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길 화합의 시대 연 ‘오천자전거길’을 가다
세종시로 흐르는 미호천 등 다섯 개 자연하천을 연결하는 ‘오천자전거길’은 이름부터 정겹다. 조그마한 하천을 따라 마을이며 논과 밭 사이로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 도로에서 시작해 세종시 합강공원까지 연결하는 오천자전거길은 약 105㎞. 반나절에서 넉넉잡고 하루면 충분히 당도할 수 있는 거리다. 요즘처럼 더위가 짙어져 갈 때 쌍천, 달천, 성황천을 끼고 있어 호젓한 초여름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이 길은 한번쯤 도전해 봄직하다.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연풍정류장에 나오면 바로 연풍면 비석이 보이는데, 이곳이 행촌교차로이자 오천자전거길의 시작점이다. 정류장 왼쪽에 인증센터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이화령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괴강교로 향하다 보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역풍이 꽤 매섭게 분다.
자전거로 떠나는 여행에서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대전 계족산에 들러보자. 대덕구 장동 계족산에 위치한 장동산림욕장에는 사방댐에서 숲속음악회장까지 413m로 이어져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데크숲길이 나 있다. 원래 이 구간은 경사가 심하고 노면이 울퉁불퉁해서 다니기 쉽지 않았다. 겨울철 눈까지 오면 웬만한 산행장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오가기 힘든 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길로 완전히 탈바꿈해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데크길 산책은 어느새 성큼 다가온 초여름 정취를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외에도 오천자전거길은 대부분 이용자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천 제방을 최대한 이용하거나 기존도로에 갓길을 이용하는 등 도로를 넓히고 교통표지판을 설치한 것이 큰 장점이다.
(▲ 칠성면 쌍곡마을부터 제수리재에 이르는 10.5㎞ 구간 쌍곡구곡은 동양화 같은 비경을 자랑한다.)
데크길에서 조금 더 가면 만남의광장 휴게소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34번 신국도를 타고 가다 쌍곡계곡 입구로 빠져도 되고, 광장 앞으로 난 편도 1차선을 타고 칠성면 소재지 거쳐서 34번 신국도를 잠깐 올라섰다가 쌍곡계곡 입구로 빠져도 무방하다. 쌍곡계곡 입구를 지나 퇴계 이황과 시인 정철 등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이 찾았다는 쌍곡구곡에서 또 한 번 자전거 페달이 절로 멈출 춰 아름다운 풍취에 절로 취하게 된다. 천연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전하여 산수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여기에는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루어져 과거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고 기록한다.
행촌교차로(연풍면), 괴강교(괴산읍), 백로공원(증평읍), 무심천교(흥덕구), 합강공원(세종시 연기면) 등 무인인증센터를 차례대로 거친다. 마지막 합강인증센터가 자리한 세종보 주변은 26만5천㎡에 이르는 습지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고, 실개천과 자연형 어도 등을 조성해놓아 좋은 볼거리가 되어주고 있다. 이는 세종보가 단순히 인공 건축물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방증하는 동시에,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오천자전거길 대미의 상징과도 같다.
(▲ 세종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발전용량 2310㎾의 소수력발전소와 더불어 물고기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자연형어도를 갖춘 생태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남한강(수도권), 낙동강(영남권)을 잇는 새재자전거길과 충청?호남을 잇는 금강자전거길을 연결하는 오천자전거길은 최근 조성됐다. 그렇게 이제 남한강 자전거길~새재 자전거길~금강 자전거길동서를 관통하는 전국적인 자전거길(110km)이 모두 형성되면서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세종시를 괴산, 문경새재를 거쳐 낙동강까지 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괴산군부터 청주시까지 73㎞ 구간은 지난 11월 초 완공됐고 마지막 구간이었던 연풍면~사리면 45.6㎞도 개통됐다. 이에 앞서 청주시와 세종시를 잇는 27㎞는 이미 완료한 상태다. 한편, 오천(五川)이란 명칭은 이번에 조성된 구간이 충청북도 괴산군을 흐르는 쌍천, 달천, 성황천과 괴산군에서 증평군을 거쳐 청원군으로 흐르는 보강천, 그리고 청원군에서 청주시를 통과해 세종시로 흐르는 미호천 등 자전거길이 지나는 5개 하천의 수려한 풍경을 담아낸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중간중간 바뀌는 천 이름마다 표지판을 세워놓은 오천자전거길 위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주요 문화관광지도 많아 여행에 흥미를 더한다.
(▲ 우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산막이옛길의 고공전망대, 운보의집, 율리휴양촌, 괴산 유색벼로 이룬 논)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 마을인 산막이마을까지 연결된 총 길이 2.5km의 옛길은 산책로로 복원되어 있다. 친환경 공법으로 환경훼손을 최소화한 산막이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괴산의 백미이다.
연풍면 삼풍리에 있는 가톨릭 신자들의 순교지 연풍성지는 연풍지역에 은거하던 가톨릭교인 추순옥?이윤일? 김병숙?김말당?김마루 등이 1801년(순조1년) 신유교난 때 처형당한 자리이다. 1974년 천주교회에서 이곳을 성역화 하였고 최초의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 대주교의 동상이 있다. 매년 2만여 명이 순례를 위해 이곳을 찾고 있다.
증평군 죽리초등학교 율리분교가 있던 증평 율리휴양촌은 현재 숙박을 할 수 있는 펜션형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취사는 20명 이상의 단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식당을 마련해놓고 있다.
청원군 내수읍에 위치한 ‘운보의 집’은 1만원권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의 얼굴을 그린 김기창 화백의 사저로, 미술관, 공방, 갤러리, 아트샵, 야외수석공원 등이 자리해 있는 문화예술공간이다. 김기창 화백은 서울에서 태어나 호방한 화풍을 선보이며 한국화의 새로운 장을 연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의 샤스터, 영국의 나포리나스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인정받은 초정약수는 지하 100m의 석회암층에서 솟아오르는 매콤하고 차가운 천연탄산수이다. 청원군 내수읍 초정리에서 이 천연탄산수가 발견된 것은 600여 년 전이라고 하는데 <동국여지승람>이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117일을 머물며 눈병을 고쳤다고 전해진다.