 송금해야만 애국자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비비고 밀치며 싸우고 사는 것보다 이민 가서 그곳에 우리 국민이 땅에 발을 디디고 정착해 잘 살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국력이고 애국이라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1983년 미국교포가정을 위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LA지부 개설을 위해 미국에 가라는 고(故) 이태영 소장님에게 미국에 이민 가서 사는 사람들은 전쟁신부(War Bride)를 제외하고는 선택받은 사람들인데 왜 우리가 그곳까지 가서 도와주어야 하느냐며 가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약간 울먹이시는 목소리로 ‘너는 집에 있는 딸들만 보호해주고 집 밖에서 사는 딸들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말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저의 단면적인 사고가 너무 부끄러워 가겠습니다 답변하고 미국에 가서 LA지부를 개설한 후 1년 동안 근무하면서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잘 살아주는 것이 애국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국익이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할 때 한국계 미국인은 우리나라를, 일본계 미국인은 일본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민 가서 살고 있는 우리의 교포들이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잘 살 수 있도록 모국인 우리나라에서 지원을 해줄 때 우리의 국력도 더 커지고 넓혀질 것입니다. 집을 나간 자식이라도 잘 살도록 부모나 형제가 지원할 때 남들도 그를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해서 미국에서 살아도 그들에게는 항상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레테르가 붙어 다녀서 그들이 잘 되면 한국인의 평가가 올라가고,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한국계는 문제가 있다는 손가락질을 받게 되어 조국은 물론 우리 국민들이 해외를 나가게 될 때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해외거주 한국인이 7백만 명, 국내체류 외국인이 184만 명,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 해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 3천 명이 넘고, 국회의원의 80% 이상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며, 정부 고위직 인사청문회장에서 자신 또는 그 자녀의 군대문제로 고배를 마시지 않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왜 유독 유승준 한 개인에게만 국가가 13년 동안 입국을 금지시키고 방문비자도 발급해주지 않아 가족과 함께 모국을 방문할 수 없게 가혹하게 대하는지…….
가족이 전부 이민가서 사는 경우, 가족이 한국에서 특권층으로 살고 있고 자신이 병역기피를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외국에서 생활하는 경우와는 구별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승준은 지금이라도 군대를 갈 수 있다면 갈 것이고 국적을 회복하고 아이들과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하지만 우리 국적법 제9조제2항제3호에서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에게는 국적회복에 의한 국적취득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법 제5조제2항제2호(재외동포체류자격의 부여)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자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지만, ‘외국 국적 동포가 38세가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은 그가 원해도 법 규정상 국적회복에 의한 국적취득은 할 수 없지만, 재외동포로서 체류자격은 부여받아야 할 것입니다. 설령 재외동포로서 체류자격도 아직은 허용할 수 없다면 미국인들에게 발급하는 방문비자라도 주어 아이들과 함께 모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어야 합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지 않고 자신을 포용해주었다는 안도감을 가지고, 해외에서 자신감 있게 그 능력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조국이 관용을 베풀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