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봉 오름중 가장 재미를 느꼈던 바위등을 타는구간. 등반력이 없는 초보자일 경우 보조자일을 이용하는게 좋다.
무엇이든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커다란 해바라기보다 음지의 비좁은 돌 틈에서 피는 야생화가 아름다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소박하고 겉치레가 없음을 말하는 박이불문()처럼 소박한 것은 다소곳하기도 하며 때론 수많은 것 중에서 드러내지 않은 멋을 느끼게 한다.
전라남도 곡성군에 속한 문덕봉(598m)은 아기자기한 재미와 함께 소담함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팔공산에서 성수산으로 이어지던 호남정맥 줄기가 마령치에서 남족으로 치달아 묘복산과 남대문치, 청룡산으로 이어진 산줄기에 놓였다. 문덕봉에서 고개를 쳐든 산줄기는 이후 삿갓봉과 고리봉을 일으켜 세운다.
기자의 봄철 간단한 암릉길 하나 없냐는 물음에 박영철기자(본지 전주 주재기자)는 문덕봉이 작은 용아릉이나 천화대 같다는 귀띔을 주었다. 3일 오후,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에 서울에서 전주로 부산히 차를 몰았다.
4일아침, 7명의 일행을 태운 두 대의 지프는 전주를 출발해 남원을 거쳐 둘머리인 송내마을 입구에서 멈춰 섯다.정류장에서 마을 중심으로 치닫던 포장길은 마을회관 앞에서 그쳤다.
농번기를 맞은 마을은 모두 밭으로 나갔는지 한적하기만 하다. 더욱이 몇 채 안되는 집들을 산줄기가 품고 있어 편안함마저 느끼게 했다. 한창 퇴비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할아버지에게 문덕봉의 들머리인 그렇재 오름을 물어보자, "그냥 이 길만 쭉 따라가." 란 말로 대신한다. 길은 마을의 민가들을 지나치자 밭으로 들어설 수 있는 임도길 오름으로 나누어졌다. 밭일에 열중하던 주민들은 평일임에도 배낭을 맨채 이 작은 마을을 찾은 일행이 신기한 듯 눈길을 떼지 않는다.
하얀 매화나무에 꽃이 피어 눈밭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터널을 통과하니 길폭이 좁아졌다. 길가에는 제철을 만난 쑥이 캐내 갈 주인을 위해 성그레 웃고 있다. 가정이 있는 이순애씨(42세)는 아이들에게 먹일 쑥국이 생각났는지 아쉬움에 발을 뗄 줄 모른다.
그럭재가 고리봉과 문덕봉 산행의 들머리
좁은 숲길 가에 핀 쑥과 꽃들이 완연해졌음을 느끼게 한다. 소담한 멋을 자랑하는 꽃들을 감상하며 좌우로 이깔나무들이 우뚝선 숲길을 따라 30여분 오르자 그럭재에 닿는다. 그럭재 안부에 들러 앉아 수인사를 나누고 나니 신옥정씨(40세)가 마른입이라도 축이라며 싱싱한 오이를 내놓았다. 사람은 앉으면 눕고 싶다고 했다. 오이가 나오자 모두 찍어 먹을 고추장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두번째 봉우리에서 세번째 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에 앉아 금지면 일대를 내려다보는 취재진.
다섯 번째 오름 전에서 잠쉬 쉬고 있는 취재진. 사진 오른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부분이 금지평이다.
고개에서 잠시 쉬다 박영철 주재기자를 필두로 능선을 타고 올랐다. 마을 주민이 그의 조상을 모셔 놓은 듯한 3기의 무덤을 지나자 급경사의 오르막이 갈지자로 이어져 촛대봉에 닿았다. 촛대봉이란 이름은 봉우리 왼쪽 사면에 자리잡은 남자의 성기를 조각해 놓은 듯한 바위에서 유래했다. 촛대봉 이후론 다시금 경사 급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오름길 뒤편으로 우뚝 솟은 고리봉은 마을 입구에서 보던 푸른 모습과는 달리 하얀 암벽 면이 드러나 왠지 보여주기 싫은 여인의 속살을 훔쳐본 느낌이다. 때문에 문덕봉을 오른 사람이면 고리봉이 지닌 바위봉의 웅장함에 반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고 한다.
촛대봉에서 15분 정도 올라 치니 두 번째 봉우리로, 이순애씨가 애지중지 아껴 놓은 딸기를 꺼내 놓았다. 이 무공해의 딸기는 지리산 뱀사골의 살아있는 골동품인 고영국씨의 장난기를 발동시켰다. "뚜껑에 난 자국 보니 가득 찼던 것 같은데" 소보록 해야 할 딸기 통에는 어쩐 일인지 중간중간 공간이 남아 있다. 기실 이순애씨와 신옥정씨가 아침을 대신해 몇 개 집어먹고 시치미 뗄 생각이던 것이 뚜껑에 남은 자국으로 인해 티가 나고 만 것이다. 잠시 내리막을 니려서 세 번째 봉우리 오름에 달려든다. 세 번째 봉우리부터는 암릉의 연속으로 이어져 마치 용아장성릉 위에 올라선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능선 왼편으론 성근히 움직이는 송내 주민들의 모습과 섬진강의 잠자는 듯 흐르는 부드러운 물결이 눈을 사로잡는다.
천화대나 용아릉의 축소판 같은 문덕봉
네 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사방이 뚫려 준망이 일품이다. 삼각형의 삿갓봉과 고려봉은 물론 북쪽에 솟은 응봉, 금지면의 금지평야가 한눈에 감겨들었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녹색이 물들기 시작하는 산과 푸르기만 한 하늘, 루이 암스트롱이 불렀던 홧어원더풀 월드'가 떠올랐다. 자연스러움은 아파트의 회색물결에서 볼 수 없는 봄 산행이 주는 선물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인공적으로 만든 것은 왠지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고 했다. 누가 과연 편안함과 전원적인 푸르름을 그대로 전할 수 있을까?
네 번째 봉우리 이후론 천화대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잠시 내려섰다가는 암봉을 올라야 했고 다시 내려섰다가는 암봉에 매달렸다. 가장 우뚝 하게 솟은 암봉을 바라보며 평평한 바위봉 위에서 간식으로 요기를 때웠다. 다섯 번째 봉우리는 문덕봉 오름이 크게 다섯 개의 큰 봉우리로 이루어 졌음을 고려한다면 세 번째 봉우리 오름에 속한다. 이 봉은 문덕봉 정상 오름을 제외하곤 가장 우뚝 솟았으며 왼편으로 돌아 오른다. 갈지자를 그리듯이 이어지는 오름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아 쉽게 올라선다. 정상에선 소나무 가지를 잡고 내려서니 바위 등을 타고 조심스럽게 건너야 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왼편이 벼랑이라 위험했지만 중심을 잡고 천천히 발걸음을 떼면 쉽게 건널 수 있는 곳이다. 용아릉의 뜀바위 같은 바위틈새를 뛰어 넘어 암봉을 하나 내려서자 잠시 평탄하고 한적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오르내림이 반복돼 전망 좋은 암봉위에 일행을 올려놓기도 하고 다시금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기도 했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오르자 이번엔 왼편으로 굵은 가지능선이 갈라져 나간다. 가지능선을 지나자 가장 멋스러운 문덕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1시가 다된 시각이라 문덕봉이 건너다 보이는 이 평평한 암봉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제각기 꺼내 놓은 것들이 거의 집안의 반찬 전체를 옮겨 놓은 모습이다. 특히 전북 연맹의 김효진 부회장이 꺼내놓은 갈치는 그중 가장 손이 가는 일미였다. 식사 중 꺼내 놓은 꿀물을 한잔씩 마신 후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로 후식까지 마치고 배낭을 추슬렀다. ...
촛대바위를 지나 두 번째 봉우리로 올라서는 모습. 사진 중앙에 우뚝 솟은 것이 삿갓봉과 고리봉이다.
문덕봉 정상은 평탄하고 전망 좋아
문덕봉 오름은 하얀 바위면 왼편으로 길이나 있다. 안전을 위해 밧줄을 설치해 놓았으며 나무도 없고 사방이 트여 전망도 일품이다. 멀리 강천산은 물론이고 금지일대의 넓은 평야를 감상할 수 있으며 88올림픽고속국도를 달리는 차량들이 성냥갑 만하게 눈에 들어온다. 금지평야를 바라보며 이곳이 금의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란 못을 의미한다. 못은 물을 모아둔 넓고도 깊은 곳이다. 서쪽으론 고리봉과 문덕봉, 북으론 응봉과 교룡산, 동으론 덕음산과 교룡산 줄기에 막힌 금지는 산으로 둘러 막힌 못인 것이다.
가을철 그 못은 누렇게 익은 볏가락으로 물결 칠 것이며 이는 금빛의 물결이 요동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한참이나 금지평야를 내려보다 하산 길로 접어들었다. 하산은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을 좇아 안부에서 택촌으로 내려설까 했지만, 남원 시내 볼일로 연신 핸드폰이 울리는 고영국씨(45세)를 고려해 제일 빠른 하산길은 평촌마을로 잡았다. 정상에서 급한 내리막을 내려서니 7분여만에 왼편으로 갈림길이 나타났다. 이 갈림길에서 서쪽으로 길게 이어진 내리막을 내려서던 김효진 부회장이 걸음을 멈추고 깊은 침묵에 잠겼다. 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가 산행에서 또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고에선 수행이나 선에 대한 장애물로 삼장을 말하고 있다. 그중 탐욕과 진에, 우치를 말하는 번뇌의 장은 사람의 삶에서 가장 쉽게 접하게 되는 문제다. 산에 다니는 것은어쩌면 불교 식의 수행은 아니지만 자신을 되새기고 인내하며 자연을 알아 가는 수행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산행을 한다는 것은 수행에 드는 것일께다.
송내마을에서 포장길을 따라 오르다 임도로 들어서 하얀 매화꽃이 핀 터널을 지나고 있는 취재진.
문덕봉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암릉이 주는 등반의 재미를 솔솔하게 느낄수 있는 곳이다. 산행은 원점 회귀가 불가능함을 고려해 두 대의 차량을 이용,들머리인 송내마을에 주차시킨후 하산지점인 평곡리 새터마을이나, 옥천마을에 차를 대기 시켜놓은 것이 좋다. 송내마을에서 그적재 고개가지는 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포장길을따라가다, 회관 앞에 차를 주차시킨 후 비포장 길을 좇으면 된다. 이 임도길은 매화나무 숲을 지나면 좁은 숲길로 이어진다.문덕봉과 삿갓봉을 가르는 그럭재는 금지면 입압리 사람들이 순창으로 넘나들던 고개고 고리봉 산행의 들머리기도 하다.
문덕봉 정상에 선 취재진. 외쪽부터 이순애, 박영철 주재기자, 한사람 건너 김효진 부회장, 신옥정, 고영국씨다.
고개에서 소나무 숲 속의 오솔길을 오르면 이내 무덤이 한기 나타난다. 왼편이 숲길로 들어서면 급경사의 오름길이 이어지는데 한차례 땀을 빼고 나면 제법 전망이 좋은 암봉에 닿게 된다. 이 암봉의 왼쪽 사면으로 남자의 성기를 닮은 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이 바위를 지나고 나면 길은 작은 암봉을 좌우 측으로 돌아 오를 수 있도록 나 있다.물론 높지도 않고 등방이 쉬워 바라 치고 올라도 좋지만 소나무 가지를 헤치고 나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후론 15분 정도 줄창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한다.
이후 암봉에 올라서면 용아장성릉 같은 기암들이 나타나 도봉산의 뜀바위 같은부분을 건너뛰거나 소나무 가지를 잡고 내려서기도 해야 한다. 문덕봉 정상은 10여평 정도의 평탄한 공간이 나타나 쉬기에 좋다. 정상에서 하산은 첫 갈림길에서 바로 서쪽 능선을 좇아 평촌마을로 하산하거나 비홍치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타고 가다 갈림길이 있어 안부에서 택촌마을로 내려서도 된다. 또한 좀 더 산행거리를 늘려 곰재에서 택촌 마을로 하산해도 좋다. .....................................
교통 및 접근
문덕봉으로 접근 하려면 교통이 불편한 곡성보다는 남원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에서 남원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0-6211)에서 06:00부터 19:20까지 약 30분 간격으로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4시간 10분 거리오 요금은 일반이 11,000원 이며 우등이 16,300 원이다.
남원에서 산행기점인 송내마을까지는 06:20부터 19:40분까지 하루 1시간 20분 간격으로 곡성과 남원간을 왕래하는 남원여객(0671-631-3116/7),시내버스를이용하면 된다. 광주나 순천 ,여수지역에서는 시외 버스를 이용,곡성을 기점으로 삼는게 좋다.
경북 지역에서 문덕봉에 이르려면 대구 서부시외버스정류장(053-656-2824)에서 07:55부터 18:30분까지 하루 7회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2시간 거리로 요금은 7100원이다.경남일원에서 마산이나 진주, 부산에서 남원행 버스를 이용 ,남원에 이른 후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인 송내마을이나 평촌마을에는 민박집이 없는 관계로 남원시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 남원시의 효산 콘도미니엄(0671-633-6011)이나 한성여관(625-7944) ,투인파크(620-5000) ,동화장(625-2488)등을 이용하면 된다.하루 2만 5천원이다. 곡성에선 신도림산장(0688-363-1882)이나 도림 국제 관공호텔(363-7295), 알프스 모텔(363-8026)등이 있다. 남원시내 관광 단지내의 음식점들을 이용하거나 한일식당(632-80054), 곡성시내의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볼거리
평촌마을에 있는 효열각. 이 마을에는 효열각 외에 효자각이 하나 더 있다.
남원은 춘향전의 무대인 도시다. 광한루를 둘러본후 왕정동의 대복사를 찾기 바란다. 보물 30호인 오층석탑과 31호인 석좌가 조상들의 미의식을 일깨워 줄 것이다. 또한 곡성읍 월봉리에 위치한 도림계곡은널찍하고 편편한 반석위를 흐르는 맑은 물줄기가 일품인 곳으로 삼남의 으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